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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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글로벌 금융시장에는 모처럼 낙관론이 넘쳤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촉발된 은행 위기가 소강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인플레이션도 진정 기미를 보여서다. 그러나 일요일인 2일(현지시간) 전해진 OPEC+의 전격적인 감산 소식은 ‘골디락스’(경제성장과 물가안정이 공존하는 상태)를 기대하는 시장 관계자들에게 ‘찬물’을 끼얹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유가 전망 속속 상향

UBS "유가 6월에 100달러"…OPEC+, 잡혀가는 물가에 기름 부어
이날 OPEC+의 주요 회원국은 추가 감산 계획을 공개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하루 50만 배럴을 감산하겠다고 나섰고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카자흐스탄, 알제리, 오만, 가봉 등이 동참했다. 이들 국가의 총 감산량은 하루 116만 배럴이다. 발표 다음 날인 3일 OPEC+ 장관급 감시위원회(JMMC)는 화상회의 뒤 성명을 내고 “자발적인 감산 결정은 원유시장 안정을 위한 예방 조치”라며 지지했다. 감시위는 “러시아의 앞선 결정(하루 50만 배럴 감산)까지 합치면 하루 감산 규모는 166만 배럴”이라고 했다. OPEC+가 지난해 10월 하루 20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결정한 것까지 합치면 세계 원유 수요의 3.7%에 해당하는 하루 366만 배럴이 감산된다.

OPEC+의 기습적인 감산 계획 공개에 국제 유가는 일제히 급등세를 보였다.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장중 8%대 급등해 배럴당 81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는 7% 넘게 뛰며 장중 86달러에 거래됐다.

주요 금융사는 앞다퉈 유가 전망을 상향하고 있다. UBS는 6월까지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예상 밖의 하루 100만 배럴 수준 공급 감축이 1년가량 이어지면 유가가 배럴당 20~25달러 정도 오른다”고 분석했다. 대니얼 하인스 호주&뉴질랜드은행 원자재부문 선임연구원은 “연말까지 국제 유가가 100달러에 이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연말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를 배럴당 90달러에서 95달러로 높여 잡았고, 내년 말 전망치도 100달러 수준으로 상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과거에 비해 OPEC+의 (원유) 가격 결정력이 상당하다”고 분석했다.

높아지는 경기침체 우려

국제 유가 상승으로 글로벌 경기 전망도 다시 어두워지고 있다. 이날 2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연 4.1%대로 상승했고, S&P500선물과 나스닥100 선물은 하락세로 반전하는 등 주요 가격지표가 일제히 경기둔화를 예상하는 쪽으로 움직였다. 미 달러화도 강세로 돌아섰다.

지난주까지는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가격 지수가 예상을 밑돌자 미 중앙은행(Fed)의 다음달 기준금리 동결 기대로 주가가 오르는 등 전망이 밝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우린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원유 가격이 에너지 등 생활 필수재 가격에 영향을 미쳐 물가를 밀어올릴 것으로 예상되나 Fed가 더 급격하게 금리를 올리기는 쉽지 않아서다. SVB 파산에 이어 크레디트스위스(CS)가 대규모 부실이 발생해 UBS에 인수되는 등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엔 자산 7조달러(약 9123조원)의 미 증권회사 찰스슈와브가 대규모 채권 손실로 휘청이며 위기감이 높아졌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