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은 조정의 시기가 될 것인가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뉴욕 증시는 지난주 금요일 크게 올랐습니다. '슈퍼 비둘기'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의 잭슨홀 미팅 연설 이후 S&P500과 나스닥은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이 다음 달 이후로 미뤄지면 증시의 발목을 붙잡던 모든 걱정은 사라지는 걸까요? 사실 변동성을 일으킬 수 있는 요인으로 꼽혀온 델타 변이 확산도 파월 의장의 언급처럼 '단기 위험'에 그친다는 게 월가 다수의 시각입니다.

하지만 시장 분위기가 달아오른 상황은 아닙니다. CNN의 탐욕/공포 지수는 29일(현지시간) 50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딱 공포와 탐욕 중간을 나타내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모건스탠리, 씨티,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몇몇 대형 월가 은행들은 지속해서 10% 이상의 증시 조정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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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스탠리는 이번 가을에 경기의 중간사이클 전환이 끝나면서 S&P500 지수가 10% 이상의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일반적으로 S&P500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중간사이클 전환 시기에 약 20% 하락하는데 올해 들어선 지금까지 5% 하락에 그쳤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3월부터 미국의 경기가 중간사이클로 전환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중간사이클 전환이 끝났다는 건 이제 중간사이클에 접어들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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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사이클은 통상 네 단계로 나뉩니다. 초기는 침체에서 벗어나 성장이 가속화되고 경기가 회복되는 단계입니다. 국내총생산(GDP), 산업생산 등 경제 지표가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바뀝니다. 완화적 통화정책과 많은 유동성은 기업들의 빠른 이익 성장을 돕습니다. 사업 재고가 줄고 기업 매출이 증가하게 됩니다. 다음 단계가 중간사이클입니다. 일반적으로 경기 사이클에서 가장 긴 단계입니다. 경제 활동이 탄력을 받고 신용 공여가 늘어납니다. 기업 수익성은 개선됩니다. 하지만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점점 중립적으로 바뀌게 됩니다.

후기사이클에서는 경제 활동이 종종 정점에 달합니다. 성장은 여전히 이뤄지지만 둔화합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노동시장이 빡빡해지면서 기업 이익을 압박합니다. 긴축적 통화정책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마지막 단계는 불황입니다. 경제 활동이 위축되고 은행이 돈줄을 조이면서 기업과 소비자는 돈을 빌리기 어려워집니다. 통화정책은 다시 완화되면서 회복의 발판이 생깁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중간사이클에서 지금까지 시장을 이끌어온 S&P 500과 나스닥 100 지수에 속한 고품질 대형주들이 높은 밸류에이션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는 두 가지 이유를 들었습니다. 첫 번째는 Fed가 아직은 테이퍼링을 시작하지 않았지만 올 가을, 겨울에는 시작이 불가피하다는 겁니다. 기록적 경제 성장이 이어지고 있고 개인소득 성장, 인플레이션 상승, 델타 변이 정점 등으로 인해 통화정책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압력을 더 많이 느낄 것이라는 얘기죠. 윌슨은 "이는 높은 이자율과 낮은 주식 밸류에이션을 의미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연말까지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1.8%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합니다. 3.45% 수준인 주식의 위험 프리미엄을 가정하면 주가수익비율(P/E)은 19배로 낮아집니다. 현재는 21배 수준이나까, 즉 지금보다 10% 떨어지게 됩니다. 윌슨은 "고품질 대형주는 현재 비싸고 붐비는 주식이기 때문에 이제는 조정을 겪을 차례일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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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는 성장이 실망스러워지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이 정점에 이르면서 감속이 시작됐다는 겁니다. 특히 미국 경제의 핵심인 소비의 경우 지난 상반기 재정정책 지원 등으로 인해 붐을 이뤘는데 하반기엔 예상보다 더 많이 감소할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윌슨은 "밸류에이션이 높지 않은 헬스케어, 필수소비재 등 방어적인 업종을 보유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또 금리 상승의 수혜주인 금융주도 괜찮을 것이라고 제안했습니다.
9월은 조정의 시기가 될 것인가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9월은 계절적으로 불안한 달입니다. 12개월 중 수익률도 제일 낮으며, 과거 큰 폭의 하락이 많이 발생했습니다. 과연 올해 9월은 어떨까요? 한국경제TV와 현재 뉴욕 증시 상황에 대해 인터뷰를 했습니다. 인터뷰 내용을 전합니다.
9월은 조정의 시기가 될 것인가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Q1> 테이퍼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자산매입 축소 시행에 따른 관련주 소식도 많이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A1> 테이퍼링은 미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 변화를 말합니다. 긴축은 아니지만, 완화적이던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는 건데요. 그러므로 정확히 수혜주가 뭐라고 꼽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경제 위기에 양적완화로 돈을 풀었던 Fed가 테이퍼링을 한다는 것은 경기가 개선되고 있음을 뜻합니다. 경기민감주가 좋을 수 있는 환경이라는 뜻이지요. 또 양적완화는 인위적으로 장기금리를 낮추는 것인 만큼 테이퍼링, 즉 양적완화의 규모를 줄여나가면 장기금리가 오를 수 있습니다. 금리가 정상화되는 것이죠. 그러면 금리 상승에서 혜택을 입는 금융주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지난 2014년 테이퍼링이 실시됐을 당시 S&P500 지수는 그해 13.69%의 높은 수익률(배당수익 포함)을 올렸습니다. 증시에 나쁘지 않았죠. CNBC가 그해 30% 오른 주식들을 추려낸 뒤 이 가운데 △월가 애널리스트의 최소 60%가 투자등급 '매수' 이상을 부여하고 △이들의 평균 12개월 목표 주가가 현 주가보다 최소 10% 높은 주식을 선별했는데요.

이 가운데 당시 가장 많이 오른 건 사우스웨스트항공(LUV)으로 2014년 82.6% 급등했습니다. 또 알래스카항공과 철도회사인 유니온퍼시픽(UNP), 석유회사인 다이아몬드백에너지(FANG) 등 경기순환주들이 대거 포함됐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Fed가 경기가 개선되는 시점에서 테이퍼링을 실시하기 때문으로 입니다.

마이크론, 램리서치 등 반도체 주식들도 포함됐습니다. 반도체주도 대표적 경기민감주입니다.

이와 함께 애플, 페이스북 등 빅테크 주식들도 목록에 올랐습니다. 통상 테이퍼링으로 인해 금리가 오르면 기술주에는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는데요. 하지만 페이스북과 애플은 2014년 수익률이 각각 37%에 달했습니다. 직전 해인 2013년 테이퍼 탠트럼 때 급등했던 금리가 2014년 테이퍼링 기간에는 오히려 하락 안정세를 보인 데다, 이들 기술기업이 당시 급성장한 때문으로 보입니다.

Q2> 이제 시장의 관심이 금리 인상 시점으로 옮겨지지 않을까 싶은데 현지 분위기는 어떤가요?

A2> 아무래도 지난 금요일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은 테이퍼링의 전제조건인 '상당한 추가 진전'을 이뤘지만, 고용에는 '명확한 진전'만을 이뤘다고 해서 테이퍼링을 하려면 고용 지표에서 추가 진전이 필요함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미국 경제가 지난 2분기 6.6%에 이를 만큼 강력히 성장하고 있는 만큼 이런 고용 지표 추가 진전도 올해 내 달성은 무난해 보입니다. 그런 만큼 '비상조치'였던 양적완화 규모를 줄여나가는 테이퍼링은 정확한 시점은 나오지 않았지만, 곧 실시될 것이란 데 누구나 동의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테이퍼링이 긴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입니다. 테이퍼링은 공급하는 유동성의 양을 줄여나가는 겁니다. 즉 여전히 유동성은 공급됩니다. 하지만 긴축, 즉 양적긴축이나 금리 인상은 시장 유동성의 양을 빨아들이는 것이죠. 그렇게 되면 금융시장의 밸류에이션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지난 2014년 테이퍼링이 끝나고 난 뒤 Fed는 2015년 말 낮춰놓았던 금리를 높이기 시작했습니다. 경제가 정상화됐기 때문에 통화정책도 정상화한 것이죠. 그래서 뉴욕 증시 투자자들은 진작부터 테이퍼링이 금리 인상이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워 왔습니다.

이에 대해 파월 의장은 지난 금요일 테이퍼링에 대해 "금리 인상이 임박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도 말해 시장을 안심시켰습니다. 파월 의장은 “자산매입 축소 시기와 속도는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한 직접적 신호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금리 인상에 대해) 우리는 (테이퍼링과) 다르고 실질적으로 더 엄격한 테스트를 설정했다"라고 말한 겁니다. 지난 금요일 증시가 환호한 건 테이퍼링이 미뤄진 것보다, 오히려 금리는 쉽게 올리지 않겠다는 파월 의장의 발언 때문으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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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런 발언이 뒤집힐 수 있습니다. 물가 급등세가 지속할 경우입니다. 만약 인플레이션이 계속해서 높게 나온다면 파월 의장은 이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 카드를 빨리 쓸 수밖에 없을 겁니다.

현재 월가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파월 의장의 말을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반하는 지표가 계속 나오면 파월 의장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지표를 꾸준히 지켜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Q3> 앞으로 고용 지표 추이가 중요한 역할을 할 텐데요. 끝으로 투자자들이 알아둘 주요 일정과 이벤트를 전해주세요.

A3> 말씀드렸듯이 파월 의장은 자산매입 축소의 두 가지 전제조건 가운데 고용 지표가 아직 충족되지 않았음을 밝혔습니다.

시장 관심이 각종 고용 지표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데요. 다음 주 주요 고용 지표가 줄줄이 나옵니다. 1일에 고용데이터업체 ADP가 집계하는 8월 민간 고용 수치가 나오고 2일 매주 나오는 주간 실업급여 청구 건수가 발표됩니다. 그리고 3일에 노동부가 발표하는 9월 고용보고서가 나옵니다.

이 고용보고서에 들어있는 8월 비농업 부문 신규고용이 핵심입니다. 지난 6, 7월 신규고용은 각각 93만, 94만 명에 달했습니다. 만약 이런 상승세를 이어가면 9월 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당장 테이퍼링을 발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겁니다.
9월은 조정의 시기가 될 것인가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리처드 클라리다 Fed 부의장도 지난 금요일 CNBC 인터뷰에서 "지난 3개월간 신규취업자가 월평균 80만 명 수준인데, '가을'에도 이런 숫자를 보고 싶다. 그렇게 되면 나도 올해 말 테이퍼링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도 "다음 주 고용보고서에서 취업자 수가 85만 명 이상일 경우 가을에 테이퍼링 시작이 가능하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달 델타 변이 확산으로 인해 월가는 75만 명 수준을 예상합니다. 연방정부의 추가 실업수당도 9월 초까지는 지급되기 때문에 이로 인한 취업자 수 증가는 8월이 아니라 9월 신규고용에서 나타날 것으로 추정됩니다. 학교 개학 시점도 9월 초에 몰려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8월 신규고용 수치가 중요하다. 우리는 60만 명 증가를 예상한다. 델타 변이 등으로 인해 최근 추세가 둔화하는 것이다. 이는 Fed가 자산매입 축소에 착수하기 전에 추가 지표를 확인하기 원할 정도로 충분히 부드러운 수치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폴 애시워스 수석경제학자는 "8월 신규고용에서 큰 폭의 증가를 보더라도 델타 변이 위협으로 인해 대다수 Fed 위원은 11월까지 기다려 테이퍼링을 승인하길 원할 것으로 추정한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 밖에 31일 케이스·실러 주택가격 지수와 콘퍼런스보드의 소비자신뢰지수, 1일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2일 공장재 주문, 3일 ISM 서비스업 PMI 등이 발표됩니다. 이는 미국 경제의 회복 상황, 인플레이션 등을 가늠하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2분기 실적을 내놓는 회사도 몇몇 있습니다. 30일 줌비디오, 1일 츄이, 2일 HP엔터프라이즈, 브로드컴 등이 성적표를 공개합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