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재부상한 50bp 인상론…막판 급락 원인 '0D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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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가 매우 좋은 상태이고,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선 더 많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16일(미 동부시간) 아침 쏟아진 경제 지표는 이런 주장을 강화했습니다.
① 예상보다 높은 도매 물가 1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한 달 전에 비해 0.7% 오른 것으로 발표됐습니다. 12월 감소세(-0.2%)에서 돌아섰을 뿐 아니라 월가 예상(0.4%)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이는 작년 6월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이기도 합니다. 12월 PPI도 애초 -0.5%에서 -0.2%로 수정된 것입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6.0% 올라 12월(6.5%)에 비해선 상승세가 둔화했지만 예상(5.4%)에는 역시 못 미쳤습니다. 에너지 가격이 한 달 전보다 5.0% 오르면서 12월 감소세(-6.7%)에서 돌아선 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에너지와 음식료, 무역을 제외한 근원 PPI는 전월 대비 0.6%, 전년 대비 4.5% 증가했습니다. 역시 12월(0.2%, 4.7%)보다 전년 대비로는 둔화했지만, 전월 대비로는 큰 폭으로 뛰었습니다. ② 또 감소한 실업급여 청구
지난주(~2월 11일)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19만4000건으로 직전 주보다 1000건이 감소했습니다. 월가 예상(20만 건)보다도 적었을 뿐 아니라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주간 평균치인 약 22만 건을 계속해서 밑돌고 있습니다. 다만 계속해서 실업급여를 청구한 사람은 이전 주보다 1만6000명 늘어난 169만6000명으로 증가했습니다. ③ 주택 착공 줄었지만, 허가는 증가
1월 주택 착공 건수는 전월 대비 4.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5개월 연속 내림세고, 2020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건축 허가 건수는 한 달 전보다 0.1% 증가했습니다. 전날 발표된 전미 주택건설협회(NAHB)의 2월 주택시장 심리지수가 업황 위축을 나타내는 50 이하인 42로 나왔지만, 전월(35)보다는 큰 폭 상승해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을 보여준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④ 필라델피아 제조업 악화
필라델피아 연방은행이 집계하는 제조업 지수는 2월 -24.3으로 집계되어 1월(-8.9)보다 더 악화했습니다. 월가 추정(-7.5)보다 더 나빴습니다.
PPI가 예상보다 높게 나온데다 실업급여 청구 건수가 여전히 20만 건 이하로 낮게 유지된 것으로 나오자 채권 시장의 금리는 또다시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달러도 오르고요. 라스무센은 "강력한 경제 지표는 5월까지 정책금리의 정점이 5.25%에 이를 것이라는 우리 예측에 상당한 상승 위험이 있음을 의미한다. 미 중앙은행(Fed)은 모든 가능성은 테이블 위에 남겨 놓아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Fed가 50bp 인상 옵션을 다시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죠. 15분 뒤인 오전 8시 45분 연설에 나선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실제 "기준금리의 상단을 5%로 끌어올릴 수 있는 50bp 인상에 대한 강력한 경제적 사례를 보았다"라고 밝혔습니다.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50bp 인상을 논의할 수 있다는 얘기지요. 메스터는 "3월 회의에서 어떤 조치를 할지 아직 말할 준비가 되지 않았고 시장을 놀라게 하고 싶지 않다"라면서도 "금리 인상 폭은 항상 25bp가 되는 게 아니다. 우리가 해온 것처럼 경제가 필요할 때 더 빨리 움직일 수 있고 더 크게 높일 수 있다. 그것은 경제가 어떻게 진화하는지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지금 데이터는 기준금리를 5% 이상으로 끌어올려 한동안 유지해야 한다는 내 의견을 변화시키지 못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경제 재개 등 "여러 이유로 인플레이션 위험이 계속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물가 안정으로 돌아가는 데 시간이 좀 걸리고 약간의 고통 없이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메스터 총재는 올해 FOMC 투표권자는 아니지만, Fed 위원들 목소리가 한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주시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PPI 발표 직후 상승하던 금리는 메스터 총재의 발언이 나오자 한 단계 더 뛰었습니다. 결국, 오후 5시께 미 국채 2년물은 4.8bp 오른 4.666%, 10년물은 5.5bp 상승한 3.862%에 거래됐습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로웬가르트 포트폴리오 편성 헤드는 "이번 주 두 인플레이션 수치(CPI, PPI)는 인플레이션의 끈적함과 그것과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알려준다. 특히 오늘 PPI는 작년 초여름 이후 가장 높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이 희망만큼 빨리 정상 수준으로 돌아오지 않을 수 있고, 그로 인해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아침 9시 30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4~-1.4%에 이르는 꽤 큰 폭의 하락세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개장 직후 S&P500 지수는 -1.4%, 나스닥은 -1.7%까지 하락 폭을 키웠습니다.
그러나 시장의 힘은 여전히 강했습니다. 주요 지수는 하락 폭을 상당 폭 만회해 오후 3시께 지수들은 0.5% 미만으로 하락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시장의 힘은 어디서 나올까요? 월가는 거시 경제적으로 ▲높은 금리를 버텨내는 미국 경제 ▲지속하는 인플레이션의 둔화 추세 ▲중국 유럽 등의 경기 회복 등을 꼽습니다. 1월 CPI, PPI도 전월 대비로는 반등했지만, 전년 대비 둔화 추세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작년 2월 발발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가가 급등했었기 때문에, 올해 2월부터는 그 기저효과도 전년 대비 수치는 더 낮아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골드만삭스는 이달 초 미국 경제의 경착륙 확률을 35%에서 25%로 낮췄는데요. "미국 경제는 그동안 추정해온 것보다 더 높은 실질 금리를 버텨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사이클은 다른 때와 다르다'라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FOMO도 가세하고 있습니다. 예상과 달리 올해 들어서자마자 지수가 폭등하면서 상승장에서 홀로 뒤처질까 걱정하는 이들이 추격매수에 나선 것입니다. 그동안 현금을 들고 관망하던 투자자가 많았지요.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증시가 급등세로 출발하자 많은 투자자는 당황했다. 결론은 FOMO가 되살아났다. Fed가 연착륙을 설계할 수 있을지 의심하는 일부 투자자도 마지못해 랠리에 합류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지수가 계속 상승하자 새 강세장이 시작됐다는 주장도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 BTIG의 조너선 크린스키 기술 전략가는 오늘 "거의 모든 의미 있는 촉매제(1월 고용, 1월 FOMC, 1월 소비자물가, 1월 소매판매 등)가 저가매수의 개입으로 이어졌다. 시장이 지속해서 더 낮게 거래될 수 없다고 느낄 때는 일반적으로 전환점에 가깝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오후 3시가 되자 갑자기 지수는 폭락하기 시작했습니다. Fed의 또 다른 매파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가 "지속적 기준금리 인상이 올해 내내 디스인플레이션 추세를 굳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3월 회의에서 50bp 인상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메스터 총재의 말과 일맥상통합니다. 그는 "지난 회의에서도 50bp 인상을 지지했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말이 전해진 뒤 급락세는 이어졌고, 결국 다우는 1.26%, S&P500 지수는 1.38%, 나스닥은 1.78%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블러드 총재도 역시 메스터와 함께 올해 FOMC 투표권자는 아닙니다. 또 불러드 총재는 오늘 "여전히 최종금리 5.25~5.5%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는데요. 3월에 50bp를 올리자는 것은 선제적으로 5.25~5.5%까지 빨리 가자는 것이지, 기준금리를 기존 최종금리 예상보다 더 높게 올리자는 것은 아니란 얘기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최종금리가 6% 등 시장이 생각하지 않은 수준까지 높아진다면 최악의 경우인데, 블러드나 메스터 총재의 말은 들어보면 여전히 더 높이 올리자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메스터와 불러드가 50bp 인상론을 꺼냈지만, 시카고상품거래소(CME) Fed 워치 시장의 3월 FOMC 50bp 인상 확률은 전날 12.2%에서 오늘 18.1%로 소폭 높아진 데 그쳤습니다.
그렇다면 시장은 왜 갑자기 불러드 총재의 말을 계기로 급락했을까요? 그 배경으로는 0DTE가 꼽힙니다. 0DTE(Zero Days to Expiration)는 최근 월가의 화두입니다. 즉 만기가 24시간(하루)도 남지 않은 옵션을 뜻합니다. 개별 주식 옵션은 일주일 단위로 만기를 맞고, 지수(ETF) 옵션은 하루 만기짜리가 거래되지요.
이런 옵션거래가 폭증하면서 현재 매일 S&P500 지수와 관련된 옵션 거래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 단말기를 보면 그날 가장 적극적으로 거래되는 종목이 나오는데, 그 상위를 0DTE 옵션들이 싹쓸이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옵션이 거래되면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옵션 매수가 늘어나면, 옵션을 판 마켓메이커(JP모건, 골드만삭스 등 주로 대형 금융사)는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헤징을 합니다. 콜옵션을 팔았는데, 주가가 오르면 현물 주식을 사는 식이지요. 이게 심해지면 이른바 감마 스퀴즈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렇게 지수가 오르면 추가 콜옵션 매수가 발생하고, 또다시 헤지를 통해 지수가 추가 상승할 수 있지요. 물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일부에선 이렇게 0DTE와 관련되어 움직이는 하루 거래량이 40~50%에 달한다는 추정이 나오고 있습니다. 워낙 옵션거래가 만기가 짧은 옵션에 몰리다 보니, 변동성지수(VIX)가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VIX는 만기가 27~35일인 옵션만을 계산하기 때문입니다.
아카데미 증권의 피터 치르 전략가는 "이건 도박이나 경마를 보는 것 같다. 이런 하루짜리 만기 옵션거래의 폭증은 시장 변동성을 증폭시켜서 시장을 제대로 읽지 못하게 만든다. 무슨 정보가 나와도 시장이 그에 따라 반응하지 않는다. 정보를 희석하거나 과장된 시장 움직임을 만들 수 있다. 만약 이런 움직임이 더 증폭된다면 아무도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큰 폭락의 날이 올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JP모건의 마르코 콜라노비치 글로벌 리서치 헤드도 어제 보고서에서 만기가 0일인 옵션의 최근 확산은 2018년 2월 볼마게돈 사태와 비슷한 시장 혼란을 일으킬 유사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장 막판 그런 류의 일이 불러드의 말을 계기로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기술주가 하락을 주도했습니다. 비앙코 리서치의 짐 비앙코 설립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어제까지 S&P500 지수 상승 폭의 60%를 메타와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엔비디아, 테슬라 등 단 8개 종목이 만들어 냈습니다. 이들의 시가총액이 올해 들어 1조5330억 달러 증가해서 S&P500 시총 증가액 2조5350억 달러의 60%를 차지했다는 것이죠. 그런데 골드만삭스의 트레이딩 데스크에서는 어제 보고서를 내고 "지난 12거래일(1월 31~2월 15일) 동안 기술주 순매수가 주로 숏커버링에 의해 주도되었다"라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이 기간의 순매수의 80%가 숏커버에 따른 것이었다는 겁니다. 이는 12거래일 동안으로 따지면 지난 10년 동안에 두 번째로 많은 양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참으로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럴 때는 좀 더 큰 그림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JP모건이 보는 시장의 조금 큰 그림을 전해드리겠습니다.
① 인플레이션은 2024년 말까지 2%를 계속 상회할 것이다.
=Fed는 인플레이션이 빨리 둔화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금리를 계속해서 올릴 가능성이 있다. 현재로서는 3월과 5월 25bp씩 인상해 최종금리 5.~5.25%를 유지할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미국이 연착륙 경로에 있는 건 아니다. ② 강력한 노동 시장이 핵심적인 위험이다.
=임금 인플레이션은 완화되고 있지만 노동 시장의 경직성은 임금 상승률이 팬데믹 이전 수준에 가깝게 안정될 것이라고 시사하지 않는다.
③ 더 높은 최종금리가 소비자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소비자 심리는 연착륙, 경착륙을 결정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소비자 지출은 계속되고 있지만, 신용카드 사용이 늘어나고 있다. 또 샌프란시스코 연은이 양적 긴축(QT) 효과를 더해 추정했더니 지금 기준금리는 6%에 달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④ 회사채 시장의 강력한 랠리(금리 하락)는 주의가 필요하다.
=기업 이익 마진이 축소되면서 펀더멘털이 악화할 것으로 보이지만, 회사채 시장은 랠리를 했다. 다만 미국 회사채는 유럽 회사채나 레버리지론(leveraged finance)보다 매력적으로 보인다. 미국의 하이일드 채권의 수익률은 레버리지론(leveraged finance)보다 더 좋은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
⑤ 중국의 경제 재개는 대부분의 기대보다 빨랐다. 이는 글로벌 성장에 적극적인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리오프닝은 주로 모든 자산군에 걸쳐 이미 가격에 반영되었다.
=관광업과 소비는 상승세이고 구매관리자지수(PMI)도 단기 모멘텀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소비 심리는 미국에 비해 약하고, 중국 정부의 재정 부양은 미국처럼 대규모 수준이 아니다. 주택 위기 상황에서 소비의 신뢰도 약할 수 있다.
⑥ 이머징 마켓은 올해 더 나은 해가 될 것이며, 안정적인 미 달러로 혜택을 보게 될 것이다.
⑦ 지정학적인 위험은 계속 크고, 변동성은 원자재 시장에 다시 나타날 수 있다.
=부채한도는 백악관이 싸워야 할 핵심 사안이다. 이에 대한 논쟁은 시간이 흐르면서 미국 달러에 대한 위험 요인이다. 러시아는 3월 원유 생산을 50만 배럴 감산하기로 발표했고 유가는 상승할 수 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① 예상보다 높은 도매 물가 1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한 달 전에 비해 0.7% 오른 것으로 발표됐습니다. 12월 감소세(-0.2%)에서 돌아섰을 뿐 아니라 월가 예상(0.4%)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이는 작년 6월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이기도 합니다. 12월 PPI도 애초 -0.5%에서 -0.2%로 수정된 것입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6.0% 올라 12월(6.5%)에 비해선 상승세가 둔화했지만 예상(5.4%)에는 역시 못 미쳤습니다. 에너지 가격이 한 달 전보다 5.0% 오르면서 12월 감소세(-6.7%)에서 돌아선 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에너지와 음식료, 무역을 제외한 근원 PPI는 전월 대비 0.6%, 전년 대비 4.5% 증가했습니다. 역시 12월(0.2%, 4.7%)보다 전년 대비로는 둔화했지만, 전월 대비로는 큰 폭으로 뛰었습니다. ② 또 감소한 실업급여 청구
지난주(~2월 11일)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19만4000건으로 직전 주보다 1000건이 감소했습니다. 월가 예상(20만 건)보다도 적었을 뿐 아니라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주간 평균치인 약 22만 건을 계속해서 밑돌고 있습니다. 다만 계속해서 실업급여를 청구한 사람은 이전 주보다 1만6000명 늘어난 169만6000명으로 증가했습니다. ③ 주택 착공 줄었지만, 허가는 증가
1월 주택 착공 건수는 전월 대비 4.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5개월 연속 내림세고, 2020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건축 허가 건수는 한 달 전보다 0.1% 증가했습니다. 전날 발표된 전미 주택건설협회(NAHB)의 2월 주택시장 심리지수가 업황 위축을 나타내는 50 이하인 42로 나왔지만, 전월(35)보다는 큰 폭 상승해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을 보여준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④ 필라델피아 제조업 악화
필라델피아 연방은행이 집계하는 제조업 지수는 2월 -24.3으로 집계되어 1월(-8.9)보다 더 악화했습니다. 월가 추정(-7.5)보다 더 나빴습니다.
PPI가 예상보다 높게 나온데다 실업급여 청구 건수가 여전히 20만 건 이하로 낮게 유지된 것으로 나오자 채권 시장의 금리는 또다시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달러도 오르고요. 라스무센은 "강력한 경제 지표는 5월까지 정책금리의 정점이 5.25%에 이를 것이라는 우리 예측에 상당한 상승 위험이 있음을 의미한다. 미 중앙은행(Fed)은 모든 가능성은 테이블 위에 남겨 놓아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Fed가 50bp 인상 옵션을 다시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죠. 15분 뒤인 오전 8시 45분 연설에 나선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실제 "기준금리의 상단을 5%로 끌어올릴 수 있는 50bp 인상에 대한 강력한 경제적 사례를 보았다"라고 밝혔습니다.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50bp 인상을 논의할 수 있다는 얘기지요. 메스터는 "3월 회의에서 어떤 조치를 할지 아직 말할 준비가 되지 않았고 시장을 놀라게 하고 싶지 않다"라면서도 "금리 인상 폭은 항상 25bp가 되는 게 아니다. 우리가 해온 것처럼 경제가 필요할 때 더 빨리 움직일 수 있고 더 크게 높일 수 있다. 그것은 경제가 어떻게 진화하는지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지금 데이터는 기준금리를 5% 이상으로 끌어올려 한동안 유지해야 한다는 내 의견을 변화시키지 못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경제 재개 등 "여러 이유로 인플레이션 위험이 계속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물가 안정으로 돌아가는 데 시간이 좀 걸리고 약간의 고통 없이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메스터 총재는 올해 FOMC 투표권자는 아니지만, Fed 위원들 목소리가 한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주시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PPI 발표 직후 상승하던 금리는 메스터 총재의 발언이 나오자 한 단계 더 뛰었습니다. 결국, 오후 5시께 미 국채 2년물은 4.8bp 오른 4.666%, 10년물은 5.5bp 상승한 3.862%에 거래됐습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로웬가르트 포트폴리오 편성 헤드는 "이번 주 두 인플레이션 수치(CPI, PPI)는 인플레이션의 끈적함과 그것과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알려준다. 특히 오늘 PPI는 작년 초여름 이후 가장 높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이 희망만큼 빨리 정상 수준으로 돌아오지 않을 수 있고, 그로 인해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아침 9시 30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4~-1.4%에 이르는 꽤 큰 폭의 하락세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개장 직후 S&P500 지수는 -1.4%, 나스닥은 -1.7%까지 하락 폭을 키웠습니다.
그러나 시장의 힘은 여전히 강했습니다. 주요 지수는 하락 폭을 상당 폭 만회해 오후 3시께 지수들은 0.5% 미만으로 하락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시장의 힘은 어디서 나올까요? 월가는 거시 경제적으로 ▲높은 금리를 버텨내는 미국 경제 ▲지속하는 인플레이션의 둔화 추세 ▲중국 유럽 등의 경기 회복 등을 꼽습니다. 1월 CPI, PPI도 전월 대비로는 반등했지만, 전년 대비 둔화 추세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작년 2월 발발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가가 급등했었기 때문에, 올해 2월부터는 그 기저효과도 전년 대비 수치는 더 낮아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골드만삭스는 이달 초 미국 경제의 경착륙 확률을 35%에서 25%로 낮췄는데요. "미국 경제는 그동안 추정해온 것보다 더 높은 실질 금리를 버텨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사이클은 다른 때와 다르다'라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FOMO도 가세하고 있습니다. 예상과 달리 올해 들어서자마자 지수가 폭등하면서 상승장에서 홀로 뒤처질까 걱정하는 이들이 추격매수에 나선 것입니다. 그동안 현금을 들고 관망하던 투자자가 많았지요.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증시가 급등세로 출발하자 많은 투자자는 당황했다. 결론은 FOMO가 되살아났다. Fed가 연착륙을 설계할 수 있을지 의심하는 일부 투자자도 마지못해 랠리에 합류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지수가 계속 상승하자 새 강세장이 시작됐다는 주장도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 BTIG의 조너선 크린스키 기술 전략가는 오늘 "거의 모든 의미 있는 촉매제(1월 고용, 1월 FOMC, 1월 소비자물가, 1월 소매판매 등)가 저가매수의 개입으로 이어졌다. 시장이 지속해서 더 낮게 거래될 수 없다고 느낄 때는 일반적으로 전환점에 가깝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오후 3시가 되자 갑자기 지수는 폭락하기 시작했습니다. Fed의 또 다른 매파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가 "지속적 기준금리 인상이 올해 내내 디스인플레이션 추세를 굳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3월 회의에서 50bp 인상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메스터 총재의 말과 일맥상통합니다. 그는 "지난 회의에서도 50bp 인상을 지지했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말이 전해진 뒤 급락세는 이어졌고, 결국 다우는 1.26%, S&P500 지수는 1.38%, 나스닥은 1.78%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블러드 총재도 역시 메스터와 함께 올해 FOMC 투표권자는 아닙니다. 또 불러드 총재는 오늘 "여전히 최종금리 5.25~5.5%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는데요. 3월에 50bp를 올리자는 것은 선제적으로 5.25~5.5%까지 빨리 가자는 것이지, 기준금리를 기존 최종금리 예상보다 더 높게 올리자는 것은 아니란 얘기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최종금리가 6% 등 시장이 생각하지 않은 수준까지 높아진다면 최악의 경우인데, 블러드나 메스터 총재의 말은 들어보면 여전히 더 높이 올리자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메스터와 불러드가 50bp 인상론을 꺼냈지만, 시카고상품거래소(CME) Fed 워치 시장의 3월 FOMC 50bp 인상 확률은 전날 12.2%에서 오늘 18.1%로 소폭 높아진 데 그쳤습니다.
그렇다면 시장은 왜 갑자기 불러드 총재의 말을 계기로 급락했을까요? 그 배경으로는 0DTE가 꼽힙니다. 0DTE(Zero Days to Expiration)는 최근 월가의 화두입니다. 즉 만기가 24시간(하루)도 남지 않은 옵션을 뜻합니다. 개별 주식 옵션은 일주일 단위로 만기를 맞고, 지수(ETF) 옵션은 하루 만기짜리가 거래되지요.
이런 옵션거래가 폭증하면서 현재 매일 S&P500 지수와 관련된 옵션 거래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 단말기를 보면 그날 가장 적극적으로 거래되는 종목이 나오는데, 그 상위를 0DTE 옵션들이 싹쓸이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옵션이 거래되면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옵션 매수가 늘어나면, 옵션을 판 마켓메이커(JP모건, 골드만삭스 등 주로 대형 금융사)는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헤징을 합니다. 콜옵션을 팔았는데, 주가가 오르면 현물 주식을 사는 식이지요. 이게 심해지면 이른바 감마 스퀴즈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렇게 지수가 오르면 추가 콜옵션 매수가 발생하고, 또다시 헤지를 통해 지수가 추가 상승할 수 있지요. 물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일부에선 이렇게 0DTE와 관련되어 움직이는 하루 거래량이 40~50%에 달한다는 추정이 나오고 있습니다. 워낙 옵션거래가 만기가 짧은 옵션에 몰리다 보니, 변동성지수(VIX)가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VIX는 만기가 27~35일인 옵션만을 계산하기 때문입니다.
아카데미 증권의 피터 치르 전략가는 "이건 도박이나 경마를 보는 것 같다. 이런 하루짜리 만기 옵션거래의 폭증은 시장 변동성을 증폭시켜서 시장을 제대로 읽지 못하게 만든다. 무슨 정보가 나와도 시장이 그에 따라 반응하지 않는다. 정보를 희석하거나 과장된 시장 움직임을 만들 수 있다. 만약 이런 움직임이 더 증폭된다면 아무도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큰 폭락의 날이 올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JP모건의 마르코 콜라노비치 글로벌 리서치 헤드도 어제 보고서에서 만기가 0일인 옵션의 최근 확산은 2018년 2월 볼마게돈 사태와 비슷한 시장 혼란을 일으킬 유사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장 막판 그런 류의 일이 불러드의 말을 계기로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기술주가 하락을 주도했습니다. 비앙코 리서치의 짐 비앙코 설립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어제까지 S&P500 지수 상승 폭의 60%를 메타와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엔비디아, 테슬라 등 단 8개 종목이 만들어 냈습니다. 이들의 시가총액이 올해 들어 1조5330억 달러 증가해서 S&P500 시총 증가액 2조5350억 달러의 60%를 차지했다는 것이죠. 그런데 골드만삭스의 트레이딩 데스크에서는 어제 보고서를 내고 "지난 12거래일(1월 31~2월 15일) 동안 기술주 순매수가 주로 숏커버링에 의해 주도되었다"라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이 기간의 순매수의 80%가 숏커버에 따른 것이었다는 겁니다. 이는 12거래일 동안으로 따지면 지난 10년 동안에 두 번째로 많은 양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참으로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럴 때는 좀 더 큰 그림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JP모건이 보는 시장의 조금 큰 그림을 전해드리겠습니다.
① 인플레이션은 2024년 말까지 2%를 계속 상회할 것이다.
=Fed는 인플레이션이 빨리 둔화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금리를 계속해서 올릴 가능성이 있다. 현재로서는 3월과 5월 25bp씩 인상해 최종금리 5.~5.25%를 유지할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미국이 연착륙 경로에 있는 건 아니다. ② 강력한 노동 시장이 핵심적인 위험이다.
=임금 인플레이션은 완화되고 있지만 노동 시장의 경직성은 임금 상승률이 팬데믹 이전 수준에 가깝게 안정될 것이라고 시사하지 않는다.
③ 더 높은 최종금리가 소비자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소비자 심리는 연착륙, 경착륙을 결정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소비자 지출은 계속되고 있지만, 신용카드 사용이 늘어나고 있다. 또 샌프란시스코 연은이 양적 긴축(QT) 효과를 더해 추정했더니 지금 기준금리는 6%에 달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④ 회사채 시장의 강력한 랠리(금리 하락)는 주의가 필요하다.
=기업 이익 마진이 축소되면서 펀더멘털이 악화할 것으로 보이지만, 회사채 시장은 랠리를 했다. 다만 미국 회사채는 유럽 회사채나 레버리지론(leveraged finance)보다 매력적으로 보인다. 미국의 하이일드 채권의 수익률은 레버리지론(leveraged finance)보다 더 좋은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
⑤ 중국의 경제 재개는 대부분의 기대보다 빨랐다. 이는 글로벌 성장에 적극적인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리오프닝은 주로 모든 자산군에 걸쳐 이미 가격에 반영되었다.
=관광업과 소비는 상승세이고 구매관리자지수(PMI)도 단기 모멘텀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소비 심리는 미국에 비해 약하고, 중국 정부의 재정 부양은 미국처럼 대규모 수준이 아니다. 주택 위기 상황에서 소비의 신뢰도 약할 수 있다.
⑥ 이머징 마켓은 올해 더 나은 해가 될 것이며, 안정적인 미 달러로 혜택을 보게 될 것이다.
⑦ 지정학적인 위험은 계속 크고, 변동성은 원자재 시장에 다시 나타날 수 있다.
=부채한도는 백악관이 싸워야 할 핵심 사안이다. 이에 대한 논쟁은 시간이 흐르면서 미국 달러에 대한 위험 요인이다. 러시아는 3월 원유 생산을 50만 배럴 감산하기로 발표했고 유가는 상승할 수 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