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의 핵심 인사들이 지난달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긴축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Fed가 7일(현지시간) 공개한 FOMC 의사록에 따르면 당시 회의에 참석한 당국자 중 다수가 “자산 매입 계획 변경을 발표하는 데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발언했다. 의사록에는 “여러 참석자가 자산 매입 속도를 줄이기 위한 조건이 당초 예상보다 일찍 충족될 것으로 예상했다”면서도 정책 변경을 위한 ‘상당한 추가 진전’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데 동의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Fed는 일정 기간 2%를 넘어서는 물가상승률과 함께 최대 고용(실업률 기준 3.5~4.0%)을 위한 추가 진전이 확인돼야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에 나설 수 있다고 공언해왔다.

Fed 인사들은 또 “향후 회의에서 경제 상황을 평가하고 테이퍼링 논의를 시작한다는 데 합의했다”며 “테이퍼링에 앞서 시장과 소통할 것”이란 종전 방침을 되풀이했다. 앞으로 Fed 일정은 이달 27~28일 FOMC 정례회의, 다음달 26~28일 잭슨홀 미팅, 9월 21~22일 정례회의 등이다. 이 중 잭슨홀 미팅에서 테이퍼링 일정을 발표할 것이란 게 월가의 관측이다.

Fed는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발생 이후 매달 800억달러의 국채와 400억달러의 주택저당증권(MBS)을 사들여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왔다. 이번 의사록에선 주택시장 과열을 이유로 MBS 매입 규모를 먼저 감축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의사록은 “다수의 참석자가 국채보다 MBS를 먼저 줄이는 게 낫다고 봤다”고 전했다.

Fed의 긴축 착수 시점이 예상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제기되자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이날 0.04%포인트 떨어진 연 1.33%로 마감했다. 지난 2월 말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미국의 고용 상황이 좀처럼 호전되지 않고 있다는 지표는 또 나왔다. 노동부가 이날 발표한 구인·이직 보고서(JOLTS)를 보면 지난 5월 기준 360만여 명이 다니던 직장을 떠난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 근로자의 2.5%에 달하는 비율이다. 4월(400만 명)에 이어 역대급 숫자라고 CNBC는 전했다. 같은 달 기업의 채용 공고는 총 920만9000건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