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최고급 모델 '울트라' 출격한다?! [서기열의 실리콘밸리나우]
애플이 글로벌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중국에서는 수요 둔화를 극복하기 위해 아이폰 프리미엄 모델의 가격을 전격 인하했습니다. 지난주 실적 발표에서는 우울한 지표가 많았지만 긍정적인 부분도 있었습니다. 또 역대 최고급 모델이 될 것이라는 ‘울트라’에 대한 기대감도 솔솔 커져가고 있습니다. 애플의 최신 소식을 저와 함께 짚어보시죠.

중국 아이폰 가격인하…수요 약세 반증

지난주 애플이 기대 이하의 분기 실적을 발표했죠. 그 연장선상에서 이번주 애플에 대한 눈에 띄는 소식을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이폰은 애플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아이템이죠. 그 가운데 아이폰14 프로와 프로 맥스는 하이엔드 스마트폰을 대표하는 제품입니다.
아이폰 최고급 모델 '울트라' 출격한다?! [서기열의 실리콘밸리나우]
세계 두번째 경제대국인 중국에서 이 두 모델의 소매 판매가격이 최대 10% 인하됐다는 소식입니다. 소매업체들이 가격인하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대표적인 전자상거래업체 징둥닷컴은 아이폰14 프로 가격을 800위안 할인해 7199위안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할인폭은 약 10%에 달합니다. 달러로 환산하면 약 1062달러로 미국 판매가 1099달러보다 쌉니다. 아이폰14 프로맥스도 800위안을 할인한 8199위안에 판매중입니다. 대표적인 소매업체 쑤닝도 이와 같은 수준의 할인을 적용했습니다.

애플이 중국에서 자사 제품의 가격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할인은 굉장히 이례적입니다. 애플의 중국 공식 웹사이트는 아이폰14 프로 7999위안, 아이폰14 프로맥스 8199위안의 기존 가격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봉쇄조치가 해제됐던 2020년 6월에 수요 진작을 위해 가격 인하를 허용한 적은 있었습니다.
아이폰 최고급 모델 '울트라' 출격한다?! [서기열의 실리콘밸리나우]
이번 가격인하는 중국 내 판매 부진을 극복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됩니다.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급격한 침체에 빠졌습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은 2억8580만대로 전년 대비 13.2% 감소했습니다. 3억대를 밑돈 것은 10년 만에 처음입니다. IDC는 애플의 아이폰 출하량이 중국에서 전년 대비 4% 이상 줄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가격인하는 아이폰의 수요 약화를 의미합니다. 에디슨 리 제프리스 애널리스트는 “지난 1월에 3~4% 할인에 비해 이번엔 그 폭이 크다”며 “수요 약화의 신호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제프리스에 따르면 올 들어 첫 38일 동안 아이폰14 모델의 중국 내 판매가는 아이폰13 모델에 비해 28% 더 떨어진 것으로 추산됩니다. 중국에서 아이폰의 수요를 회복시키기 위해 애플이 가격인하를 용인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부진한 아이폰 판매…뼈아픈 실적

이런 아이폰 수요 감소는 지난 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드러났습니다. 애플은 2일(현지시간) 2023 회계연도 1분기(작년 10~12월) 매출이 1171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49% 감소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애플이 분기 매출 감소를 겪은 것은 2019년 이후 4년 만입니다. 또 감소폭은 2016년 9월 이후 가장 컸습니다. 레피니티브가 집계한 월가 애널리스트 추정치 평균인 1211억달러보다도 3.3% 적었습니다.
아이폰 최고급 모델 '울트라' 출격한다?! [서기열의 실리콘밸리나우]
주당순이익(EPS)도 전년 동기보다 10.9% 줄어든 1.88달러로 집계돼 월가 추정치 1.94달러를 밑돌았습니다. 실적 시즌이면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성적표를 공개해왔지만 이번에 7년 만에 처음으로 시장 기대를 밑도는 실적을 내놓은 겁니다.

애플의 주력 상품인 아이폰을 비롯해 맥, 애플워치 등 애플이 기기 매출이 줄어든 것이 뼈아팠습니다. 애플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아이폰의 매출이 657억8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8.17% 감소하며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PC 사업부문인 맥과 웨어러블 기기의 매출도 역성장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앱스토어와 애플TV+ 등 서비스 부문이 매출 207억7000만달러로 6.4% 증가하며 플러스를 기록했을 뿐입니다.
아이폰 최고급 모델 '울트라' 출격한다?! [서기열의 실리콘밸리나우]
팀 쿡 CEO는 실적 부진의 이유를 달러 강세·중국 생산 차질·도전적인 거시경제 환경 등 외부로 돌렸습니다. 쿡 CEO는 "8%에 달하는 달러 강세 역풍이 없었다면 대부분의 시장에서 성장했다"고 말했습니다. 각국에서 현지 통화 기준으로는 매출이 늘었지만 달러로 전환하면서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입니다. 중국에서 가격인하를 용인한 것도 이런 측면에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아이폰 최고급 모델 '울트라' 출격한다?! [서기열의 실리콘밸리나우]
코로나 봉쇄로 인한 중국 정저우 공장에서 소요 사태가 발생하며 고가 모델인 아이폰14 프로와 프로맥스의 생산이 줄어들었던 것도 매출에 타격을 줬습니다. 쿡 CEO는 "현재는 생산 속도가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돌아왔다"고 밝혔습니다.

아이폰 '울트라' 나올까?

쿡 CEO가 실적 발표 때 등장해 회사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들을 했는데요. 여기서도 몇가지 주목할 변화가 포착됐습니다. 초고가 모델 울트라의 출시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쿡 CEO는 아이폰의 평균 판매가 상승이 지속 가능하냐는 질문에 “가격인상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소비자들을 더 지출하도록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는 “아이폰이 사람들의 삶에 필수가 됐다”며 “사람들은 감당할 수 있는 범주에서 최고의 제품을 얻기 위해 기꺼이 노력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새로운 기능을 제공하는 아이폰의 고급 모델에 대한 가능성을 암시한 겁니다.
아이폰 최고급 모델 '울트라' 출격한다?! [서기열의 실리콘밸리나우]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내부적으로 아이폰 고급형 모델을 새롭게 내놓을 것을 논의했습니다. 이미 프로와 프로 맥스 모델을 기본 모델과 많이 차별화했죠. 아이폰 새로운 모델을 살 때 프로 이상의 모델을 사지 않으면 크게 이점이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기도 했습니다.

올해 하반기 아이폰15을 내놓을 때도 모델별로 차별화를 확실히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더 좋은 소재, 부품, 프로세서, 카메라 등이 사용될 예정입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아이폰15 프로 맥스 모델에는 한층 업그레이드 된 광학 줌 기능을 제공하는 잠망경 렌즈 기능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블룸버그는 이런 고급화 전략이 최고급 모델인 ‘울트라’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란 추측으로 이어진다고 보도했습니다. 애플은 지난해 9월 애플워치에 기존과 다른 최고급 버전인 ‘울트라’를 추가했습니다. M1 프로세서의 최상위 버전에도 ‘울트라’라는 이름을 사용했죠. 프로 맥스 위에 한단계 더 높은 ‘울트라’라는 최고급 모델을 새롭게 추가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블룸버그는 2024년 아이폰 출시에 맞춰 최상위 모델을 만드는 것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한 적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좋은 성능의 카메라 기능, 더 빠른 프로세서, 더 큰 디스플레이 등 기능적으로 눈에 띄는 개선이 있어야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애플의 자체 실적 전망

애플의 이번 분기 실적에 대한 자체 전망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루카 마에스트리 CFO는 실적 발표일 애널리스트들과 컨퍼런스콜에서 향후 전망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는 “아이폰의 2분기(1~3월) 매출 성과가 전년 동기 대비 기준 이전 분기보다 나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1분기에 8% 이상 하락했는데 이보다 나을 것으로 본 겁니다. 중국 공장의 생산 회복 덕분입니다.
아이폰 최고급 모델 '울트라' 출격한다?! [서기열의 실리콘밸리나우]
마에스트리 CFO는 “회사 전체로 봤을 때 3월 분기 매출 성과가 12월 분기 실적과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맥과 아이패드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두자릿 수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도 언급했습니다.

다만 “서비스 분야는 거시경제 역풍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매년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한 것은 긍정적입니다. 또 매출총이익률(gross margin)이 43.5~44.5%로 예상한 것도 주목해 볼 만합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12월에 끝나는 분기에 올렸던 38.4%에 비해서도 훨씬 높은 수치입니다. 그만큼 수익성이 높다는 거죠.

애플을 보는 월가의 시각

애플의 기대 이하의 실적에도 불구하고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기존의 긍정적인 의견을 유지했습니다. 40개 금융투자사 가운데 10곳이 강력 매수, 22곳이 매수 의견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중립은 7곳, 비중 축소는 1곳에 불과합니다. 애널리스트들이 제시한 목표주가 평균은 168달러로 약 10%의 상승 여력이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아이폰 최고급 모델 '울트라' 출격한다?! [서기열의 실리콘밸리나우]
모건스탠리는 “거시경제와 공급 역풍에도 애플의 플라이휠은 계속 돌아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떠있는 바퀴라는 뜻인데요 한번 가속도가 붙으면 관성으로 돌아가는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처음 제시한 용어인데요. 아마존의 효율성이 높은 선순환 판매 구조를 이야기합니다. 애플도 이런 구조가 잘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죠.

특히 현재 진행중인 3월 분기에 매출 개선을 예상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최고의 매출총이익률을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부진한 실적 발표 후 주가가 떨어지면 이상적인 매수 기회가 될 것이라고까지 말했습니다.

에버코어ISI는 “아이폰은 필수 소비재로 인식되고 있으며 아이폰 외 수익원의 다양성을 검증했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현재 전세계에서 이용중인 애플 기기가 20억개에 달한다는 것은 상당한 수익 창출의 기회라고 평가했습니다.
아이폰 최고급 모델 '울트라' 출격한다?! [서기열의 실리콘밸리나우]
반면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소비자 지출 감소 등의 우려가 단기적으로 긍정적인 측면보다 더 크다면서 중립 등급을 유지했습니다. 번스타인은 “2023 회계연도에 매출이 확실히 감소할 것”이라며 “반면 숫자가 재설정되고 있고 2024 회계연도에는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애플의 다양한 소식들 전해드렸습니다. 중국에서 아이폰 가격인하는 수요 약화를 반영하고 있는데요. 지난 분기에 기대 이하의 실적을 거둔 애플이 거시경제의 역풍을 이겨내고 올해 선방할 수 있을지 함께 지켜보시죠.

실리콘밸리에서 한국경제신문 서기열 특파원이었습니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