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 월드뉴스 총정리 4월4일] 간밤 월드뉴스를 총정리하는 한국경제신문 조재길 특파원의 핵심이슈입니다. 글로벌마켓나우 방송에서 사용한 파워포인트(PPT)가 기사 하단에 첨부돼 있습니다.(다운로드 가능)

정유주 뛰고 항공주 지고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주도한 ‘원유 깜짝 감산’ 여파가 하루종일 뉴욕증시에 미쳤습니다. 지난 주말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 회원국 중 사우디 등 9개 국가는 하루 총 166만 배럴 규모의 감산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작년 10월에 내놨던 하루 200만 배럴 감산을 합하면 총 366만 배럴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글로벌 하루 수요량의 3.7% 수준입니다.

유가는 급등했습니다.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배럴당 4.75달러(6.3%) 오른 80.42달러, 북해산 브렌트유는 5.04달러(6.3%) 뛴 84.93을 기록했습니다.

덕분에 정유주가 일제히 상승 마감했습니다. 마라톤오일(MRO) 9.89%, 옥시덴탈 페트롤리엄(OXY) 4.40%, 엑슨모빌(XOM) 5.90%, 셰브런(CVX) 4.16% 등이었습니다.

반면 항공주는 밀렸습니다. 영업비용 중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용이 25~30%에 달할 정도로 높기 때문입니다. 아메리칸항공(AAL) -2.24%, 유나이티드항공(UAL) -2.03%, 델타항공(DAL) -1.52% 등을 기록했습니다.

유가 강세 전망한 월가…“100달러 시간 문제

월스트리트에선 유가 강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늘었습니다.

티나 텡 CMC마켓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경제 재개방과 함께 러시아는 (배럴당 60달러로 묶은 원유 가격 상한제에 대한) 보복성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동시 다발적 감산까지 겹치면서 브렌트유는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스티븐 엘리스 모닝스타 전략가는 “OPEC+ 회원국들이 공식 회의가 아니라 (주말에) 비공식적으로 감산 발표를 내놓은 게 더 놀랍다”며 “다만 회원국들의 실제 감산량은 발표 수치보다 적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골드만삭스도 태도를 바꿨습니다. 지난달 18일 “경기 침체 경고음이 커졌다”며 유가 전망을 낮췄으나 이번에 다시 올렸습니다. 올해 말 브렌트유 가격은 95달러, 내년 말엔 100달러가 될 것으로 봤습니다. 보름 전 수치 대비 배럴당 5달러가량 올린 겁니다.

이언 쿠퍼맨 오메가패밀리오피스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여행 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전략비축유(SPR)를 다시 채워야 할 처지”라며 “골드만삭스의 유가 전망 상향에 동의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정유주 외 다른 종목 투자엔 신중해야 한다”며 “침체가 오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제조 심리 침체 예고…“Fed,센 긴축 못할 것

공급관리협회(ISM)의 3월 기준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6.3으로 저조했습니다. 경기 위축을 뜻하는 50을 밑돈 건 물론 시장 예상치 평균(47.7)도 한참 밑돌았습니다. 2020년 5월 이후 약 3년 만의 최저치였습니다.

신규 주문과 고용, 지불 가격 등이 일제히 하락했는데, 특히 신규 주문(44.3)은 전달 대비 2.7포인트 하락해 경기 침체 수준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줬습니다. 3월 고용 수치는 46.9로, 2020년 7월 이후 가장 낮았습니다.

빌 애덤스 코메리카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저조한) ISM 제조업 수치 발표로 5월 기준금리 인상 여부가 불투명해졌다”며 “인플레이션 압력 둔화는 반갑지만 문제는 서비스업 숫자”라고 강조했습니다. 제조업과 상품은 침체를 보이지만 서비스업은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겁니다.

ISM 제조업 지표 공개 이후 내년 1월까지 기준금리를 인하할 확률이 조금 더 높아졌습니다. 경기 침체가 닥치면 Fed가 피봇(금리 정책 전환)에 나설 수밖에 없으리란 겁니다.

테슬라 주가는 왜 급락했나?

테슬라(TSLA) 주가는 이날 6.12% 떨어졌습니다. 주당 194달러까지 밀렸습니다.

지난 1분기에 총 42만2875대의 기록적인 인도 실적을 냈으나, 시장 예상치 중간값(43만2000대)에 못 미쳤습니다. 다만 작년 동기 대비 36%, 작년 4분기 대비 4% 각각 늘어난 수치입니다.

베스트셀링카인 모델3와 Y 판매가 압도적이었습니다. 반면 고급형인 모델S와 모델X 비중은 전체의 2.5%로 축소됐습니다.

테슬라 주가가 밀린 또 다른 이유는 그동안 가파르게 뛰었기 때문입니다. 1분기 차량 인도 실적 발표를 앞두고 기대가 컸는데, 막상 숫자가 나온 뒤 차익실현 매물이 급증했습니다.

리비안(RIVN) 주가 역시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날 1.61% 하락했습니다.

1분기 인도량은 7946대로, 시장 예상치(8000대)보다 조금 적었습니다.

Fed·월가의 경제·증시 전망은?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총재는 “국제 유가 상승이 Fed 일을 조금 더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최근의 금융 혼란이 Fed 정책을 바꿀 거란 월가의 시각이 문제”라며 “우린 길을 걸으면서 동시에 껌을 씹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은행 안정과 물가 안정을 동시에 추구하는 게 가능하다는 겁니다. 시장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조기 금리 인하 기대를 낮추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제러미 시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Fed는 연내 성장률이 정체될 것이라고 이미 예고했다”며 “(사실상 Fed가 유도하는) 경기 둔화에 대한 Fed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올해 2~4분기 증시가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데이비드 코스틴 골드만삭스 수석전략가는 “역사적으로 금리 인상 주기가 끝날 때 주가가 상승했다”며 “1983년 이후 금리 인상 종료기마다 증시는 3개월 평균값 기준 8%씩 뛰었다”고 말했습니다. 총 6차례의 금리 인상기 중 5번 올랐다고도 했습니다.

그는 “다만 연말 S&P500지수가 4000에 그칠 것”이라며 “6월에 금리 인상을 종료한 뒤 증시가 반짝 뛰었다가 다시 낮아질 것이란 의미”라고 강조했습니다. 단기 상승하더라도 과거와 달리 실적 역풍을 맞을 것이란 얘기입니다.

마이크 윌슨 모간스탠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기술주는 경기가 바닥을 친 후에야 강하게 반등하는 전형적인 경기 순환주”라며 “시장의 저점을 기다리되 당분간 방어주로 피신할 만하다”고 소개했습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