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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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미국 경제에 대해 엇갈린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경기 침체가 아니라 성장을 거의 하지 않는 경기 둔화가 올 것으로 내다봤지만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침체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경제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3일(현지시간) CNN 방송에 따르면 무디스는 “올해 미국은 경기 침체를 피하는 대신 내년까지 지속적인 ‘슬로세션(slowcession)’을 겪을 것”이라고 했다. 침체 대신 저성장세를 이어간다는 의미다. 무디스에 따르면 슬로세션은 제로(0)에 가까운 성장을 뜻한다.

마크 잔디 무디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거의 모든 시나리오에서 올해 미국 경제는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은 빠르게 둔화하고 있고 펀더멘털(기초체력)이 건전하기 때문에 약간의 운과 Fed의 합리적인 결정만 있다면 완전한 침체는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는 경기 침체의 전조 증상이 보이지 않는다고도 강조했다. 잔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일반적으로 침체를 앞두고 몇 달 전부터는 가계와 기업의 과도한 레버리지, 투기적 자산시장 등으로 경제가 어렵지만 지금은 이런 불균형이 보이지 않는다”며 “은행들도 충분한 자본을 확보하고 있고 소비자의 저축도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긴축에 따른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지난 2개월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둔화됐지만 Fed의 피벗(정책 전환)을 이끌어내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는 피벗의 조건으로 실업률 상승과 임금 상승률 둔화를 꼽았다. 노동시장이 냉각돼야 Fed가 피벗을 검토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금리를 너무 빨리 낮추면 인플레이션이 원점으로 돌아올 것이고 물가 안정을 보장하는 Fed의 신뢰도를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에 조기 완화는 없을 것”이라며 “주식시장과 달리 Fed는 침체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