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공식 취임한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 BBC 제공
올해 2월 공식 취임한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 BBC 제공
미국의 대형 반도체 칩 제조업체인 인텔이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추진 중이다. 인텔이 인수에 성공하면 이 회사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인텔은 반도체 제조 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글로벌파운드리 인수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파운드리는 미국 뉴욕주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인 무바달라인베스트가 대주주다.

시장에서 평가하는 인수 금액은 300억달러 규모다. 다만 최종 확정까지 변수가 많으며, 글로벌파운드리가 당초 계획대로 자체 기업공개(IPO)에 나설 수도 있다는 전언이다.

다만 글로벌파운드리 측은 “인텔 측과 어떤 협상도 진행하고 있지 않다”며 공식 부인했다.

글로벌파운드리는 반도체 칩 전문 생산업체로, 2008년 인텔 경쟁사인 AMD가 칩 생산 사업을 분리할 당시 별도로 설립된 회사다. AMC는 여전히 이 회사의 고객사다. 올해만 16억달러 규모의 생산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대만 시장분석 업체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글로벌파운드리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약 7%다.

글로벌파운드리는 지난달 싱가포르에 40억달러를 투자해 신규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인텔의 시장가치는 현재 2250억달러 규모다. 인텔은 올해 미국 내 제조 시설을 확대하기 위해 200억달러 이상 투자할 계획이다.

이번 인수 작업은 지난 2월 취임한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가 진두지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 18세에 엔지니어로 인텔에 입사해 최고기술책임자(CTO)까지 오른 뒤 2009년 인텔을 떠나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VM웨어 등에서 CEO를 지내다 인텔로 복귀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인텔은 데이터센터 칩 시장에서 91.1%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다만 이 분야에서 점유율을 늘리고 있는 AMD의 도전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AMD와 관련이 깊은 글로벌파운드리가 인텔과 인수 협상에 제대로 진행할 수 있을 지 의문이란 시각도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인텔은 작년 10월엔 한국의 SK하이닉스에 낸드 사업부를 매각하기도 했다. 거래 규모는 총 90억달러였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