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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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주가 폭락의 ‘주범’은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사진)라는 원성이 시장에서 일고 있다. 머스크가 소셜미디어 트위터를 인수한 뒤 테슬라 주가는 30% 가까이 급락했고, 13일(현지시간) 장중 한때 시가총액 5000억달러가 붕괴됐다. ‘머스크 리스크’가 내년에도 이어지며 테슬라 주가의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테슬라 주가가 하락하면서 ‘서학개미’들의 수익률에도 비상이 걸렸다.

머스크, 슈퍼히어로에서 악당으로

이날 나스닥시장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날보다 4.09% 하락한 160.95달러에 마감했다. 2020년 11월 이후 2년여 만에 최저치다. 시총은 장중 5000억달러(약 649조원) 아래로 무너졌다가 간신히 회복하며 마감했다. 이날 미국의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 7.1%)이 시장 추정치보다 낮게 나오면서 성장주 대부분이 상승 마감했지만 대표 성장주로 대접받아왔던 테슬라는 예외였다.

올 들어 이날까지 테슬라 주가는 59.7% 떨어졌다. 머스크가 지난 10월 27일 트위터를 인수한 이후 이날까지 낙폭은 28% 이상이다. 반대로 같은 기간 완성차업체인 포드 주가는 4.3%, 제너럴모터스(GM)는 1.5% 올랐다.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 주가도 5.8% 상승했다.
추락하는 테슬라, 주범은 머스크?…트위터 인수 후 주가 30% 폭락
시장에서는 머스크의 존재 자체가 테슬라 주가를 위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위터 인수 자금 확보를 위한 주식 매도, 트위터 인수 이후 테슬라 경영 소홀, 정치적인 트윗 등이 문제로 지목된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는 “월스트리트 기준으로 머스크는 테슬라 주가에 있어 슈퍼히어로에서 악당으로 변했다”고 꼬집었다. 블룸버그는 “테슬라 주식이 이렇게 싼 적이 없었지만 주가는 여전히 더 내려갈 수 있다”며 “새해에도 트위터와 관련한 머스크 리스크가 테슬라에 악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중국 시장의 수요 부진, 픽업트럭 출시 연기 등 테슬라를 둘러싼 대내외적 환경도 문제다

서학개미도 손실… 저가 매수 수요도

한국 투자자들도 손실을 보고 있다. 1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테슬라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해외주식형 주가연계증권(ELS)은 291개, 발행액은 448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이미 ‘녹인(knock-in·원금 손실 조건)’이 발생한 ELS는 12개, 발행 규모는 481억원이었다. 올해 테슬라를 기초로 한 ELS 금액 중 이미 10.7%가 원금 손실이 확정된 셈이다. 원금 손실이 발생한 ELS 다수는 테슬라 주가가 250달러 이상이던 지난 1분기에 발행됐다.

ELS는 특정 주가지수나 종목이 일정 수준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비교적 고금리 이자를 주는 파생상품이다. 테슬라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ELS 상당수는 발행 당시 주가의 40~50% 수준을 ‘녹인 배리어(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주가 기준)’로 정했는데, 이보다 주가가 더 떨어지면서 원금 손실이 속출했다.

그러나 저점 매수에 나선 투자자도 상당하다. 최근 한 달(11월 14일~12월 13일)간 서학개미는 테슬라를 3억410만달러어치 순매수했다.

허세민/배태웅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