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긴축 해머 내려친 파월, '나쁜 고용' 기다리는 월가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의 상원 증언을 앞둔 7일(미 동부시간) 아침 뉴욕 금융시장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아시아에서 호주중앙은행(RBA)은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해 3.60%로 높였습니다. 하지만 성명서에서 기존의 '앞으로 몇 달 동안'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언급을 삭제하고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로 돌아가도록 보장하기 위해 긴축 정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수위를 낮췄습니다. 특히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났다고 명시적으로 밝혔습니다. 이는 여러 번의 금리 인상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비둘기파적 어조에 호주 달러를 급락했습니다. 전날 한국에 이어 대만과 태국, 필리핀의 소비자물가(CPI)도 예상보다 더 낮아졌습니다.

뉴욕 채권시장의 금리는 아침 소폭 내림세를 보였고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오전 9시 30분 강보합 수준으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전반적으로 관망세가 짙었죠. 투자자들은 파월 의장이 3월 50bp 인상 가능성을 부인해주기를 바랐습니다. 데이터트랙 리서치는 "시장이 파월 의장에게서 듣고 싶은 건 3월 50bp 인상이 테이블에서 제외되어 있다는 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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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가 되자 파월 의장의 기조 발언 전문이 Fed 홈페이지에 먼저 공개됐습니다. 순간 금리는 치솟고 주가는 급락했습니다. 핵심은 두 가지였습니다.

① "최근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왔다. 궁극적 금리 수준은 이전 예상보다 높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 최종금리가 5.1%보다 더 높을 수 있다.

② "전반적 데이터가 더 빠른 긴축이 필요하다는 것을 가리킨다면 우리는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다." → 금리 인상 속도를 다시 50bp로 높일 수 있다.

시장이 우려하던 50bp 인상의 문을 열었고, 이를 통해 최종금리는 예상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밝힌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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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파월 의장은 ③ "1월 경제지표에서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가 부분적으로 반전됐다. 일부는 계절에 맞지 않는 1월의 따뜻한 날씨를 반영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전의 폭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이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당시 예상보다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④ "주거비를 제외한 근원 서비스 물가는 디스인플레이션 조짐이 거의 없다." ⑤ "성장 둔화에도 불구하고 노동 시장은 여전히 극도로 빡빡하다." 등 매파적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긴축의 완전한 효과는 아직 느껴지지 않았다"라는 비둘기파적 발언도 있었지만, 발언 전체의 기조를 바꾸지는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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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20분께 청문회가 시작되자 그는 기조발언문을 그대로 읽었고 의원 질문에 답했습니다. 답변에서도 파월 의장은 “우리가 어느 정도 보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디스인플레이션)의 반전을 실제로 보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근원 수준에서 지속하고 있다”, "우리가 너무 긴축했다는 것을 암시하는 데이터는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FOMC에서 그는 "Fed가 금리를 너무 많이 올리지 않도록 더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했던 것과는 크게 다른 톤입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 의원(민주)이 "금리를 계속 인상한다면 일자리를 잃게 되는 200만 명에게 뭐라고 하겠냐"라고 비판하자 파월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을 그만두고 인플레이션이 5~6%로 유지된다면 그 사람들이 더 나아지겠냐"라고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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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 정책을 잘 반영하는 국채 2년물 금리는 5% 근처까지 치솟더니 오후 1시 20분께 5%를 넘었습니다. 오후 4시께 전날보다 11.8bp나 폭등한 5.019%로 마감했습니다. 2007년 이후 최고입니다. 3년물도 역시 2007년 이후 최고 4.73%까지 올랐고, 5년물은 4.3%를 넘었습니다. 높은 금리가 길게 유지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10년물은 한때 4%를 넘었지만 결국 1.1bp 오른 3.975%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매파로 변신한 파월 의장 탓에 경기 침체 불안이 짙어진 탓입니다. 침체를 가리키는 징후인 2년물과 10년물의 수익률 곡선 역전의 폭은 100bp가 넘어 1981년 9월 이후 최대로 벌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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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3월 50bp 인상 가능성은 70%를 넘었고, 최종금리 예상도 5.65%에 육박했습니다. 기준금리를 5.5~5.75% 범위로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는 뜻입니다.

통화 정책을 잘 좇아가는 달러화도 폭등했습니다. ICE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1.2% 뛴 105.6을 기록했습니다. 3개월 내 최고입니다. 유가도 침체 철퇴를 맞았습니다. 5거래일 상승세를 이어가던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오늘 배럴당 3.6%(2.88달러) 급락한 77.58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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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는 "파월 의장은 최종금리가 예상보다 더 높을 수 있고, 데이터가 강하게 나오면 50bp 인상을 준비할 수 있다고 했다. 우리는 3월 FOMC에 앞서 나올 데이터가 혼조세를 보이겠지만 총합으로는 강할 것으로 본다. 3월 회의에서는 아주 근사하게 25bp 인상 예상을 유지하지만 50bp 인상 위험도 있다고 본다. 3월에 25bp를 올리든 50bp를 높이든 간에 3월 점도표의 중간값이 기존 5.1%보다 50bp 높은 5.5~5.75% 사이에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또 우리는 자체 최종금리 예상도 5.5~5.75%로 높였다. 7월 25bp 인상을 추가한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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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탄데르의 스티븐 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오늘 파월 의장의 발언은 작년 8월 잭슨홀 연설을 생각나게 한다. 핵심을 찔렀고 간단했다. 중요한 것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매파적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2월 1일 FOMC 기자회견 발언을 재방송하지 않았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그는 1월 강력한 경제 데이터가 일부 따뜻한 날씨 때문이라고 말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이 1월 FOMC 때 예상보다 높게 일어나고 있다'라고 명확히 했다. 나는 이미 금리 인상 속도를 25bp로 낮춘 상태에서 3월 50bp 인상 가능성이 작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데이터가 더 빠른 긴축이 필요하다는 것을 나타내면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나는 여전히 3월 25bp 인상 관측을 고수하지만, 파월이 50bp 인상의 문을 열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라고 설명했습니다.

LH메이어 매크로는 "파월 의장의 발언은 데이터가 이제 그들이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지 않도록 설득해야 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들이 지금과 다른 확신을 갖지 않는 한 3월에 50bp를 인상하리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3월 FOMC가 50bp를 올릴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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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 캐피털 CEO는 CNBC 인터뷰에서 "2년물 금리가 지난 2월 2일 이후에 90bp 올랐는데, 이는 21일 거래일 동안 하루 4.3bp 속도로 올랐다는 뜻이다. Fed가 2년물 금리를 추적한다는 것을 고려할 때 이달 말 25bp 인상확률은 희박하거나(slim) 아예 없다. 만약 이번 주 금요일 고용보고서가 시장 예상과 비슷하거나 더 높게 나온다면 희박할 확률도 사라진다"라고 말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파월의 기조 발언은 만약 들어오는 데이터 흐름이 강할 경우 3월 회의에서 50bp 인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문을 열었다. 금요일 고용보고서가 놀라운 결과가 나온다면 더 빠르고 긴 긴축 주기를 나타낼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씨티는 "3월에 50bp 인상을 이뤄지지 않으면 (인플레이션 둔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 정도로 금융여건이 크게 완화될 수 있다. 금요일의 고용 데이터가 강하다면 50bp 인상이 더 가능성 있는 결과가 되리라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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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50bp 인상으로 시장 컨센서스가 바뀌면서 금리가 급등하자, 주가는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다우는 1.72%, S&P500 지수는 1.53% 급락했고 나스닥은 1.25% 내렸습니다. S&P500 지수는 3986.37로 마감해 다시 4000 밑으로 내려왔습니다. 50일 이동평균선(3991) 바로 아래입니다. 로젠버그 리서치의 데이비드 로젠버그 설립자는 "3월 50bp 인상 가능성이 어제 30%에서 오늘 70%가 됐다. 한 달전에는 10%였다. 주식은 싫어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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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다 보니 은행과 에너지, 금속 등 경기민감주가 폭락세를 주도했습니다. 금융업종이 2.60% 폭락하며 11개 업종 가운데 가장 크게 내렸습니다. 작년 12월 이래 최악의 날이었습니다. JP모건이 2.93%, 웰스파고는 4.6% 급락했고 지방은행들은 줄줄이 5% 안팎 내렸습니다. 수익률 곡선 역전은 은행의 순이자마진을 악화시키는 요인입니다. 특히 경기 침체가 오면 기업 부도로 인해 은행의 대출 손실도 증가합니다. 침체가 오면 휘발유 소비도 줄어들지요. 엑손모빌이 1.91% 내리는 등 에너지 업종이 1.75%나 하락한 이유입니다. 산업, 금속주도 크게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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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2일 3월 FOMC에서 50bp 인상이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블리클리 자문의 피터 부크바 설립자는 "Fed가 이미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고 난 뒤여서 현시점에서 다시 50bp로 되돌아갈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마침내 일시 중단할 때까지는 25bp로 인상을 계속할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특히 모두가 지적하듯이 10일 발표될 2월 고용보고서, 14일 나올 2월 소비자물가(CPI)가 예상보다 둔화하는 것으로 나와 1월 데이터가 일시적이었음을 보여준다면 FOMC는 25bp 인상을 선택할 것입니다. 파월 의장도 오늘 답변에서 "3월 FOMC 회의 전에 분석해야 할 매우 중요한 데이터가 두세 개 더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파월 의장의 오늘 발언으로 이들 데이터의 중요성이 더 커졌습니다. 특히 2월 고용이 중요합니다. 월가는 지난달 22만4000개의 신규 일자리가 추가됐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문제는 이런 월가 예측이 최근 너무 틀렸다는 것이죠. 블룸버그에 따르면 신규고용 수치는 최근 연속 10개월 동안 예상치를 상회했고, 월가 추정치보다 평균 10만 개가 더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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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오브아메리카의 예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1월 고용은 51만7000개 증가해 모든 기대치를 상회했다. 우리는 이 중 일부가 소음이며 계절에 맞지 않는 따뜻한 날씨와 관련이 있다고 의심한다. 실제로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은 날씨로 인해 고용이 약 12만 개 늘었다고 추정한다. 또 12월 말 캘리포니아 주립대 노동자 파업이 종료되면서 12월에는 4만 개가 빠지고 1월에는 4만 개가 추가됐을 수 있다. 따라서 1월 신규고용 증가는 35만 개에 가까웠으며, 이는 여전히 매우 강하지만 2022년 하반기 6개월 평균 신규고용(35만7000개)과 일치한다.
2월 고용은 23만 명 증가해 1월에 보인 가속의 상당 부분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경제활동 참여율은 62.4%로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기 때문에 실업률 하락 압력을 가하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실업률은 3.4%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3.3%로 하락할 위험이 있다.
3월 FOMC는 2월 고용뿐 아니라 CPI까지 볼 기회를 얻게 된다. 데이터가 1월 강세가 일시적이었다는 걸 보여준다면 Fed의 내러티브는 완화될 것이다. 위험 관리 차원에서 50bp 인상에 반대할 수 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나쁜 소식이 Fed에게 좋은 소식이 될 것이다."

웰스파고는 다음과 같이 추정합니다.

"2월 고용보고서는 경제 및 통화 정책에 대한 단기 전망을 평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2월 3일에 발표된 1월 고용보고서는 놀랍도록 강력했다. 비농업 고용은 51만 7000개 증가해 월가 컨센서스의 거의 세 배에 달했다. 실업률은 3.4%로 5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비정상적으로 따뜻한 날씨와 기타 계절적 요인이 1월 고용 수치를 높였을 수 있지만 이러한 요인을 제쳐두고도 지난 몇 달 동안 채용에 있어 부인할 수 없는 모멘텀이 있었다. 작년 12월까지 3개월 동안 비농업 신규고용은 월평균 29만1000개에 달했다. 우리는 2월에는 1월보다 적을 것으로 보지만 27만 개로 여전히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Fed에게는 경제활동 참여율과 평균 시간당 소득에 대한 데이터도 중요할 것이다. 임금 상승률 둔화는 노동력 공급과 수요가 더 건강한 균형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신호가 될 것이다."

CPI와 관련, 오늘 부정적 지표가 하나 나왔습니다. 2월 만하임 중고차 지수가 전월에 비해 4.3%나 오른 것으로 발표된 것이지요. 이는 2009년 4.4% 이후 가장 높은 월간 상승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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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과 긴축 외에 불안 요인이 하나 더 있습니다. 파월 의장은 오늘 증언에서 부채한도 증액에 대한 질문에 대해 "유일한 해결책은 의회다. 부채한도를 실제 올려야 한다. 그것이 유일한 탈출구"라면서 "그렇게 하지 못하면 그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지만, 매우 나쁠 수 있고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에 해를 끼칠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오늘 피치는 부채한도 문제와 관련, "채무불이행(디폴트)을 피하더라도 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엄청난 부채와 이자 비용은 2011년 이후로 계속 악화하였지만, 펀더멘털보다는 강달러와 안전자산으로 여겨져 온 미 국채 덕분에 높은 신용등급을 받아왔는데 부채한도를 둘러싼 논쟁이 지칠 정도로 계속되다 보니 이런 두 가지 장점을 깎아내린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투자자들은 이제는 미 국채가 정말 위험이 없는지 재평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