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딴판"…고공행진 국제 쌀값, 생산부족량 20년 만에 최대
쌀값 폭락으로 양곡관리법 개정 논란이 거세게 일었던 한국과 달리 국제 쌀값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에도 전 세계 쌀 공급량은 필요량보다 870만t 부족할 전망이다. 이는 약 20년 만의 최대치로, 쌀 공급량의 90%를 소비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식량 안보를 위협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8일(현지시간) 미국 CNBC 방송에 따르면 시장조사기관 피치솔루션즈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2022~2023년 양곡연도(2022년 11월 1일~2023년 10월 31일) 쌀 생산량 부족분이 2003~2004년 양곡연도(1860만t) 이래 최대 규모인 870만t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세계의 곡창지대’ 중 하나로 꼽히는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 장기화가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더해 세계 최대 생산국인 중국, 파키스탄 등에서 기후 악화로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던 이유가 컸다. 쌀은 주요 곡물 중에서도 기후 취약성이 가장 큰 작물로 알려져 있다.

농업 정보 제공업체 그로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 중국 내 쌀 생산 중심지인 광시, 광둥성 등 지역에선 20년 만에 두 번째로 많은 양의 비가 내렸다. 같은 기간 중국 본토에선 60년 만의 대가뭄이 덮치며 쌀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다. 파키스탄 역시 홍수로 인한 연간 생산량 감소 폭이 31%에 달했다고 미 농무부(USDA)가 밝혔다.

이 밖에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유럽 등지의 주요 쌀 생산국들도 2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 인도는 가뭄으로 수급 문제가 생기자 지난해 9월부터 부스러진 쌀알(싸라기) 수출을 금지하고 나섰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곡물 가격이 일제히 급등하면서 대체품으로서의 쌀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공급 감소와 수요 증가가 맞물리며 국제 쌀 가격은 상승세를 이어 왔다. 전쟁 발발 직전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거래되는 쌀 선물 가격은 100파운드당 14.435달러(2022년 1월 3일 기준)였는데, 현재 100파운드당 17.355달러까지 올랐다. 이는 약 10년만에 최고치다.

쌀 수입국들의 비용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네덜란드 은행 라보뱅크의 오스카 차크라 선임 애널리스트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과 아프리카 나라들의 부담이 특히 클 것”으로 분석했다. 켈리 고가리 그로 인텔리전스 선임 연구원도 “파키스탄, 튀르키예, 시리아, 그리고 일부 아프리카 국가 등 식품 분야 인플레이션이 이미 심각한 나라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봤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