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직원들이 고객의 개인정보가 담긴 영상과 사진을 내부에서 돌려봤다는 증언이 나왔다.

로이터는 6일(현지시간) 2019년부터 3년간 테슬라 직원들이 내부 전산망에서 고객 차량 카메라에 녹화된 사적인 영상과 이미지를 공유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약 300명의 전직 테슬라 직원을 취재했고 이 중 9명이 증언했다.

한 직원에 따르면 2021년 캘리포니아 샌마테오 사무실에선 한 사고 영상이 1 대 1 채팅창을 통해 “들불처럼” 번졌다.

거주 지역에서 빠른 속도로 달리던 테슬라 차량이 자전거를 탄 아이를 친 영상이었다. 영상에는 아이와 자전거가 다른 방향으로 튕겨져나가는 장면이 담겼다. 나체의 남성이 차량에 다가가는 모습, 누군가 차에 끌려가는 모습 등 충격적인 순간도 공유됐다.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의 사생활이 침해된 정황도 드러났다. 2020년 무렵 한 차고 안에 주차된 독특한 차량이 직원들의 눈길을 끌었다. 1977년 007시리즈 ‘나를 사랑한 스파이’에 등장한 잠수정 모양의 흰색 로터스 에스프리 차량이다. 이 차의 소유자는 2013년 경매에서 96만8000달러를 주고 매입한 머스크다. 그가 이 영상의 존재와 공유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확실하지 않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런 공유는 일종의 ‘놀이 문화’였다는 게 직원들의 증언이다. 테슬라는 캘리포니아 샌마테오와 뉴욕 버펄로에서 데이터허브를 운영했다. 샌마테오 사무실은 대부분 20대와 30대 초반 젊은 직원들로 구성됐다. 재미있는 밈이나 온라인 콘텐츠를 공유하는 게 일상이었던 이들은 차주의 사진·영상에도 이모티콘이나 농담을 덧붙여 다른 직원들에게 전파했다.

이 같은 직원들의 폭로는 최근 불거진 테크기업의 ‘개인정보 침해’ 논란에 불을 지필 것으로 예상된다.

공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AI) 로봇 챗GPT는 각국의 규제 심판대에 올랐다. 이탈리아 데이터보호청은 지난달 31일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서방국 최초로 챗GPT 접속을 차단하고 데이터 수집 규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