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올 회계연도 마지막 날에 가까스로 내년 임시 예산안을 통과시켜 일시적 업무정지(셧다운)는 피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채무한도 조정 합의에는 실패해 미국 정부의 채무 불이행(디폴트) 위험은 여전하다. 초당적 인프라 법안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역점 사업인 사회복지성 예산도 통과되지 못해 의회 내 갈등 국면은 계속될 전망이다.

미국 상원이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을 막기 위한 임시 예산안을 30일(현지시간) 통과시켰다. 찬성 65표 대 반대 35표였다. 두 시간 후 하원에서도 찬성 254표 대 반대 175표로 통과했다.

이에 따라 10월 1일부터 예정됐던 셧다운은 일단 피할 수 있게 됐다. 임시 예산안은 오는 12월 초까지 정부 살림을 꾸릴 수 있도록 한 단기 예산안이다.

셧다운이 시작되면 필수 기능만 남기고 연방정부 운영이 중단돼 공무원 등 정부에 고용된 인력 수십만명이 휴직하고 임금을 받지 못한다.

하지만 이날 민주당은 예산안과 함께 부채한도 유예안을 동시에 처리하려 했지만 공화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로 인해 다음달 18일까지 부채한도를 유예하거나 한도를 증액하지 않으면 미 정부는 디폴트를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부채한도 유예나 한도 상향이 되지 않으면 10월18일께 디폴트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하원 금융위 청문회에선 아예 부채한도를 폐지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부채 한도를 폐지해 더는 의회가 이 문제를 다루지 않고 실제 위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동의하느냐'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했다. 이어 "의회의 지출 법안 제정 및 세금 정책 시행은 중대한 결정"이라며 "과거의 결정에 대해 값을 치를 수 없는 상황은 대통령은 물론 재무장관인 내게도 매우 파괴적"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채무한도 유예는 인프라 법안과 사회복지 예산안과 맞물려 있다. 민주당 진보파는 1조2000억달러 규모의 초당적 인프라 법안과 3조5000억달러 규모의 사회복지 예산안을 함께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하지만 공화당은 초당적 인프라 법안만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사회복지 예산안 통과를 요구하면 채무한도 조정안을 부결시키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 중도파들은 인프라 법안만 통과시키거나 사회복지 예산안 규모를 줄이자고 주장하고 있지만 진보파 의원들은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