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명령으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턱밑까지 치솟았다. 세계 2위 산유국 러시아의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 국제 유가가 120달러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러시아산 원유 공급 끊기면 유가 120弗까지 오를 수도"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4월물은 전날보다 1.88% 상승한 배럴당 91.9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는 장중 배럴당 96달러까지 뛰면서 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런던 ICE거래소에서 4월물 브렌트유도 한때 배럴당 99.5달러까지 치솟아 100달러 선을 위협했다가 96.84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국제 유가 ‘100달러 시대’는 시간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팬데믹이 끝나가면서 폭발한 원유 수요에 비해 공급은 턱없이 부족한 와중에 러시아의 원유 공급마저 흔들리면 유가 상승은 불보듯 뻔하다는 분석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우크라이나 위기가 계속되면 올해 중반에는 브렌트유가 12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러시아산 원유가 대체 불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용평가사 피치의 드미트리 마린첸코 원자재 부문 수석 분석가는 “현재 국제 유가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상승분이 15달러 정도”라며 “세계 원유 공급량의 10%를 차지하는 러시아산 원유를 대체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했다. 유럽의 러시아에 대한 천연가스와 원유 의존도는 각각 40%, 25%에 달한다.

유럽에 러시아산 에너지 공급이 끊기면 대안은 이란과 카타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가 복원되면 이란은 하루 평균 130만 배럴의 원유를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 하지만 마린첸코 분석가는 “제재가 풀려도 이란이 서서히 생산 능력을 늘려나갈 것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고유가가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천연가스 주요 수출국인 카타르도 이날 “수출 물량은 장기 계약돼 있어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단기간에 대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날 뉴욕증시는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크게 오르내렸다. S&P500지수는 미국의 러시아 제재 강도가 약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잠시 반등하다가 결국 1.01% 하락 마감했다. S&P500지수는 올 들어 10.21% 떨어지면서 조정장에 진입했다. 골드만삭스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전면전으로 확대된다면 S&P500지수는 6%, 나스닥지수는 10%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