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중국의 소비 둔화 현상이 강화될 거란 우려가 제기됐다. 중국에선 코로나19로 인한 주요 도시 봉쇄조치가 지속되자 경기침체가 빚어지고, 일본에선 물가가 치솟아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중국 내 소비 침체가 전기차부터 패스트푸드까지 전방위적으로 확산됐다고 보도했다. 봉쇄조치가 한 달을 넘어서자 중국의 소비시장이 붕괴될 조짐이 보인다는 설명이다.

봉쇄조치에 발 묶인 중국

지난해 중국이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부상할 거란 예측이 빗나갔다. 중국여객자동차협회에 따르면 4월 1~3주까지 중국 내 승용차 인도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9% 급감한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 1분기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1분기 테슬라의 중국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56% 급증했다. 경쟁사인 중국 전기차업체 BYD도 같은 기간 5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 등 대도시가 봉쇄되자 전기차 시장에 타격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로이터는 상하이 인근 장쑤성의 수입차 딜러를 인용하며 “지난달 유통망 병목현상이 빚어지자 전기차 인도량이 작년 물량의 30%대로 줄었다”며 “전기차를 운송할 대형 트럭이 부족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운송난에 상하이 시민 2500만여명의 온라인 쇼핑도 봉쇄됐다. 운송 속도가 수요를 따라잡지 못해서다. 노무라증권에선 “지난달 중국 내 도시 40여개가 직·간접적으로 폐쇄된 상태였다”라며 “중국 경제의 40%를 도맡는 주요 도시의 피해가 장기화되면 결국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기차를 비롯해 중국 내 소비심리는 전방위적으로 위축된 형국이다. 수입양주, 명품 브랜드를 비롯해 프랜차이즈까지 여파가 미쳤다. 지난달 구찌, 생로랑 등 명품을 판매하는 중국업체 케링은 중국 내 점포 중 상당수가 휴업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중국에서 타코벨, KFC 등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조이 와트 얌차이나 대표는 지난달 투자자 서한을 통해 “(봉쇄조치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며 “메뉴를 간소화하고 인력을 감축하겠다. 봉쇄된 도시에 대량 주문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日, 허리띠 더 졸라맨다

일본에서도 소비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잦아들며 ‘보복 소비’가 일어날 거란 예상과 달리 ‘짠테크’에 몰두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서다.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약 8%에 달하는 50조엔(약 486조원)이 코로나19로 인해 '강제저축’된 상태지만 가정에선 허리띠를 더 졸라메는 중이라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이달 들어 교복을 대물림하는 가구가 늘고, 유통업체에서 내놓는 자체브랜드(PB) 소비도 늘었다. 일본 시장조사업체 인티지에 따르면 지난 3월 일본 마요네즈 시장에서 PB의 점유율은 지난해 18%에서 올해 22%로 증가했다. 일본 슈퍼마켓 체인점 ‘아온(AEON)’의 PB 식품 매출도 지난 2월까지 6개월동안 전년대비 15% 올랐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제품에 수요가 몰린 것이다.

에너지, 식료품 물가가 치솟으며 빚어진 현상이다. 지난 3월 일본 전기료는 지난해에 비해 22% 증가했다. 40여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일본 당국 관계자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보복소비가 예상한만큼 크게 늘지 않았다”며 “올해 여름 소비 전망도 불투명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크게 반등할 거라 예상했던 여행업계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일본 최대 여행사인 제이티비(JTB)는 올해 여행을 예약한 사람이 코로나19 이전인 3200만명에 비해 3분의 1인 1000만명 정도에 그칠 것으로 봤다. 지난해에 비해서는 70% 증가한다는 예상이지만 완전한 회복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엔저(低) 현상이 지속되며 일본 내 여행은 활성활 되겠지만 여전히 일본 국민들이 코로나19를 우려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