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드디어 드론 배송을 시작합니다. 약 10년 전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처음 공개했던 계획이 이제 실현되는 겁니다. 이와 함께 매출 둔화에 직면한 아마존은 이번주 1만명 규모의 정리해고를 단행합니다. 기술 혁신을 통해 핵심사업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고, 현재의 위기를 적극적인 비용 절감으로 돌파하려는 아마존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저와 함께 살펴보시죠.

오늘 실리콘밸리나우는 기술에 대한 얘기로 먼저 시작합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은 테크 분야에서 혁신을 이끌고 있는 빅테크 기업이기도 합니다. 드론을 이용한 물품 배송을 올해 시작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드론 배송을 처음 발표한지 거의 10년 만의 일입니다.


이런 드론 배송 프로그램 이름은 ‘프라임 에어’입니다. 캘시 헨드릭슨 프라임에어 드론 프로그램 선임매니저는 CNBC와 인터뷰에서 배송용 드론 MK27-2를 공개했습니다. 올해 말까지 캘리포니아주 록퍼드와 텍사스주 칼리지스테이션에서 드론 배송을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보신 것처럼 드론의 직경은 약 5.5피트(약 1.68m), 무게는 80파운드(약 36.3kg)입니다. 성인의 키와 비슷하고 초등학생 몸무게 정도 나간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게 5파운드(2.5kg) 미만의 신발 상자 크기의 상자를 이렇게 넣고 배송하는 구조입니다.
아마존의 비밀병기 '드론배송' '물류센터 로봇' 또 세상 바꿀까? [서기열의 실리콘밸리나우]
상자를 드론의 뒤쪽에 싣고 6개의 프로펠러를 이용해 수직으로 이륙합니다. 드론의 육각형 모양의 몸체가 날개 역할을 해서 시속 50마일(약 시속 80km)의 속도로 날아갑니다. 왕복 12km를 비행할 수 있다고 합니다.

배송할 곳에 도착하면 수직으로 하강해 아래에 장애물이 없는지 적외선으로 파악하고 배송 상자를 지상 12피트(약 3.7m) 높이에서 떨어뜨립니다. 완전 자율주행으로 비행하며 다른 비행물체를 만나면 주변으로 우회해 날아갑니다. 또 아래에 충분한 공간이 있어야 상자를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아래에 강아지와 같은 반려동물이나 사람이 있다면 적외선으로 이를 감지해 물건을 떨어뜨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마존의 비밀병기 '드론배송' '물류센터 로봇' 또 세상 바꿀까? [서기열의 실리콘밸리나우]
현재 이 드론이 배송할 수 있는 물건은 수천개 수준이라고 합니다. 3.7m 높이에서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아야 하므로 배송 가능한 물건이 기대보다 적습니다. 아마존이 팔고 있는 어마어마한 제품군에 비하면 너무 작은 비율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헨드릭슨 선임 매니저는 “이러한 모든 제품이 배송될 때 모두 문제가 없는지 확인했으며 배송 후 물건이 손상되지 않도록 보장하는 특수 포장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드론 배송으로 대표되는 프라임 에어는 2013년 첫 테스트를 시작한 이후 기술 개발이 더뎠습니다. 2016년 단일 드론 배송을 시작했지만 전복과 충돌이 자주 일어나며 배송에 차질을 빚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던 중 2020년 8월 미국 연방항공국(Federal Aviation Administration)이 아마존에 드론 운영을 승인하며 전기를 마련했고 드디어 올해 말 이렇게 일부 지역이긴 하지만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아마존은 차기 드론 모델인 MK30도 공개했습니다. 현재 모델인 MK27-2보다 더 작고 소음이 25% 적으며, 가랑비 정도는 맞으면서 비행할 수 있는 제품입니다.

아직은 대량 배송을 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지만 향후 기술 개발이 본격화된다면 배송의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본업인 전자상거래의 배송에서 한단계 진전된 국면을 맞이하게 되는 거죠.
아마존의 비밀병기 '드론배송' '물류센터 로봇' 또 세상 바꿀까? [서기열의 실리콘밸리나우]
아마존은 또 최신 로봇 기술도 선보였습니다. 지난주 미국 매사추세츠주 웨스트보로에 있는 아마존 로보틱스 이노베이션 허브에서 열린 로봇 컨퍼런스 ‘딜리버링 더 퓨처’ (Delivering the Future)에서 새로운 로봇 공학과 운송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여기서 주목 받은 것은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물건을 들어 올리고 분류할 수 있는 로봇 팔 ‘스패로(Sparrow)’였습니다.

방금 보신 것처럼 스패로는 컴퓨터 비전과 인공지능(AI)를 활용해 배송할 제품을 집어 능숙하게 상자에 집어넣을 수 있습니다. 로봇 표면에 부착된 흡입 컵을 통해 물체를 단단하게 잡을 수 있고, 다양한 곡률과 크기의 물건들을 다 집어서 처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스패로는 아마존 재고 제품의 65%를 식별할 수 있다고 합니다. 수백만개 물품을 분류하고 상자에 집어넣는 단순 작업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자리 없애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아마존은 “스패로는 반복적인 업무를 수행해 직원들이 다른 일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아마존의 비밀병기 '드론배송' '물류센터 로봇' 또 세상 바꿀까? [서기열의 실리콘밸리나우]
아마존은 풀필먼트센터의 자동화를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창고에서 품목을 선택하고, 포장하고 배송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일선 직원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있습니다. 2024년까지 미국에서 고용할 수 있는 직원이 고갈될 수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미리 준비하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마존이 매년 처리하는 50억 개의 배달 물품 가운데 약 75%가 배달 프로세스의 적어도 한 부분에서 로봇에 의해 처리된다고 아마존은 밝혔습니다.

아마존은 이런 창고용 로봇을 만들기 위해 10년 전부터 기술 개발에 집중해왔습니다. 10년 전 키바 시스템스를 7억7500만달러에 인수한 뒤 창고 로봇을 개발해왔습니다. 키바시스템스는 이후 사내 로봇 주문처리 시스템 인큐베이터인 아마존 로보틱스로 발전했습니다.

아마존은 지난 6월 배송 패키지를 분류하고 이동할 수 있는 다른 시스템 외에도 창고 직원과 함께 작동할 수 있는 최초의 완전 자율 로봇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또 창고 기계와 로봇 공학을 개발하는 Cloostermans를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투자와 기술 개발이 새로운 사업이 아니라 핵심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에 집중되고 있다는 게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비용을 줄이고, 사고를 줄이고, 보다 정확한 배송을 이끌어 낸다면 아마존의 물류 부문의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미래를 위한 기술 혁신에는 많은 비용이 소모됩니다. 그렇다고 이를 포기해서는 경쟁력 약화라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겁니다. 고강도 구조조정은 비용 절감으로 실적 개선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결국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겠죠. 배송 분야 기술개발과 대규모 구조조정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아마존이 어떤 결과를 받아들게 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