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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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슬라 6달러에 샀던 투자 고수…"에어비앤비·바크 10루타 칠 것"
상당수 주식 투자자는 과거로 돌아가는 상상을 한다. 10년 전 테슬라 주식을 샀다면 어땠을까. 20년 전 넷플릭스에 투자했다면 좋았을 텐데…. 이런 생각을 해본 투자자라면 ‘이상주의 투자가’로 알려진 에밋 새비지(사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식투자앱 MyWallSt 창업자인 새비지는 2012년 테슬라에 처음 투자했다. ‘천슬라’ 고지에 올라선 테슬라 주가가 고작 6.35달러이던 시절이다. 넷플릭스는 2003년 1.69달러에 사들였다. 그가 투자한 이후 두 종목의 주가는 각각 159배, 128배 올랐다.

그는 최근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에 자신이 보유한 종목을 소개했다. 에어비앤비(숙박공유), 바크(애견용품), 랩테크놀로지스(방범용품), 인모드(의료기기) 등 4개 종목이다. 이 가운데 가장 선호하는 종목으로 에어비앤비를 꼽았다.

“발굴하고 끝까지 보유한다”

새비지의 투자 원칙은 ‘비전 있는 기업’을 발굴해 끝까지 팔지 않는 것이다. 주가 급등락에도 버틸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기 위해 10가지 평가 항목을 개발했다.

재무적으로는 매출 증가율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고, 부채비율이 낮은 기업을 선호한다. 경영진(내부자)의 지분율은 높고, 시가총액은 작은 종목을 추천한다. 시총이 작을수록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어서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최고경영자(CEO)의 비전이다. 새비지는 세상을 바꾸려는 창업자가 혁신 기업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한다. 전기자동차에 처음 뛰어든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DVD 대여점에서 세계 최대 동영상 서비스 업체를 일군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가 대표적인 기업인이다. 입소문으로 자연적으로 광고가 되는지도 중요하게 여긴다고 한다.
천슬라 6달러에 샀던 투자 고수…"에어비앤비·바크 10루타 칠 것"

“에어비앤비 10배 성장 가능”

새비지는 에어비앤비(ABNB)가 이 같은 기준에 가장 부합한다고 여긴다. 현재 1015억달러(약 126조원)인 에어비앤비의 시가총액이 1조4000억달러(약 1740조원)까지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대표 기업인 아마존(1875조원)만큼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CEO는 비전을 가진 걸출한 기업인으로 꼽힌다. 회사 광고는 소비자의 입소문으로 충분하다는 평가다. 새비지는 “휴가는 곧 에어비앤비라는 공식이 성립됐다”고 강조했다.

반려견용 구독서비스 바크박스를 운영하는 바크도 주목하는 종목이다. 바크는 단순한 구독 업체가 아니다.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견종, 나이, 성별에 따라 맞춤형 간식과 먹이를 보내준다. 월 구독료는 20~25달러다.

미국 최대 반려동물 쇼핑몰인 츄이보다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츄이와 달리 제품을 직접 제작하기 때문이다. 경영진 보유 지분도 30%에 달한다. 새비지는 “주가가 고점 대비 75% 하락했는데, 장기 투자자에게는 기회”라고 조언했다.

랩, 경찰 필수용품 될 수도 있다

새비지는 시가총액 1760억원(약 1억4165만달러)의 초소형주인 랩테크놀로지스(WRAP)에도 투자하고 있다. 제품 경쟁력을 눈여겨봤다는 분석이다. 이 업체는 상대를 자동으로 묶는 방범용품 볼라랩을 개발했다. 발사 즉시 3~8m 안에 있는 상대를 묶어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

스타트업인 이 기업의 매출은 아직 미미하다. 하지만 미국 경찰 필수 방범용품으로 보급될 잠재력이 있다. 과잉 진압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계속 제기되고 있어서다. 휴대용 전기충격기 테이저건처럼 세계로 수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회사의 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사임한 것은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새비지는 제품 잠재력을 보고 계속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피부과용 의료기기 업체 인모드(INMD)도 투자 목록에 올라 있다. 2008년 이스라엘에서 설립된 이 업체는 최소 침습으로 고주파 에너지(RF)를 피하조직까지 투과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진피층까지만 에너지를 전달하는 기존 제품과 대비된다.

새비지는 인모드의 매출총이익률이 85%라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매출에서 매출원가를 뺀 매출총이익률은 가격 결정력의 척도로 꼽힌다. 피부미용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가격결정력이 높다는 것이다. 최근 경영진이 고점에서 지분을 팔아치운 것은 리스크로 지적된다.

새비지는 4개 종목을 위험도에 따라 상·중·하로 분류했다. 에어비앤비는 하, 인모드는 중으로 분류했다. 바크와 랩테크놀로지스는 상으로 구분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