화웨이가 20일 광둥성 둥관 R&D센터에서 독자 개발한 메타ERP 발표 행사를 열었다. 화웨이 제공.
화웨이가 20일 광둥성 둥관 R&D센터에서 독자 개발한 메타ERP 발표 행사를 열었다. 화웨이 제공.
미국의 고강도 제재를 받는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기업 운영 소프트웨어(SW)인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화웨이가 미국의 수출통제에 대한 대안을 마련했다고 공식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화웨이는 회사의 정보기술(IT) 운영체계를 독자 개발한 '메타 ERP'로 교체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ERP는 생산, 판매, 인사, 재무 등 기업의 전 영역에 퍼져 있는 자금, 인력 정보 등 경영 자원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독일 SAP와 미국 오라클이 세계 1·2위를 달린다.

화웨이는 오라클의 ERP 시스템을 써 왔다. 하지만 오라클은 화웨이가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올라가자 2019년부터 업그레이드 서비스를 중단했다. 미국이 화웨이에 내린 대표적 제재는 미국의 기술이 들어간 제품을 화웨이에 판매하려는 기업은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수출통제 조치다.

미국은 작년 10월 첨단 반도체와 관련해 중국에 대해 이런 통제 조치를 도입했다. 하지만 화웨이에 대해선 2019년부터 반도체를 포함한 모든 제품에 이런 제재를 가했다.

화웨이는 제재 이후 78종의 핵심 기술을 선정해 독자 개발에 나섰다. 지난 2월까지 총 11종을 성공했으며 이번에 ERP까지 추가했다. 앞선 사례들과 달리 이번에는 미국의 제재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타오징원 화웨이 품질·기업운영·IT부문 사장은 "우리는 3년 이상 지난 낡은 ERP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봉쇄를 돌파했고 살아남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제재에 맞설 수 있는 역량을 갖춰가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그만큼 ERP 개발이 어려운 과제라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경제매체 제일재경은 "오라클의 ERP를 쓰지 못하게 된 화웨이는 현대 사회에서 하루아침에 농경시대로 돌아간 상황이었다"고 분석했다.

화웨이는 그동안 "우리는 힘없는 일개 기업일 뿐"이라며 낮은 자세를 유지했다. "미국의 제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언론 등을 통해 호소할 뿐 미국 정부에 직접 제재를 풀어달라고 요청한 바도 없었다고 회사 관계자는 전했다.

화웨이는 "3년 동안 수천 명의 인력을 투입했으며, 화웨이가 수행한 가장 집중적이고 복잡한 전환이었다"고 설명했다. 멍완저우 화웨이 순환회장은 "기술 도약은 장인정신과 수년간의 경험이 필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협력사들과의 협업이며 파트너의 지원 없이는 메타ERP를 구축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