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롬 파월 의장은 정말 작심한 듯했습니다. 어찌 보면 지난 8월 말 잭슨홀 회의 연설 만큼이나 매파적이었습니다. 위의 발언은 한 기자가 기자회견에서 "지금 시장이 긍정적으로 반응한다"라고 묻자 한 답변입니다.
2일(미 동부시간)은 모두가 기다리던 'Fed 데이'였습니다. 미 중앙은행(Fed)이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친 뒤 결과를 발표하는 날이죠. 발표가 나오는 오후 2시까지 뉴욕 금융시장은 짙은 관망세를 보였습니다. 증시의 주요 지수는 0.1~0.2% 내림세로 출발한 뒤 보합권에서 오락가락했습니다. 금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2년물은 4.52% 수준, 10년물은 4.04% 수준의 전날과 비슷한 보합권에 머물렀습니다.
오후 2시 FOMC는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75bp 올려 3.75~4%로 만들었습니다. 핵심은 통화정책 성명서에 새롭게 들어간 "향후 금리 인상 속도를 결정할 때 그동안 긴축 통화정책의 누적적 효과 및 통화정책이 경제와 물가 등에 미치는 시차, 경제 및 금융 상황의 진전을 고려하겠다"라는 문구였습니다. 지난 3월부터 375bp나 올렸으니 이제는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뜻입니다. 오는 12월부터는 금리 인상 속도를 낮출 것이란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것이죠. 구겐하임 파트너스의 스콧 마이너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오늘의 FOMC 발표를 전환(pivot)이라고 부르지는 않겠지만 Fed는 누적적 긴축의 지연 효과를 기다려야 할 필요성을 인정함으로써 그에 대한 문을 열었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데이터에서 그 근거를 봐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성명서엔 지나친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듯한 새로운 단어도 들어 있었습니다. 기존의 "지속하는 금리 인상이 적절할 것으로 예상한다"라는 문구를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는데 '충분히 제한적인'(sufficiently restrictive) 통화정책 기조를 달성하기 위해 지속하는 금리 인상이 적절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바꾼 것입니다. 최종금리를 더 높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는 "시차와 누적적 효과를 고려하겠다"란 비둘기파적 문구와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으로 풀이됐습니다. 폴 맥컬리 핌코의 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OMC 발표 직전 "Fed는 금리 인상 속도는 낮출 수 있지만, 최종금리는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 그래서 금융여건을 계속 긴축적으로 유지시킬 수 있다"라고 말했는데 그의 예상이 그대로 반영됐습니다.
30분 뒤 열리는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을 앞두고 월가 일부에선 약간의 불안감이 노출됐습니다. 통상 성명서가 비둘기파적일 경우 기자회견이 매파적이고, 성명서가 매파적이면 기자회견에서 비둘기파적으로 발언해 균형을 맞추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불길한 예상은 맞았습니다. 파월 의장은 정말 매파적이었습니다. 그의 주요 발언들을 전합니다.

=어느 시점이 되면 금리 인상의 속도를 낮추는 게 적절할 수 있다. 빠르게는 다음 회의에서 금리 인상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다음 회의 아니면 그다음이 될 수 있다. 아직 정해진 게 없다. 우리는 계속 속도 조절을 보고 있지만, 아직 명확하지 않다.
=금리 인상 속도를 줄이는데 꼭 인플레이션 하락을 봐야 하는 건 아니다.
▶최종금리 더 높다.
=9월 회의 이후의 데이터(CPI)에 따르면 최종금리 수준은 이전 예상보다 높을 것이라는 걸 제시한다.
=우리가 과도하게 금리를 올렸다고 생각하지 말라. 우리는 좀 더 올릴 필요가 있고 그렇게 할 것이다.
▶금리 인상 속도가 중요한 게 아니다
=긴축과 관련된 3가지 질문이 있다. 얼마나 빨리 올릴 것인가=우리는 신속하게 움직여왔고 앞으로 느려질 것이다. 얼마나 높게 올릴 것인가=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적절할 것이다. 그리고 얼마나 높은 금리를 유지할 것인가다. 속도는 이제 덜 중요해졌다. 앞으로는 인상 속도보다 금리를 얼마나 더 높게 올리고 얼마나 더 유지할 것인가가 훨씬 더 중요하다.
▶금리 인상 중단은 시기상조
=일시 중지를 생각하는 것은 매우 시기상조다. 우리는 가야 할 길이 남았다. 충분히 제약적인 수준으로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
▶노동시장, 인플레이션 둔화 못 봤다
=넓게 보면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과열된 노동시장이 있다. 우리는 점진적 완화를 알리는 신호를 찾고 있다. 그게 거기 있을 수 있지만, 나에게는 분명하지 않다.
=들어오는 인플레이션 데이터를 보면 최종금리는 9월(점도표 상의 4.6%)보다 더 높아야 한다. 인플레이션이 내려오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우리는 정확히 1년 전에 있던 수준에 있다.
=미국 가계는 계속 돈을 쓰고 있다.
▶지나치게 긴축해도 된다?
=지나치게 긴축하는 게 덜 긴축하는 것보다 고치기 쉽다. 만약 우리가 지나치게 긴축한다면, 우리는 다시 경제활동을 강력하게 만들 도구가 있다. (완화)
▶연착륙 어렵다
=연착륙을 위한 경로는 좁아졌나? 맞다. 하지만 여전히 가능한가? 그것도 맞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내려오는 것을 보지 못했고 그건 우리가 더 제약적 정책을 가져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연착륙의 경로를 좁힌다. 금리가 더 높아야 하고 더 오래 유지해야 하는 만큼 그 경로는 좁아졌다. 우리는 항상 어려울 것이라고 말해왔다.




'Fed의 비공식 대변인'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오늘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에서 3가지 주목할 점을 짚었습니다.
1)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많이 개선되지 않더라도 Fed는 12월에 더 느린 속도로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
2) 오늘 점도표가 나왔다면 최종금리에 대한 새로운 추정치는 상향 조정되었을 것이다.
3) 금리 인상의 일시 중지에 관해 이야기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
JP모건은 '더 천천히, 더 길게'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Fed는 다음 인상 규모를 축소할 수 있는 문을 열었지만, 금융여건을 완화시키지 않고 그렇게 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페더레이티드 에르메스는 "이것은 악마의 거래다. 금리 인상의 규모는 줄어들 것이지만 최종금리는 더 높을 가능성이 있다. 이건 비둘기파적인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의 굽프리 길 거시 전략가는 "Fed가 올해 전면적인 긴축 정책의 지연된 영향을 염두에 두고 있으므로 12월 회의에서 50bp로 속도를 하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불편할 정도로 높은 인플레이션과 탄력적 노동시장으로 인해 금리 인상이 2023년까지 계속될 수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ING는 "Fed는 네 번째 초대형 75bp 인상을 발표했지만 12월부터는 더 느린 인상이 있을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런데도 더 높은 최종금리까지는 해야 할 일이 분명히 더 남았다. 경기 침체 위험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는 Fed가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지불할 준비가 된 대가"라고 지적했습니다.
시카고선물거래소의 Fed워치 시장에서는 최종금리에 대한 예상이 내년 5월 5.08%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전날보다 2.8bp 높아진 것입니다. 또 씨티는 Fed가 내년 5월에도 25bp를 인상할 것이라며, 최종금리 예상을 기존보다 25bp 높은 5.25~5.5%로 높였습니다. JP모건도 "12월 50bp, 1월 25bp를 인상한 후 멈출 것으로 전망하지만, 노동시장이 충분히 냉각되지 않을 경우 중단하지 않을 위험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최종금리가 높아진다면 금융시장은 어떻게 될까요? 기준금리를 좇는 2년물 금리는 추가 상승하고, 달러도 강세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씨티는 "채권 금리가 어떻게 상승을 멈출 수 있을지 보지 못한다. 파월 의장의 시장에 대한 메시지는 효과적으로 최종금리에 대한 시장 예상을 높이고 내년 금리 인하에 대한 예상을 사라지게 했다. 우리는 국채 2년물 금리가 연말 전에 5%에 도달할 것이라는 견해를 반복한다. 미국 달러도 분명히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모든 게 데이터에 달렸습니다. BMO는 "금리는 정점을 찍지 않았지만, 이 끔찍한 긴축 사이클의 끝에 가까워지고 있다. 우리는 12월 50bp 인상과 내년 2월 마지막 25bp 인상을 예상한다. 물론 이는 데이터(특히 인플레이션과 고용)에 달려 있다. 물가, 고용이 놀랍게 추가 상승한다면 또 다른 초대형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고 하락하고 경제가 내년 초 완만한 침체에 빠지면 오늘이 75bp 인상의 마지막 날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