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하나둘씩 조정론에 가세하는 월가 IB들
이번 주는 정말 '빅 위크'(Big Week)입니다. S&P 500 기업 중 'FAANG'을 포함한 180여개 기업의 실적, 1분기 국내총생산(GDP) 및 3월 개인소비지출(PCE) 등 굵직굵직한 경제 지표, 미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조 바이든 대통령의 두 번째 인프라딜인 '아메리칸 패밀리스 플랜'(American Families Plan) 및 증세안 발표까지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시장에 관망세가 나타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빅 위크'를 시작하는 26일(현지시간) 다우는 0.18% 하락했습니다. 반면 S&P 500은 0.18%, 나스닥은 0.87% 상승했습니다. 나스닥 상승에는 아마존이 2.04% 급상승한 힘이 컸습니다. 이날 오후 '아마존이 이르면 이번 주에 액면분할을 발표할 것'이란 소문이 나돌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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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 종합지수가 이날 2월12일 이후 처음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주요 지수는 꾸준히 강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실제 그 밑단에서는 위험을 피하려는 움직임(risk-off)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주요 지수가 너무 많이 올랐다 △바이든 정부의 증세와 규제가 본격화되고 있다 △Fed의 테이퍼링(자산매입액 감축)이 시작될 가능성 △'5월에는 팔아라'로 대표되는 계절효과 등이 그 이유로 지적됩니다.

월가 투자은행(IB)들도 '조정이 나타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월가에서 가장 높은 연말 S&P 500 목표치(4400)를 주장해온 JP모간도 지난주 "낙관론에 대한 확신이 낮아졌다"는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모건스탠리, 도이치뱅크 등 일찌감치 조정론을 부르짖고 있는 진영에 합류한 겁니다. 골드만삭스도 2분기에 GDP 성장률이 연율 10.5%로 정점을 찍고 나면 주가 상승세가 느려질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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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전략가들의 S&P 500 지수 목표치는 4133으로 이날 S&P 500 지수(4187.62)보다 더 낮습니다. 짐 폴슨 루스홀드인베스트먼트의 수석전략가는 이날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우리가 올해 10~15%에 달하는 주가 조정을 겪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랜디 프레드릭 찰스슈왑 전략가는 보고서를 통해 "10%가 넘는 조정은 예상하지 않지만 5~8% 수준의 조정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올 3분기에는 변동성이 크고 요동치는 시장이 펼쳐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주식만 해도 최근 몇 주 동안 은행주 소형주 등 경기순환주 대신 변동성이 낮은 주식(lower beta stocks)과 헬스케어주, 초대형 기술주 등이 빛을 발했습니다. 경기방어적 성격을 가진 주식으로 일부 매수세가 몰린 것이죠. 뉴욕 증시의 거래량도 여전히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데이터아버에 따르면 지난주 대형주 펀드에서 회사채 펀드로 자금이 이동했습니다. 주식형 펀드에 유입된 자금(1개월 이동평균)은 전체 펀드 유입액의 62%에 그치고 있습니다. 지난 3월에는 94%에 달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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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시장에서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연 1.5%대에서 횡보하고 있는 데 대해 일부에선 "뉴욕 증시의 조정 가능성 등에 대비한 헤지 수요도 채권 매입 수요에 가세했다"고 지적합니다. 최근 증세 논란까지 부상하자 자금이 세제혜택이 있는 지방정부채권(munies)으로도 몰리고 있습니다.

또 올 하반기 상대적 수익률에서 나을 것으로 전망되는 이머징 마켓, 유럽 시장에 대한 추천도 늘고 있습니다. 이날 블랙록은 이머징마켓의 현지통화로 된 부채에 대해 '중립'에서 '비중확대'로 투자등급을 높였습니다. 인도 등 신흥국들이 여전히 코로나 재확산으로 전망이 불확실한데도 그렇습니다.

게임스톱 등 밈(meme) 주식과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신규 상장주(IPO)에 이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까지 투자 열기가 조금씩 가라앉고 있는 것도 위험선호 성향이 조금씩 힘을 잃고 있는 탓으로 보고 있기도 합니다. 테슬라도 1분기에 2억7200만달러 규모의 가상화폐를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번 주 나오는 각종 이벤트는 어떻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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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실적은 좋을 겁니다. CNBC에 따르면 S&P500 기업 중 지난주까지 25% 가량이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84%가 주당순이익(EPS)에서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습니다. 전년 동기에 비하면 이익이 30% 가량 늘어났습니다. 금융주를 빼도 11% 증가했습니다. 통상적인 5% 수준을 크게 웃도는 겁니다. 이날 장 마감 직후 1분기 실적을 공개한 테슬라도 순이익이 4억3800만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작년 1분기 순익은 1600만 달러였습니다. EPS도 93센트로 예상치(79센트)를 뛰어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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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좋은 실적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테슬라도 시간외 거래에서 최대 3%까지 내리고 있습니다. 물론 회사측이 올해 딜리버리(차량 인도) 목표치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는 데 따른 영향이 있습니다. 테슬라는 "향후 몇 년간 연평균 50% 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바뀔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익의 대부분이 탄소배출권 판매(5억1800만 달러), 비트코인 매각이익(1억100만 달러) 등으로 이뤄진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자동차 판매로는 돈을 벌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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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주가수익률의 비대칭성이 커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실제 실적이 시장 예상에 부합하더라도 주가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은 낮고, 예상에 못 미치면 떨어질 가능성은 높은 걸 말합니다.

이번 주 경제 지표를 주시하는 이유는 이달 들어 잠잠해진 금리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분기 GDP가 6.5%를 크게 넘어서거나 3월 PCE 물가가 예상치인 2.3% 수준을 웃돌 경우 물가 우려가 커질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1분기 실적을 내놓고 있는 기업들에서 계속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S&P 500 기업들의 실적 발표에서 인플레이션을 언급한 기업의 수가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었다"며 "2004년 이후 가장 큰 증가세"라고 분석했습니다. 하니웰의 데리우스 애덤칙 CEO는 지난 24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인플레이션은 확고히 자리잡고 있다.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우리는 알고 있고 보고 있다. 이건 진짜"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구리가 10년래, 옥수수와 밀 선물 가격이 7년래 최고치로 치솟는 등 원자재 물가가 급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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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스파고증권은 몇 주 내로 금리가 다시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마이클 슈마허 전략가는 지난 24일 CNBC 인터뷰에서 "Fed가 인플레이션에 편안한데다 정책적 지원은 이어지고 있으며 경제 지표는 강해지고 있다"며 "이는 금리가 굉장히 높아질 수 있는 조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올해 말이면 10년물 국채 금리가 연 2.1~2.4%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TD아메리트레이드도 비슷합니다. TD의 크리스티나 후퍼 이코노미스트는 "연말 훨씬 이전에 10년물 수익률이 2%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경제는 뜨겁고 국채 수익률은 인플레 기대뿐 아니라 성장 기대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금리가 움직인다면 지난 2~3월처럼 다시 증시는 요동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위험을 피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오는 28일 결과가 발표되는 FOMC는 별 게 아닐 것이란 게 대부분의 시각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이번 FOMC는 이벤트가 아니다(non event)"라고 말했습니다. 제롬 파월 의장은 인플레 압력에 대해 "일시적"이라고 말하고 넘어갈 겁니다. 또 하방 위험이 나타날 가능성에 대해 더 많은 일을 할 용의가 있다고 상기시킬 겁니다. 월가 관계자는 "통화정책 성명서는 거의 변화가 없거나 경제에 대한 평가를 약간 개선시키겠지만 '6월 회의 때 테이퍼링(채권매입액 감축)에 대해 언급하겠구나'라고 느낄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하나둘씩 조정론에 가세하는 월가 IB들
그렇다면 테이퍼링은 언제쯤 이뤄질까요. 월가에선 세계 중앙은행장들이 모이는 8월 잭슨홀 회의 때쯤 파월 의장이 본격적인 자세 변화를 보인 뒤, 오는 9~11월 회의에서 테이퍼링 일정을 내놓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강합니다. 그리고 실제 테이퍼링은 12월이나 내년 초부터 시작해 1년에 걸쳐 여덟 번의 FOMC 회의 때마다 150억 달러씩 감축함으로써 현재 월 1200억 달러 규모의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종료할 것으로 봅니다. 오레건대의 경제학자인 팀 듀이는 팀 듀이는 '팀 듀이의 Fed 워치'를 통해 "Fed는 정책을 바꾸기 전에 경제가 반등하는 초기 단계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