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에게 권오범 너는 내 마음의 창네가 없다면 나는 청맹과니컴퓨터가 무슨 소용이랴매일 월담하는 싱싱한 언어들마저너 없이는 그림의 떡이라서공연히 씀벅거릴 뿐물안개 헤살 벗어날 수가 없다 남은 생 다정하게어딜 가나 함께 하리니행여 다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야잠자리에 들 땐 반드시 네 방에서다리 포개고 격식 갖춰 누워야 한다한뎃잠은 매우 위험하니까 * 헤살: 짓궂게 방해함. [태헌의 한역]致眼鏡(치안경) 汝卽吾心窓(여즉오심창)無汝吾靑盲(무여오청맹)活語溢電惱(활어일전뇌)無汝畵中餦(무여화중장)刮眼亦徒勞(괄안역도로)難脫水霧妨(난탈수무방) 餘生相傾心(여생상경심)行處恒成雙(행처항성쌍)意外或偶然(의외혹우연)只願無中傷(지원무중상) 夜深吾欲眠(야심오욕면)汝應在汝房(여응재여방)交脚從容臥(교각종용와)外宿甚危慌(외숙심위황) [주석]* 致(치) : ~에게. / 眼鏡(안경) : 안경.汝(여) : 너. / 卽(즉) : 즉, 곧, 바로 ~이다. / 吾(오) : 나. / 心窓(심창) : 마음의 창.無汝(무여) : 네가 없다, 네가 없다면. / 靑盲(청맹) : 청맹과니. 겉으로 보기에는 눈이 멀쩡하나 앞을 보지 못하는 눈. 또는 그런 사람.活語(활어) : 살아있는 말. 원시의 “싱싱한 언어”를 한역한 말이다. / 溢(일) : 넘치다. / 電惱(전뇌) : 컴퓨터.畵中餦(화중장) : 그림 속의 떡. 화중지병(畵中之餠). 압운 관계로 ‘餠’의 대용어로 ‘餦’을 사용하였다. ‘餦’은 ‘산자’ 외에도 ‘유과’, ‘떡’ 등의 의미가 있는 글자이다.刮眼(괄안) : 눈을 비비다, 눈을 크게 뜨다. / 亦(역) : 또한, 역시. / 徒勞(도로) : 보람 없이 애쓰다, 헛되이 수고하다.難脫(난
※ 오늘은, 지인의 요청으로 이규보(李奎報) 선생의 시 <石竹花(석죽화)>에 대한 기존의 다양한 번역을 검토하면서 작성한 ‘번역 단상(斷想)’으로 칼럼을 대신합니다.[原詩]石竹花(석죽화) 李奎報(이규보) 節肖此君高(절초차군고)花開兒女艶(화개아녀염)飄零不耐秋(표령불내추)爲竹能無濫(위죽능무람) [태헌의 국역]패랭이꽃 마디는 대나무를 닮아 고상하고꽃은 피면 아녀자처럼 어여뻐도가을 못 견디고 흩날려 떨어지니대나무로 삼기엔 외람되지 않나? [주석]* 石竹花(석죽화) : 패랭이꽃.* 此君(차군) : 대나무의 아칭(雅稱). [번역 단상]※ 이 시를 제대로 이해하자면 우선 패랭이꽃에 얽힌 전설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옛날 중국에 힘이 센 장사가 있었다. 그는 인근 마을에 밤마다 사람들을 괴롭히는 석령(石靈)이 있다는 말을 듣고 산으로 올라갔다. 그가 화살을 겨누어 그 돌을 향해 힘껏 쏘았는데 너무나 세게 쏘아 화살이 바위에 깊숙이 박혀서 빠지지가 않았다. 그 후, 그 돌에서 대나무처럼 마디가 있는 고운 꽃이 피었는데 사람들은 바위에서 핀 대나무를 닮은 꽃이라 하여 ‘석죽(石竹)’이라 부르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옛날에 서민들이 쓰던 패랭이 모자를 닮았다고 하여 패랭이꽃으로 불렀다. - 네이버 패랭이꽃 (야생화도감(봄), 2010. 4. 10., 푸른행복)흔히 제1구의 ‘節’을 ‘절조’의 뜻으로 풀이하나 역자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일단 ‘節’을 ‘절조’의 뜻으로 보면 제2구와의 대(對)가 매우 어색해지기 때문이다. 제2구의 제1자 ‘花’는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물을 지칭하는 말이다. 옛사람들은 아주
엄마야 누나야 김소월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 [태헌의 한역]母兮姉兮(모혜자혜) 母兮姉兮住江畔(모혜자혜주강반)庭前金沙色璨璨(정전금사색찬찬)門外蘆葉聲漫漫(문외로엽성만만)母兮姉兮住江畔(모혜자혜주강반) [주석]* 母兮(모혜) : 엄마!, 엄마야! ‘兮’는 호격(呼格) 어기사(語氣詞)이다. / 姉(자) : 손윗누이. 누나. /住江畔(주강반) : 강변에 살다. ‘畔’은 ‘邊(변)’과 같은 의미이다.庭前(정전) : 뜰 앞. 원시의 “뜰에는”을 한역하면서 본래적인 의미를 고려하여 ‘前’을 보충하였다. / 金沙(금사) : 금모래, 금빛 모래. / 色(색) : 빛. / 璨璨(찬찬) : 밝게 빛나는 모양. 의태어로는 ‘반짝반짝’의 뜻.門外(문외) : 문 밖. 원시의 “뒷문 밖”을 한역하면서 “뒷”에 해당하는 “後(후)”를 생략한 표현이다. / 蘆葉(노엽) : 갈잎, 갈대 잎. / 聲(성) : 소리, 노래. / 漫漫(만만) : 넘실넘실. ‘漫漫’은 보통 시간이나 공간이 끊임없이 이어져 긴 모양을 나타내는데 역자는 ‘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도 여기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다. 옛날 사람들은 무엇인가 많은 모양이나 바람이 끝없이 부는 모양도 이 ‘漫漫’으로 표기하였다. 원시의 “반짝이는”을 의태어 ‘반짝반짝’을 뜻하는 ‘璨璨’으로 한역하였기 때문에, “갈잎의 노래”에도 의태어를 써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漫漫’을 택하면서 한글로는 ‘넘실넘실’로 옮겨보았다. [한역의 직역]엄마야 누나야
또 한여름 김종길 소나기 멎자매미소리젖은 뜰을다시 적신다. 비오다멎고,매미소리그쳤다 다시 일고, 또 한여름이렇게 지나가는가. 소나기 소리매미소리에아직은 성한 귀기울이며 또 한여름이렇게 지나보내는가. [태헌의 한역]又盛夏(우성하) 驟雨息後來蟬鳴(취우식후래선명)重浥已濕小園庭(중읍이습소원정) 驟雨下而停(취우하이정)蟬鳴止復生(선명지부생)又逢一盛夏(우봉일성하)嗚呼如此經(오호여차경) 雨聲與蟬聲(우성여선성)猶側淸耳廳(유측청이청)又逢一盛夏(우봉일성하)如此黙送行(여차묵송행)[주석]* 又(우) : 또, 또한, 역시. / 盛夏(성하) : 한여름.驟雨(취우) : 소나기. / 息(식) : 쉬다, 그치다. / 後(후) : ~한 후에. / 來蟬鳴(내선명) : 매미소리가 오다, 온 매미소리. ‘蟬鳴’은 아래의 ‘蟬聲(선성)’과 마찬가지로 매미소리라는 뜻이며, 압운자의 중복을 피하기 위하여 사용한 표현이다.重(중) ; 거듭, 다시. / 浥(읍) : ~을 적시다. / 已濕(이습) : 이미 젖다. / 小園庭(소원정) : 작은 정원. ‘園庭’은 ‘庭園’과 같은 말로, 압운 때문에 도치시킨 표현을 사용하였다. ※이 구절에서 ‘已’와 ‘小’는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역자가 임의로 추가한 글자이다. “已濕小園庭” 전체가 ‘浥’의 목적어가 된다.下而停(하이정) : (비가) 오다가 멈추다.止(지) : 그치다, 멎다. / 復(부) ; 다시, 또. / 生(생) : 생겨나다, 일다.逢(봉) : ~을 만나다. / 一盛夏(일성하) : 하나의 한여름. ※이 구절은 “또 한여름”을 역자가 임의로 한역한 표현이다.嗚呼(오호) : 아아! 의문 내지 감탄으로 여겨지는 원시의 “이렇게 지나가는가
그해 여름 - 아버지 김용수 대지가 뒤끓는 대낮대청마루 뒤안길은여름 바람이 몰래 지나가는 길 뒷문 열어제치면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솔솔이 바람 반질반질한 대청마루 바닥에목침을 베고 누워딴청을 부리시던 아버지 매미소리 감상하며소르르 여름을 즐기시던 우리 아버지 [태헌의 한역]當年夏日(당년하일)- 父親(부친) 大地沸騰屬夏午(대지비등속하오)廳堂後匿夏風途(청당후닉하풍도)後門任誰一大開(후문임수일대개)如坼湺水風直趨(여탁보수풍직추)當年廳堂裏(당년청당리)油光木廊上(유광목랑상)父親依枕臥(부친의침와)說他世事忘(설타세사망)快賞蟬聲淸(쾌상선성청)慢嗜夏日旺(만기하일왕) [주석]* 當年(당년) : 그해. / 夏日(하일) : 여름, 여름날. / 父親(부친) : 아버지.* 大地(대지) : 대지, 땅. / 沸騰(비등) : 들끓다, 뒤끓다. / 屬夏午(속하오) : 바로 여름 한낮. ‘夏’는 역자가 한역 시구의 의미의 완결성을 위하여 임의로 보탠 글자이다.廳堂(청당) : 대청(大廳). 역자는 이 시에서 대청마루의 의미로 사용하였다. / 後(후) : ~뒤, ~뒤에. 역자가 원시의 “뒤안길”을 대신하여 사용한 말이다. / 匿(익) : 숨다, 숨어 있다. / 夏風途(하풍도) : ‘여름 바람<의> 길’이라는 의미로 역자가 조어(造語)한 한자어이다.後門(후문) : 후문, 뒷문. / 任誰(임수) : 누구든지, 아무든지. 역자가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임의로 보탠 글자이다. / 一大開(일대개) : 한번 활짝 열다. 원시의 “열어제치면”을 역자가 한역한 표현이다.如(여) : ~과 같다. / 坼湺水(탁보수) : 봇물을 터뜨리다. / 風直趨(풍직추) : 바람이 곧바로 내닫다.裏(리) : ~의 안, ~의 속.油光(유광) : 반질
만남 정채봉 가장 잘못된 만남은생선과 같은 만남입니다만날수록 비린내가 묻어오니까 가장 조심해야 할 만남은꽃송이 같은 만남입니다피어있을 때는 환호하다가시들면 버리니까 가장 비참한 만남은건전지와 같은 만남입니다힘이 있을 때는 간수하고힘이 닳아 없어질 때에는 던져 버리니까 가장 시간이 아까운 만남은지우개 같은 만남입니다금방의 만남이 순식간에 지워져 버리니까 가장 아름다운 만남은손수건과 같은 만남입니다힘이 들 때는 땀을 닦아주고슬플 때는 눈물을 닦아주니까 [태헌의 한역]相會(상회) 最誤相會如生鮮(최오상회여생선)逢頻魚腥亦多傳(봉빈어성역다전)最戒相會如花房(최계상회여화방)開則歡呼枯則攘(개즉환호고즉양)最慘相會如電池(최참상회여전지)有力帶持無力遺(유력대지무력유)最虛相會如擦子(최허상회여찰자)今方對面瞬息止(금방대면순식지)最美相會與巾比(최미상회여건비)勞時拭汗悲時淚(노시식한비시루) [주석]* 相會(상회) : 서로 만나 봄, 만남.最誤(최오) : 가장 잘못되다, 가장 그릇되다. / 如(여) : ~과 같다. / 生鮮(생선) : 생선.逢頻(봉빈) : 만남이 잦다, 자주 만나다. / 魚腥(어성) : 물고기 비린내, 비린내. / 亦(역) : 또한, 역시. / 多傳(다전) : 많이 전해지다. 원시의 “비린내가 묻어”라는 표현을 역자가 나름대로 한역한 표현이다.最戒(최계) : 가장 경계해야 하다, 가장 조심해야 하다. / 花房(화방) : 꽃송이.開(개) : (꽃이) 피다. / 則(즉) : ~을 하면. / 歡呼(환호) : 환호하다. / 枯(고) : 시들다. / 攘(양) : 물리치다, 던져 버리다.最慘(최참) ; 가장 참혹하다, 가장 비참하다. / 電池(전지) : 건전지, 배터리(Battery).有力(유력) : 힘
지렁이의 일생한상순한평생감자밭에서고추밭에서 좋은 땅 일구느라수고한 지렁이 죽어서도 선뜻선행의 끈 놓지 못합니다. 이제 막 숨을 거둔지렁이 한 마리 밭고랑 너머개미네 집으로 실려 갑니다. [태헌의 한역]地龍一生(지룡일생) 土豆田辣椒園(토두전랄초원)盡平生歸本元(진평생귀본원)身墾美地多辛苦(신간미지다신고)死亦不釋善行絛(사역불석선행조)今方絶氣一地龍(금방절기일지룡)見載越壟向蟻巢(견재월롱향의소) [주석]* 地龍(지룡) : 지렁이. 지렁이를 ‘디룡이’, ‘지룡이’, ‘지릉이’ 등으로 부른 것으로 보아 지렁이라는 말이, 지렁이를 뜻하는 한자어인 이 ‘地龍’에서 왔을 개연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 一生(일생) : 일생, 생애.土豆田(토두전) : 감자밭. / 辣椒園(날초원) : 고추밭.盡平生(진평생) : 평생을 다하다, 일생을 다하다. / 歸本元(귀본원) : 본원으로 돌아가다, 죽다.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는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身(신) : 몸, 자신. / 墾(간) : ~을 개간하다, ~을 일구다. / 美地(미지) : 아름다운 땅, 좋은 땅. / 多辛苦(다신고) : 많은 수고, 수고가 많다. ‘辛苦’는 본래 ‘맵고 쓰다’는 말인데, 여기서 고생, 수고라는 뜻이 나왔다.사(死) : 죽다. / 亦(역) : 또한, 역시. / 不釋(불석) : ~을 놓지 않다. / 善行絛(선행조) : 선행의 끈.今方(금방) : 금방, 이제. / 絶氣(절기) : 숨이 끊어지다, 숨을 거두다. / 一(일) : 하나, 한 마리.見載(견재) : ~에 실리다. ‘싣다’의 피동형이다. 여기에 쓰인 ‘見’은 피동을 유도하는 일종의 조동사이다. / 越壟(월롱) : 밭고랑을 넘다. / 向(향) : ~로 향하다
<사진 제공 : 노용복님> 산은 책이다 이생진 산은 뜻 깊은 책이다책장을 넘기지 않아도 읽을 수 있는 수려한 문장구름을 읽다가 바위 곁으로 가고바위를 읽다가 다시 구름 곁으로 간다 [태헌의 한역]山卽篇(산즉편) 山是何(산시하)意深篇(의심편)不借翻書勞(불차번서로)可讀秀文連(가독수문련)閱雲忽堪到巖傍(열운홀감도암방)讀巖復能至雲邊(독암부능지운변) [주석]* 山卽篇(산즉편) : 산은 곧 책이다. ‘篇’은 본래 종이 대신 “글씨를 쓴 대쪽을 끈으로 엮어 맨 책”을 의미하던 글자였기 때문에, 역자가 이 한역시의 압운을 고려하여 ‘書(서)’를 대신해서 사용한 글자이다.山是何(산시하) : 산은 무엇인가? 한역시의 행문(行文)을 고려하여 역자가 임의로 설정한 의문문이다.意深(의심) : 뜻이 깊다.不借(불차) : 빌리지 않다. / 翻書(번서) : 책장을 넘기다. / 勞(노) : 수고하다, 수고. ※ 이 구절은 원시의 “책장을 넘기지 않아도”를 약간 의역하여 표현한 것이다.可讀(가독) : 읽을 수 있다, 읽을 만하다. / 秀文(수문) : 빼어난 문장, 수려한 문장. / 連(연) : 이어지다, 잇닿다. 한역시의 행문(行文)과 한역시의 압운을 고려하여 역자가 임의로 보탠 글자이다.閱雲(열운) : 구름을 읽다. 구름을 본다는 뜻이다. / 忽堪(홀감) : 문득 ~을 할 수 있다. 원시의 명쾌한 의미 전달과 한역시의 행문을 동시에 고려하여 역자가 임의로 보탠 말이다. / 到巖傍(도암방) : 바위 곁에 이르다, 바위 곁으로 가다.讀巖(독암) : 바위를 읽다. 바위를 본다는 뜻이다. / 復能(부능) : 다시 ~을 할 수 있다. 이 역시 원시의 명쾌한 의미 전달과 한역시의 행문을 동시에 고려하여 역자가 임의
우산 하나 윤수천 비오는 날에는사랑을 하기 좋다우산 한 개만으로도사랑의 집 한 채 지을 수 있으니까. [태헌의 한역]一雨傘(일우산) 銀竹敲地日(은죽고지일)愛戀固合適(애련고합적)唯以小雨傘(유이소우산)可造一愛宅(가조일애택) [주석]* 一雨傘(일우산) : 하나의 우산, 우산 하나.銀竹(은죽) : 비[雨]의 이칭. 빗발을 ‘은빛 대나무’에 비유하여 생긴 말로 이백(李白)이 <숙하호(宿鰕湖)>라는 제목의 시에서 사용하였다. / 敲地(고지) : 땅을 두드리다. <비가> 내린다는 뜻으로 역자가 만든 말이다. 주어를 ‘銀竹’으로 하였기 때문에 주어에 어울리는 술부(述部)를 만들어 본 것이다. / 日(일) : ~하는 날, ~하는 날에.愛戀(애련) : 사랑, 사랑하다. / 固(고) : 진실로, 정말. / 合適(합적) : 꼭 알맞다, 딱 좋다.唯(유) : 오직, 다만. / 以小雨傘(이소우산) : 작은 우산으로, 작은 우산을 가지고. ‘小’는 원시의 “우산 한 개”라고 한 대목의 “한”을 역자가 바꾸어본 표현이다. 원시의 아래 행에도 하나를 나타내는 “한”이 쓰이고 있어 한역시에서 중복을 피하기 위해 바꾸게 된 것이다.可(가) : ~을 할 수 있다. / 造(조) : ~을 만들다, (집 따위를) 짓다. / 一愛宅(일애택) : 하나의 사랑의 집, 사랑의 집 한 채. [한역의 직역]우산 하나 비오는 날은사랑하기 정말 딱 좋다오직 작은 우산만으로도사랑의 집 한 채 지을 수 있으니까. [한역 노트]우산을 쓰는 것이, 동양에서는 평민의 경우 고마운 비를 내려주는 하늘에 대한 불경(不敬)으로 인식되던 때가 있었고, 서양에서는 신사의 경우 스스로가 나약한 모습을 내보이는 것으로 여겨지던 시절이 있
책 시 송창선 좋은 책은 향기입니다숨이 깃들어손끝에서 피어나고가슴을 적시는삶의 향기입니다 좋은 책은 풀잎입니다바람 맞으며흙에 뿌리 내리고몸을 푸르게 하는삶의 노래입니다 좋은 책은 꽃입니다어둠 속에서별빛 모으고눈을 맑히는삶의 자랑입니다 오늘도그런 책 속에서가꾸고꿈꿉니다 [태헌의 한역]書冊之詩(서책지시) 好書卽香薰(호서즉향훈)氣息久隱伏(기식구은복)開卷手端發(개권수단발)浥胸人生馥(읍흉인생복) 好書卽草葉(호서즉초엽)風來不憚搖(풍래불탄요)土中恒植根(토중항식근)靑身人生謠(청신인생요) 好書卽花朶(호서즉화타)暗中集星光(암중집성광)白日開而示(백일개이시)淸目人生揚(청목인생양) 今日亦書裏(금일역서리)養吾夢優美(양오몽우미) [주석]* 書冊(서책) : 책. / 之(지) : ~의. 앞말을 관형어로 만드는 구조 조사. / 詩(시) : 시.* 好書(호서) : 좋은 책. / 卽(즉) : 즉, 곧, 바로 ~이다. / 香薰(향훈) : 향기.氣息(기식) : 숨을 내쉬고 들이쉬는 기운, 숨. / 久(구) : 오래, 오래도록.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는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隱伏(은복) : 숨어 엎드리다. 원시의 “깃들어”를 시의(詩意)와 압운(押韻) 등을 고려하여 역자가 임의로 한역한 표현이다.開卷(개권) : 책을 열다, 책을 펴다. 원시에서 생략된 것으로 여겨지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手端發(수단발) : 손끝에서 피다, 손끝에서 피어나다.浥胸(읍흉) : 가슴을 적시다. / 人生馥(인생복) : 인생의 향기, 삶의 향기.草葉(초엽) : 풀잎.風來(풍래) : 바람이 오다, 바람이 불다. / 不憚搖(불탄요) : 흔들리는 것을 꺼리지 않다. ※ 이 구절은 원시의 “
첫사랑 민영기 별을 보고 싶으냐참아라열다 보면 구겨지느니아픈 기억도세월 속에 묻어두면꽃이 된다는데, 내게너만 한 꽃이 또 있을라고너보다더 붉은 꽃 또 있을라고…… [태헌의 한역]初戀(초련) 願看星辰否(원간성진부)忍矣啓則皺(인의계즉추)若埋傷憶歲月裏(약매상억세월리)聞說爲花心中處(문설위화심중처)於我何有如汝花(어아하유여여화)世上何花紅於汝(세상하화홍어여) [주석]* 初戀(초련) : 첫사랑.願看(원간) : ~을 보기를 원하다, ~을 보고 싶다. / 星辰(성진) : 별. / 否(부) : 시구(詩句) 말미에 쓰이는 부정(否定) 부사 ‘否’, ‘不(불)’, ‘未(미)’, ‘非(비)’ 등은 시구 전체를 의문형으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願看星辰否”는 “별이 보고 싶으냐?”의 뜻이 된다.忍矣(인의) : 참아라. ‘矣’는 명령형 문말(文末)에 쓰는 어기사(語氣詞)이다. / 啓則皺(계즉추) : 열면 구겨진다. ‘啓’는 ‘開(개)’와 뜻이 같다. ‘則’은 가정형에 쓰여 앞말이나 앞 문장을 가정의 의미로 만들어주는 일종의 연사(連詞:접속사)이다. ‘皺’는 ‘주름’, ‘주름이 지다’는 뜻인데 ‘구겨진다’는 뜻도 여기에 포함된다.若(약) : 만약. / 埋(매) : ~을 묻다. / 傷憶(상억) : 아픈 기억. / 歲月裏(세월리) : 세월 속, 세월 속에.聞說(문설) : 듣자니 ~라고 한다, ~라고 듣다. / 爲花(위화) : 꽃이 되다. / 心中處(심중처) : 마음속에 처하다, 마음속에 머물다. 한역(漢譯)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는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於我(어아) : 나에게. / 焉有(언유) : 어찌 ~이 있겠는가? / 如汝花(여
새로운 길 윤동주 내를 건너서 숲으로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태헌의 한역]新康(신강) 濟川向林(제천향림)越嶺向莊(월령향장)昨日已去(작일이거)今日將踉(금일장량)吾前吾路(오전오로)卽是新康(즉시신강)地丁開花(지정개화)喜鵲飛翔(희작비상)少女行過(소녀행과)天風徜徉(천풍상양)吾前吾路(오전오로)常是新康(상시신강)今日亦然(금일역연)明日亦當(명일역당)濟川向林(제천향림)越嶺向莊(월령향장) [주석]* 新康(신강) : 새로운 길. ‘康’은 보통 오달(五達)의 길, 곧 오거리라는 뜻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지만, 일반적인 의미에서 여러 군데로 막힘없이 통하는 큰 길을 가리키기도 한다. ‘길’을 의미하는 다른 한자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 글자를 쓰게 된 이유는 압운(押韻)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때문이다.濟川(제천) : 내를 건너다. / 向林(향림) : 숲을 향하다, 숲으로.越嶺(월령) : 고개를 넘다. / 向莊(향장) : 마을을 향하다, 마을로.昨日(작일) : 어제. / 已(이) : 이미.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는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去(거) : 가다.今日(금일) : 오늘. / 將(장) : 장차.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는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踉(양) : 가려고 하다, 천천히 가다, 급히 가다.吾前(오전) : 내 앞, 내 앞의.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는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吾路(오로) : 나의 길.卽是(즉시) : 바로 ~이다. &lsquo
바늘귀 오순택 가진 건 아주 작은귀 하나 뿐이어도 실을 꿰어해진 것 다 깁는다.바늘 너는 너처럼깨끗한 귀 하나가졌으면 좋겠다. [태헌의 한역]針耳(침이) 針兮汝所有(침혜여소유)但止一小耳(단지일소이)穿針將走線(천침장주선)綻裂盡可理(탄렬진가리)耳若汝耳純(이약여이순)吾人丁寧喜(오인정녕희) [주석]* 針耳(침이) : 바늘귀. 이규경(李圭景) 선생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 의하면 ‘침이(針耳)’는 우리식 한자어로 보인다. 중국 사람들은 바늘귀를 ‘침공(針孔)’, ‘침안(針眼)’, ‘침비(針鼻)’ 등으로 표기하였다.針兮(침혜) : 바늘아! ‘兮’는 호격(呼格) 어기사(語氣詞)이다. / 汝所有(여소유) : 네가 가진 것.但(단) : 다만, 그저. / 止(지) : ~에 그치다, ~에 불과하다. / 一小耳(일소이) : 작은 귀 하나.穿針(천침) : 바늘귀에 실을 꿰다. 이 말 자체가 바느질한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 將(장) : 장차.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는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走線(주선) : <바늘에 꿴> 실을 가게 하다, 바느질을 하다. 이 역시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는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綻裂(탄렬) : (옷 따위가) 터지거나 찢어지다. / 盡(진) : 모두, 다. / 可(가) : ~을 할 수 있다. / 理(리) : 바루다, 손질하다. ‘깁다’의 뜻으로 이해해도 무방하다.耳(이) : 귀. / 若汝耳(약여이) : 너의 귀와 같다, 너의 귀처럼. / 純(순) : 순일(純一)하다. 원시의 “깨끗한”을 역자가 함의를 고려하여 한역한 표현이다.吾人(오인) : 나. 원시의 생략된 주어를 보충한 것이다. / 丁寧(정녕) : 정녕, 틀림없이. 원시
讀柳岸津先生之野花岸上詩後(독유안진선생지야화안상시후)- 香之大小(향지대소) 姜聲尉(강성위) 人養花草香氣小(인양화초향기소)花草與人去不遠(화초여인거불원)天養野花香氣大(천양야화향기대)野花與天去相遠(야화여천거상원) [주석]* 讀(독) : ~을 읽다, ~을 읽고서. / 柳岸津先生(유안진선생) : 유안진 선생. / 之(지) : ~의. 관형격 구조조사. / 野花岸上詩(야화안상시) : <들꽃 언덕에서>라는 시. / 後(후) : ~한 뒤에, ~한 후에. / 香之大小(향지대소) : 향기의 대소(大小), 향기의 크기.人養花草(인양화초) : 사람이 화초를 기르다, 사람이 기른 화초. / 香氣(향기) : 향기. / 小(소) : ~이 작다.花草與人(화초여인) : 화초와 사람. ‘與’는 ‘and’에 해당하는 접속사이다. / 去不遠(거불원) : (떨어진) 거리가 멀지 않다. ‘去不遠’ 앞에 ‘相’이 생략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天養野花(천양야화) : 하늘이 들꽃을 기르다, 하늘이 기른 들꽃. / 大(대) : ~이 크다.野花與天(야화여천) : 들꽃과 사람. / 去相遠(거상원) : (떨어진) 거리가 서로 멀다. [번역]유안진 선생의 <들꽃 언덕에서> 시를 읽은 후에- 향기의 크기 사람이 기른 화초는 향기가 작다화초와 사람 거리가 멀지 않으니하늘이 기른 들꽃은 향기가 크다들꽃과 하늘 거리가 서로 머니까 [시작 노트]필자의 졸시는 한시로 작성한 일종의 독후감이다. 유안진 선생의 <들꽃 언덕에서>를 몇몇 지인들과 SNS 동호회에 소개한 후에 새삼스레 감상하다가 불현듯 시상이 일어 엮어보게 된 것이었다. <들꽃 언덕에서> 시가 퍼뜩 떠오르지 않는 독자들을 위하여 우선 작품을 여기에 소개하도록 한다.들꽃 언덕에서&
“새해의 우리, 이랬으면 좋겠습니다” 중에서 이채 꽃처럼 웃고새처럼 노래하고구름처럼 자유롭고하늘처럼 평화로웠으면 [태헌의 한역]如花含笑(여화함소)如鳥唱歌(여조창가)如雲自由(여운자유)如天平和(여천평화) [주석]如花(여화) : 꽃과 같다, 꽃처럼. / 含笑(함소) : 미소를 머금다, 웃다.如鳥(여조) : 새와 같다, 새처럼. / 唱歌(창가) : 노래를 부르다, 노래하다.如雲(여운) : 구름과 같다, 구름처럼. / 自由(자유) : 자유.如天(여천) : 하늘과 같다, 하늘처럼. / 平和(평화) : 평화. [한역의 직역]꽃처럼 미소 머금고새처럼 노래 부르고구름처럼 자유롭고하늘처럼 평화롭길 [한역 노트]역자가 오늘 소개하는 이 시(구)는 이채 시인의 시 “새해의 우리, 이랬으면 좋겠습니다”의 한 단락이다. 그러고 보니 시의 일부만을 번역하여 소개하는 것은 이 시가 처음이 된다. 역자가 전체 시 가운데 이 단락만을 한역(漢譯)하여 소개하게 된 데는 좀은 특별한 사연이 있었다. 오늘날에는 시를 꼭 종이로 된 읽을거리에서만 만나는 것이 아니다. 책상 위의 모니터에서도 만나고, 손에 들린 핸드폰에서도 만나고, 지하철 승강장에서도 만난다. 역자는 아주 특별하게 노래의 간주 속에서 이 시를 만났더랬다. 노래의 가사를 시라고 할 수 있을 테니, 말하자면 역자는 시 속에서 시를 만난 셈이다. 대중가요 “인생의 선물”은 가수 양희은씨가 쓴 노랫말에 사다 마사시[佐田雅志]씨가 곡을 붙이고 양희은씨가 노래로 부른 것이다. 역자가 여태 몇 번 들어본 적이 있는 노래인데, 어느 날 불현듯 생각이 나 찾아듣다가 유정씨라는 가수 분이 커버(Cover:원창자가 아닌 가수가 노래를 부
하루 종일 심준보 느낌표 구부려 물음표 물음표 곧게 펴 느낌표 그러다 닳고 닳아 어느새 마침표 오늘도고생하셨습니다. [태헌의 한역]盡終日(진종일) 勾曲嘆號制問號(구곡탄호제문호)伸直問號作嘆號(신직문호작탄호)如此磨損成句號(여차마손성구호)吾君今日亦苦勞(오군금일역고로) [주석]* 盡終日(진종일) : 하루 종일.勾曲(구곡) : 구부리다. / 嘆號(탄호) : 감탄부호, 느낌표, ‘!’. / 制(제) : ~을 만들다. / 問號(문호) : 의문부호, 물음표, ‘?’.伸直(신직) : 곧게 펴다. / 作(작) : ~을 만들다.如此(여차) : 이처럼, 그러다, 어느새. / 磨損(마손) : 닳다, 닳아 없어지다. / 成(성) : ~이 되다. / 句號(구호) : 종결부호, 마침표, ‘.’.吾君(오군) : 그대.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서 생략된 주어를 역자가 임의로 보충한 것이다. / 今日(금일) : 오늘. / 亦(역) : 역시, 또한. / 苦勞(고로) : 수고하다, 고생하다. [한역의 직역]하루 종일 느낌표 구부려 물음표 만들었다가물음표 곧게 펴 느낌표 만드나니그러다 닳고 닳아 마침표 되었구나그대여!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한역 노트]“오늘 일 잘 해야지!”라며 씩씩하게 출근했더니, 상사가 일을 시키는 게 영 마뜩하지가 않다. 이럴 때면 거의 어김없이 “이걸 왜 나보고 하라는 거야?”와 같은 혼잣말을 하기 마련이다. 느낌표가 어느새 물음표로 바뀐 것이다. 어쨌거나 시킨 일이라 꾸역꾸역 했더니, “아! 이래서 하라고 했구나!”라는 혼잣말이 절로 나올 수 있다. 이는 물음표가 다시 느낌표로 바뀐 것이다. 현대인들은 일의 종류에 관계없이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런 느낌표와 물음표, 혹은
풀씨 하나를 위하여 정하선 이 어찌소중하지 않으랴저 작은풀씨 하나를흙에다 떨어뜨려놓고신은 매일매일 아침마다이슬 내려맑은 기도를 하였을 것이다 [태헌의 한역]爲一草子(위일초자) 猗歟此何非所重(의여차하비소중)落地彼小一草子(낙지피소일초자)天神日日待朝旦(천신일일대조단)手降露珠祈淸祉(수강로주기청지) [주석]*爲(위) : ~을 위하여. / 一草子(일초자) : 하나의 풀씨, 풀씨 하나.猗歟(의여) : 아아! 이 감탄사는 역자가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 없는 말을 임의로 보탠 것이다. / 此何非(차하비) : 이것이 어찌 ~이 아니겠느냐, 이 어찌 ~이 아니랴! / 所重(소중) : 소중하다, 소중한 것.落地(낙지) : ~이 땅에 떨어지다, ~을 땅에 떨어뜨리다. / 彼小(피소) : 저 작은, 저토록 작은.天神(천신) : 신. 원시의 “신”을 역자가 한역한 말로 하늘 자체 또는 하늘을 관장한다는 신을 뜻한다. / 日日(일일) : 매일매일, 날마다. / 待(대) : ~을 기다리다. / 朝旦(조단) : 아침.手(수) : 손수, 직접.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降(강) : ~을 내려주다, ~을 하사하다. / 露珠(노주) : 이슬, 이슬방울. 이슬을 시적으로 나타낸 말이다. / 祈(기) : ~을 빌다, ~을 기도하다. / 淸祉(청지) : 맑은 복. [직역]풀씨 하나를 위하여 아아! 이 어찌소중하지 않으랴,땅에 떨어뜨려놓은저 작은 풀씨 하나!신은 매일매일아침을 기다렸다가손수 이슬 내려맑은 복을 빌었을 거다 [한역 노트]이 시는 “이 어찌”의 “이”와 “신”에 대한 이해가 시의 대의를 파악하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역자가 보기에 시인이 언급한 “이”는, 신이
봄날은 간다구양숙 이렇듯 흐린 날에 누가문 앞에 와서내 이름 불러주면 좋겠다 보고 싶다고 꽃나무 아래라고술 마시다가목소리 보내오면 좋겠다 난리 난 듯 온 천지가 꽃이라도아직은 니가 더 이쁘다고거짓말도 해주면 좋겠다 [태헌의 한역]春日去(춘일거) 如此陰日來門前(여차음일래문전)誰呼吾名吾自喜(수호오명오자희)花下酒中忽憶吾(화하주중홀억오)打電傳音吾自喜(타전전음오자희)花雖滿地汝猶美(화수만지여유미)故吐虛言吾自喜(고토허언오자희) [주석]* 春日去(춘일거) : 봄날이 가다.如此(여차) : 이렇듯, 이처럼. / 陰日(음일) : 흐린 날. / 來門前(내문전) : 문 앞으로 오다, 문 앞에 오다.誰呼吾名(수호오명) : 누가 내 이름을 부르다. / 吾自喜(오자희) : 내가 저절로 기뻐지다, 내가 스스로 기뻐하다.花下(화하) : 꽃(나무) 아래에서. / 酒中(주중) : 술을 마시는 중에, 술을 마시다가. / 忽(홀) : 문득, 불현듯. / 憶吾(억오) : 나를 생각하다. 원시의 “보고 싶다고”를 역자가 의역한 표현이다.打電(타전) : 전화를 걸다.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傳音(전음) : (목)소리를 전하다.花(화) : 꽃. / 雖(수) : 비록 ~할지라도. / 滿地(만지) : 땅에 가득하다, 천지에 가득하다. / 汝猶美(여유미) : 네가 오히려 예쁘다.故(고) : 짐짓, 일부러.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吐虛言(토허언) : 거짓말을 하다. [한역의 직역]봄날은 간다 이렇듯 흐린 날에 문 앞에 와서누가 내 이름 불러주면 난 절로 기쁘겠다꽃 아래서 술 마시다 불현듯 내가 생각나전화 걸어 목소리 전해주면 난 절로 기쁘겠다“꽃이
꽃이 그랬다 김영 햇볕이 꽃을 피운다고말하지 마라 바람이 꽃을 지운다고탓하지 마라 피는 것도지는 것도 꽃이 그랬다 [태헌의 한역]화사지연(花使之然) 日陽開花(일양개화)吾君莫言(오군막언)風頭謝花(풍두사화)吾君莫愆(오군막건)開事謝事(개사사사)花使之然(화사지연) [주석]*화사지연(花使之然) : 꽃이 <그것을> 그렇게 한 것이다.日陽(일양) : 햇볕. / 開花(개화) : 꽃을 피게 하다, 꽃을 피우다.吾君(오군) : 그대, 당신. 원시의 생략된 주어를 보충한 말이다. / 莫言(막언) : 말하지 마라! 예찬하지 말라는 뜻이다.風頭(풍두) : 바람의 기세. 또는 바람을 두루 이르는 말이다. / 謝花(사화) : 꽃을 지게 하다, 꽃을 지우다.莫愆(막건) : 허물하지 마라, 탓하지 마라!開事(개사) : <꽃이> 피는 일, <꽃을> 피우는 일. / 謝事(사사) : <꽃이> 지는 일, <꽃을> 지우는 일. [한역의 직역]꽃이 그렇게 한 것이다 햇볕이 꽃을 피운다고그대 말하지 마라바람이 꽃을 지운다고그대 탓하지 마라피는 일도 지는 일도꽃이 그렇게 한 것이다 [한역 노트]꽃이 피었다 지는 것은 꽃의 일생이다. 그리고 꽃은 때가 되면 피었다가 때가 되면 질 따름이다. 이것이 이른바 저절로 그러함, 곧 ‘자연(自然)’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꽃을 피우는 무엇인가를 거론하며 예찬하고, 또 꽃을 지우는 무엇인가를 언급하며 한탄한다. 사람들의 이러한 태도는 꽃이 피는 것을 기뻐하고, 꽃이 지는 것을 슬퍼하는 감정과 맥락이 맞닿아 있다. 그러나 세상 어느 꽃도 사람더러 기뻐하라고 피고, 슬퍼하라고 지지는 않는다. 그리고 시에서 “말하지 마라”, “
청춘 박민영 아흔다섯 외할머니가 묻는다. “정순아 니가 올해 몇이로” “엄마 내 벌써 쉰아홉이다.” 팔각산을 응시하던 할머니가 읊조린다. “청춘이네...” 쉰아홉 청춘은 모처럼 청춘답게 웃는다. [태헌의 한역] 靑春(청춘) 九五外婆問(구오외파문) 貞順今幾歲(정순금기세) 母兮吾業已(모혜오업이) 到達五九歲(도달오구세) 外婆久看八角山(외파구간팔각산) 吟曰依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