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미국의 압박에도 추가 증산을 하지 않기로 했다. 미국 정부와 OPEC+의 갈등에 국제 유가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4일(현지시간) CNBC방송 등에 따르면 OPEC+는 회의를 열어 하루 40만 배럴씩 증산하기로 한 기존 계획을 유지하기로 했다. OPEC+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줄어들었던 원유 수요가 다시 증가함에 따라 지난해 결정했던 감산 규모(580만 배럴)를 줄이는 방식으로 지난 8월부터 하루 40만 배럴씩 증산하기로 합의했다.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에너지장관은 “8월부터 지금까지 200만 배럴을 추가 생산했다”며 “우리는 시장에 이미 많은 원유를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에는 계절적 요인에 따라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며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이에 따른 일부 국가의 규제 조치 등으로 원유 수요가 크게 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추가 증산을 압박해 온 미국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에밀리 혼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NSC) 대변인은 “OPEC+가 증산을 하지 않아 세계 경제 회복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다”며 “미국은 연료 가격을 낮추기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날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원유 생산국들과 러시아가 유가 상승을 위해 생산을 보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제 유가는 이번 OPEC+ 회의 뒤 오히려 하락세를 보였다. 미국 정부가 회의 결과에 반발하며 모든 방안을 동원할 것이라고 발표함에 따라 미국이 전략비축유(SPR)를 풀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예상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12월물은 2.53% 하락한 배럴당 78.8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가격이 배럴당 80달러를 밑돈 것은 지난달 이후 처음이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 1월물도 1.77% 떨어진 80.54달러에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유가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OPEC+와 미국 사이의 긴장 관계가 몇 주 동안 국제 유가의 변동성을 키울 것”이라며 “이란산 원유의 시장 공급 재개와 맞물린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도 이달 말부터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