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 여파가 지속되면서 중국의 월간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이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1%를 밑돌아 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8월 PPI가 작년 같은 달보다 9.5% 상승했다고 9일 발표했다. 이는 2008년 8월(10.1%) 후 가장 높은 수치다. 로이터통신이 전문가 설문을 통해 집계한 시장 예상치 9%를 크게 웃돌았다.

중국의 PPI 상승률은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마이너스를 유지하다가 올해 1월(0.3%) 상승세로 전환했다. 최근에는 5월 9.0%, 6월 8.8%, 7월 9.0% 등으로 고공행진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회복과 투기 수요가 겹치면서 석유 철광석 구리 등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영향이다. PPI는 광공업 농업 축산업 등의 생산 현장에서 유통 단계로 진입하는 도매물가다.

지난달 소매물가인 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0.8%로 시장 예상치인 1%에 못 미쳤다. 중국의 월간 CPI 상승률은 5월 1.3%, 6월 1.1%, 7월 1.0% 등을 유지하고 있다. 내수시장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PPI와 CPI 격차가 벌어지면서 높은 원자재 가격을 제품 가격에 온전히 전가하기 어려운 많은 중국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이는 산발적인 코로나19 재확산과 더불어 중국 경제에 큰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중국 당국은 경기 둔화 속도를 늦추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동원하고 있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7월 은행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내려 1조위안(약 181조원)의 장기 자금을 공급했다. 전문가들은 지준율 추가 인하, 기준금리 인하 등의 조치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인민은행은 또 지난 1일 재대출 규모를 추가로 3000억위안 늘려 지방 은행들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 대출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재대출은 인민은행이 시중은행에 내주는 신용대출로, 시중은행은 인민은행이 지정한 특정 대상에게만 대출할 수 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