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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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하반기부터 본격화했던 중국 당국의 자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 규제가 사실상 마무리됐다고 중국 저명 경제학자가 말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을 지낸 리다오쿠이 칭화대 교수가 지난 3일 '다화 프라이빗 은행 2022 투자 포럼'에 화상으로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고 싱가포르 중국어매체 연합조보가 지난 4일 보도했다.

리 교수는 중국 당국이 2020년 11월 앤트그룹의 상장을 전격 중단시킨 것은 최고위층이 이 회사의 정치적 영향력에 놀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앤트그룹의 상장 직전 많은 정부 관리와 친인척이 연루된 사실이 드러났다"며 "앤트그룹은 일부 도시에서 당 서기 후보자 인선 등 많은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 최고위층 지도자들의 우려가 커졌다"고 말했다.

리 교수는 "이후 중국 관리들이 인터넷 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 많은 빅테크들이 타격을 입었다"며 "그러나 빅테크가 정치에 미치는 영향이 이제 '제로'가 됐고 고위 관리들의 우려도 해소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의 빅테크에 대한 규제는 끝났으며 향후 정책은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하고 기업가치를 다시 끌어올리는 방향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앤트그룹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계열 핀테크 업체다.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는 2019년 알리바바 회장에서 물러나면서 지분도 4.8%만 남기고 정리했다. 하지만 핵심 계열사인 앤트그룹의 최대주주 지위는 유지하고 있다.

마윈은 앤트그룹 상장 직전인 2020년 10월 상하이 금융포럼에서 당국의 핀테크 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그 직후 앤트그룹 상장을 중단시켰다. 알리바바그룹에는 역대 최고액인 182억위안(약 3조4000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또 이를 기점으로 텐센트, 징둥닷컴, 메이퇀 등 자국 빅테크들의 독과점, 금융업 확장, 연장근로 등을 문제 삼아 전방위 압박을 벌여왔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지난 3월부터 빅테크에 대한 규제를 예측할 수 있게 하겠다는 등 1년여만에 태도를 바꿔 시장 달래기에 나섰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경제책사'로 불리는 류허 부총리와 리커창 총리도 잇달아 디지털 경제에 대한 규제 완화를 시사했다.

앤트그룹은 당국이 요구하는 대로 인민은행의 직접 감독을 받는 금융지주회사로 체제를 변환하고 있다. 소액대출, 보험, 자산운용 등 각 사업 영역에서 각각 지방정부 수준의 느슨한 규제를 받았으나 금융지주회사가 되면 은행 수준의 강력한 감독을 받게 된다. 앤트그룹은 또 소비자의 거래 정보 등 데이터 부문을 국유기업과 공유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선 중국 당국의 빅테크 규제 완화 방침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신호로 앤트그룹의 재상장 허가를 꼽고 있다. 앤트그룹의 체제 개편도 당국의 관리하에 진행하는 만큼 해당 작업을 마무리하는 것도 빅테크 규제가 마무리되는 상징적 사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앤트그룹을 직접 언급한 칭화대 교수의 이번 발언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리 교수는 "올가을 중국 공산당 20차 당대회 전까지는 '제로 코로나' 정책이 변함없이 유지될 것이고 봉쇄는 오히려 더 심해질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하지만 지속적인 경제 성장과 번영 없이는 중국의 모든 중장기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이어 하반기에 당국이 부동산 시장과 자동차 등 소비를 활성화하는 정책을 펼쳐 경제 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