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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위
강성위
The Life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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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시, 한시로 만나다
자는 백안(伯安), 호는 태헌(太獻)이다.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희대학교 연구박사, 서울대학교 중국어문학연구소 책임연구원, 안동대학교 퇴계학연구소 책임연구원 등을 역임하였다. 현재 조그마한 연구소 소장으로 있으면서 저술 활동을 하며 한시(漢詩) 창작과 번역을 지도하는 한편 모교인 서울대학교에 출강하여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다. 30여 권의 저서와 역서가 있으며, 창작 한시집으로 ≪술다리[酒橋]≫ 등이 있다.
  • 낙화, 조지훈

    낙화조지훈꽃이 지기로소니바람을 탓하랴주렴 밖에 성긴 별이하나 둘 스러지고귀촉도 울음 뒤에머언 산이 다가서다촛불을 꺼야하리꽃이 지는데꽃 지는 그림자뜰에 어리어하이얀 미닫이가우련 붉어라묻혀서 사는 이의고운 마음을아는 이 있을까저어하노니꽃이 지는 아침은울고 싶어라[태헌의 한역]落花(낙화)花落何恨風飄飄(화락하한풍표표)簾外疏星一二消(염외소성일이소)杜鵑鳴後遠山薄(두견명후원산박)應滅燭火憐花落(응멸촉화련화락)落花殘影照庭中(낙화잔영조정중)白色推窓稀微紅(백색퇴창희미홍)幽人傷心嫌見知(유인상심혐견지)花落淸晨欲泣悲(화락청신욕읍비)[주석]* 落花(낙화) : 낙화, 지는 꽃, 진 꽃.花落(화락) : 꽃이 (떨어)지다. / 何恨(하한) : 어찌 ~을 한스러워하랴! 어찌 ~을 탓하랴! / 風飄飄(풍표표) : 바람이 나부끼다.簾外(염외) : 주렴 밖. / 疏星(소성) : 성긴 별. / 一二消(일이소) : 하나 둘씩 사라지다.杜鵑(두견) : 귀촉도(歸蜀道), 소쩍새. / 鳴後(명후) : 울고 난 후. / 遠山薄(원산박) : 먼 산이 다가오다.應(응) : 응당. / 滅燭火(멸촉화) : 촛불을 끄다. / 憐花落(연화락) : 꽃이 지는 것이 아깝다, 꽃이 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다. 역자는 원시의 “꽃이 지는데”를 “꽃이 지니까”, “꽃이 지는 것이 아까우니까” 정도로 이해하였다. 그리하여 이 대목을 한역하면서 당(唐)나라 시인 장구령(張九齡)의 <望月懷遠(망월회원)>에 보이는 시구(詩句) “滅燭憐光滿(멸촉련광만)”을 참고하였다. 인용한 시구는 “촛불을 꺼야하리, 달빛 가득한 게 아까우니”로 번역된다.落花殘影(낙화잔영) : 지는 꽃의 (스러지는) 그림자. / 照庭中(조정중) : 뜰(안)에 비치다. 원

    2021-04-20 10:00
  • <특집 : 생활 속의 한시> 眼瞼手術(안검수술), 강성위

      1. 眼瞼手術(안검수술)   姜聲尉(강성위)   眼瞼下垂比人甚(안검하수비인심) 生來初臥手術床(생래초와수술상) 鼓鼓腫脹還瘀靑(고고종창환어청) 恰如貉眼橫向張(흡여학안횡향장)   [주석] * 眼瞼(안검) : 눈꺼풀. / 手術(수술) : 수술. * 眼瞼下垂(안검하수) : 눈꺼풀이 아래로 처지다. 눈꺼풀이 아래로 처져서 시야를 가리는 현상을 가리키기도 한다. / 比人甚(비인심) : 타인(남들)에 비해 심하다. 生來(생래) : 태어나, 난생. / 初(초) : 처음, 처음으로. / 臥(와) : ~에 눕다. / 手術床(수술상) : 수술대. 鼓鼓(고고) : 부풀어 오른 모양. 퉁퉁. / 腫脹(종창) : (염증 따위로 말미암아 인체의 국부가) 부어오르다. / 還(환) : 다시, 또. / 瘀靑(어청) : 멍이 들다. 恰如(흡여) : 흡사 ~와 같다. / 貉(학) : 너구리. 여러 가지 뜻이 있으나 여기서는 너구리라는 의미로 사용하였다. / 眼(안) : 눈. / 橫向(횡향) : 가로로, 가로 방향으로. / 張(장) : 펴다, 늘리다.   [번역] 눈꺼풀 수술   안검 하수가 남들보다 심하여 태어나 처음 수술대에 누웠다 퉁퉁 붓고 다시 멍까지 드니 흡사 너구리 눈 가로로 늘인 듯   2. 眼瞼手術後(안검수술후)   手術畢後朔餘過(수술필후삭여과) 腫消瘀滅聊可觀(종소어멸료가관) 但恐身登九原日(단공신등구원일) 兩親不識吾面顔(양친불식오면안)   [주석] * 後(후) : 뒤, ~ 뒤에, ~한 후에. 畢後(필후) : 끝난 뒤. 朔餘(삭여) : 한 달쯤, 한 달 남짓. / 過(과) : 지나가다. 腫消(종소) : 부기가 가라앉다. / 瘀滅(어멸) : 멍이 사라지다. / 聊(요) : 애오라지, 그럭저럭. / 可觀(가관) : 볼만하다. 但恐(단공) : 다만 ~이 두렵다. / 身登(신등) : 몸이 ~에 올라가다, 내가 ~에

    2021-04-05 09:43
  • 테스형, 나훈아

    테스형   나훈아   어쩌다가 한바탕 턱 빠지게 웃는다 그리고는 아픔을 그 웃음에 묻는다 그저 와준 오늘이 고맙기는 하여도 죽어도 오고 마는 또 내일이 두렵다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아!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사랑은 또 왜 이래 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뱉고 간 말을 내가 어찌 알겠소 모르겠소 테스형   울 아버지 산소에 제비꽃이 피었다 들국화도 수줍어 샛노랗게 웃는다 그저 피는 꽃들이 예쁘기는 하여도 자주 오지 못하는 날 꾸짖는 것만 같다 아! 테스형 아프다 세상이 눈물 많은 나에게 아!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세월은 또 왜 저래 먼저가본 저세상 어떤 가요 테스형 가보니까 천국은 있던 가요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태헌의 한역] 底兄(저형)   隨時一笑當解頤(수시일소당해이) 然後埋傷笑聲中(연후매상소성중) 只謝今辰依舊到(지사금신의구도) 雖死必來明日忡(수사필래명일충) 底兄世上何故辛(저형세상하고신) 底兄愛情又何空(저형애정우하공) 認識自己兄留語(인식자기형류어) 吾何領會吾不通(오하령회오불통)   先考墳邊菫花發(선고분변근화발) 野菊亦暗作黃笑(야국역암작황소) 綻花如前麗則麗(탄화여전려즉려) 髣髴皆說吾怠掃(방불개설오태소) 底兄世酷於淚吾(저형세혹어루오) 底兄歲月何似趨(저형세월하사추) 先登九原誠何若(선등구원성하약) 往觀果有天國無(왕관과유천국무)   [주석] * 底兄(저형) : 소크라테스. 소크라테스를 한자로는 ‘蘇格拉底(소격랍저)’로 적는데 ‘테스’에 해당되는 글자는 ‘底’이므로 ‘테

    2021-02-23 10:13
  • 홍매화, 도종환

    <사진 제공 : 소나무맘> 홍매화 도종환 눈 내리고 내려 쌓여 소백산자락 덮어도 매화 한 송이 그 속에서 핀다 나뭇가지 얼고 또 얼어 외로움으로 반질반질해져도 꽃봉오리 솟는다 어이하랴 덮어버릴 수 없는 꽃 같은 그대 그리움 그대 만날 수 있는 날 아득히 멀고 폭설은 퍼붓는데 숨길 수 없는 숨길 수 없는 가슴 속 홍매화 한 송이 [태헌의 한역] 紅梅(홍매) 雪降又積埋小白(설강우적매소백) 梅花一朶此中動(매화...

    2021-02-16 09:42
  • 설날, 오탁번

    <사진 제공 : 류남수님> 설날   오탁번   설날 차례 지내고 음복 한 잔 하면 보고 싶은 어머니 얼굴 내 볼 물들이며 떠오른다   설날 아침 막내 손 시릴까 봐 아득한 저승의 숨결로 벙어리장갑 뜨고 계신   나의 어머니   [태헌의 한역] 元日(원일)   元日行禮後(원일행례후) 飮福酒一杯(음복주일배) 願見慈母顔(원견자모안) 霑頰想起來(점협상기래) 元旦母所恐(원단모소공) 季兒兩手凍(계아양수동) 漠漠九原上(막막구원상) 猶織手巴掌(유직수파장)   [주석] * 元日(원일) : 설날. 行禮(행례) : 제사 등의 예식을 행하다. / 後(후) : ~한 후에. 飮福(음복) : 제사를 마치고 나서 참석한 사람들이 신에게 올렸던 술이나 제물(祭物)을 나누어 먹는 일. 신이 내리는 복을 받는다는 뜻을 가지고 있어서 음복이라 하였다. / 酒一杯(주일배) : 술 한 잔. 술은 음복주(飮福酒)를 가리킨다. 願見(원견) : 보기를 원하다, 보고 싶다. / 慈母顔(자모안) : 어머니의 얼굴. 霑頰(점협) : 뺨을 적시다, 볼을 적시다. / 想起來(상기래) : 생각나다, 생각이 떠오르다. 元旦(원단) : 설날 아침. / 母所恐(모소공) : 어머니가 걱정하는 바, 어머니가 걱정하는 것. 季兒(계아) 막내, 막내아들. / 兩手(양수) : 두 손. / 凍(동) : 얼다, 시리다. 漠漠(막막) : 아득하다. / 九原(구원) : 구원, 구천(九天), 저승. / 上(상) : ~ 위에서, ~에서. 猶(유) : 오히려, 여전히.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織(직) : ~을 짜다, ~을 뜨다. / 手巴掌(수파장) : 벙어리장갑.   [한역의 직역] 설날   설날 차례 지낸 후에 음복주 한 잔 하면 보고 싶은 어머니 얼굴 볼 적시며 떠오른

    2021-02-09 10:12
  • 역사(驛舍) 앞에는 흰 눈이 펄펄 내린다, 이중열

    역사(驛舍) 앞에는 흰 눈이 펄펄 내린다   이중열   ‘커피 한잔 사주세요’ 노숙인의 목소리가 눈 사이로 들려온다   때마침 신사가 있어 외투를 입혀준다 장갑도 벗어 건네준다   ‘따뜻한 거 사드세요’ 지갑을 열어 오만원을 준다   총총히 길을 가는 그 사람 역사 앞에는 흰 눈이 펄펄 내린다   [태헌의 한역] 玉屑飄飄驛舍前(옥설표표역사전)   請君向我惠咖啡(청군향아혜가배) 行旅聲音聞雪邊(행려성음문설변) 適有紳士解袍授(적유신사해포수) 手帶掌甲脫而傳(수대장갑탈이전) 却曰須賣溫暖食(각왈수매온난식) 開匣還贈五萬圓(개갑환증오만원) 斯人匆匆行己路(사인총총행기로) 玉屑飄飄驛舍前(옥설표표역사전)   [주석] 玉屑(옥설) : 옥의 가루. 여기서는 눈(雪)을 아름답게 칭하는 말로 쓰였다. / 飄飄(표표) : 바람에 날리는 모양, 나부끼는 모양, 펄펄. / 驛舍前(역사전) : 역사(驛舍) 앞. 여기서는 서울역 앞 광장을 가리킨다. 請君(청군) : 그대에게 청하다, 그대에게 부탁하다. / 向我(향아) : 나에게. / 惠(혜) : ~을 내려주다, ~을 보내주다. / 咖啡(가배) : 커피(coffee). 行旅(행려) : 나그네, 길손. 역자는 여기서 노숙인의 의미로 사용하였다. / 聲音(성음) : 소리, 목소리. / 聞雪邊(문설변) : <내리는> 눈 가운데서 들리다. ‘邊’에는 어떤 범위의 안이나 속이라는 뜻이 있다. 適(적) : 마침, 때마침. / 有(유) : ~이 있다. / 紳士(신사) : 신사. / 解袍授(해포수) : 외투를 벗어 주다. ‘袍’는 보통 도포라는 뜻으로 쓰나 여기서는 외투라는 의미로 사용하였다. 手帶掌甲(수대장갑) : 손에 끼고 있는 장갑. ‘掌甲’은 현대 중국어의 ‘手套(수투)’에 해당되

    2021-02-02 09:13
  • 1월, 이남일

    1월   이남일   지금은 1월 세상이 멈추어 섰다. 너를 향한 내 발소리도 길 위에 얼어버렸다.   바람이 울지 않아도 날리는 뼛속까지 하얀 눈 겨울을 탓하진 않는다.   사랑하지 않아도 그리움이 쌓이는 걸 처음 알았다.   얼음 같은 매화 향기에도 봄기운이 느껴지는 하늘 그대가 보고 싶다.   [태헌의 한역] 一月(일월)   當今卽一月(당금즉일월) 擧世皆息動(거세개식동) 向君吾足聲(향군오족성) 路上已凝凍(노상이응동) 寒風雖不鳴(한풍수불명) 飛雪透骨明(비설투골명) 心益窮(심익궁) 無責冬(무책동) 不愛亦思積(불애역사적) 吾人始得諳(오인시득암) 梅香猶如氷(매향유여빙) 春氣天邊感(춘기천변감) 忽對雲(홀대운) 欲看君(욕간군)   [주석] * 一月(일월) : 1월. 當今(당금) : 지금, 바로 지금. / 卽(즉) : 곧, 곧 ~이다. 擧世(거세) : 온 세상. / 皆(개) : 모두, 다.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息動(식동) : 움직임을 멈추다. 向君(향군) : 그대를 향하여, 그대에게. / 吾足聲(오족성) : 내 발소리. 路上(노상) : 길 위, 길 위에서. / 已(이) : 이미.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凝凍(응동) : 얼다, 얼어붙다. 寒風(한풍) : 찬바람, 겨울바람. / 雖(수) : 비록. / 不鳴(불명) : 울지 않다, 소리 내지 않다. 飛雪(비설) : 날리는 눈. / 透骨明(투골명) : 뼛속까지 환하다, 뼛속까지 하얗다. ‘明’에는 희다는 뜻도 있다. 心益窮(심익궁) : 마음이 더욱 궁하다, 마음이 더욱 궁해지다. 이 구절은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 없는 내용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無(무) : ~이 없다, ~을 하지 않

    2021-01-26 09:24
  • <특집 : 생활 속의 한시> 安兄白檀杖(안형백단장), 강성위

    [한시] 安兄白檀杖(안형백단장)   姜聲尉(강성위)   未朞安兄有一杖(미기안형유일장) 冠岳白檀剝而成(관악백단박이성) 散步上山恒帶同(산보상산항대동) 親近誠與待媛平(친근성여대원평) 賢閤頻曰縮額事(현합빈왈축액사) 山僧猶亦願見呈(산승유역원견정) 色白形曲似白龍(색백형곡사백룡) 終身恩愛大於鯨(종신은애대어경)   [주석] * 安兄(안형) : 안형. / 白檀杖(백단장) : 노린재나무로 만든 지팡이. ‘白檀’은 노린재나무를 가리키는 말인데, 나무껍질을 벗긴 색이 희며, 도장을 새기는 데 쓸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하다. 未朞(미기) : 아직 돌이 되지 않다. 역자는 이 시에서 ‘朞’를 주갑(周甲), 곧 환갑(還甲)의 의미로 사용하였다. 언제부턴가 60살 언저리의 사람들이 환갑을 ‘돌’로도 칭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朞’는 늙거나 장수하는 것을 이르기도 하므로 ‘未朞’는 아직 늙지 않았다는 뜻으로 이해해도 무방하다. / 有(유) : ~이 있다. / 一杖(일장) : 지팡이 하나. 冠岳(관악) : 관악산(冠岳山). / 剝而成(박이성) : (껍질을) 벗겨 만들다. 散步(산보) : 산보하다. / 上山(상산) : 산에 오르다, 등산하다. / 恒(항) : 항상, 늘. / 帶同(대동) : 대동하다, 데리고 다니다. 親近(친근) : 친근하다. / 誠(성) : 진실로, 정말. / 與待媛平(여대원평) : 미녀를 대하는 것과 같다. 賢閤(현합) : 타인의 아내를 공경(恭敬)하여 일컫는 말. / 頻(빈) : 자주. / 曰(왈) : ~라고 말하다. / 縮額事(축액사) : 이맛살을 찌푸릴 일, 창피한 일. 山僧(산승) : 산승, 산 속의 스님. / 猶亦(유역) : 오히려, 도리어. / 願(원) : ~을 원하다. / 見呈(견정) : ~을 받다. ‘주다’의 피동형이다. 色白(색백) : 색깔이 희다. / 形

    2021-01-19 09:08
  • 네 곁에서, 정백락

    <사진 제공 : 정백락님> 네 곁에서   정백락   나 차마 비웠다고 말하지 않으리   나 결코 올곧다고 입 열지 않으리   입 닫고 말씬한 푸름으로 너볏하게 서리   [태헌의 한역] 於君傍(어군방)   吾不敢言心倒空(오불감언심도공) 亦決無誇身正雅(역결무과신정아) 緘口常帶濃靑色(함구상대농청색) 一向堂堂立天下(일향당당립천하)   [주석] * 於(어) : ~에서. 처소를 나타내는 개사(介詞). / 君傍(군방) : 그대 곁. 원시의 ‘네’를 역자가 ‘汝(여)’로 번역하지 않고 ‘君(군)’으로 번역한 이유는 위진남북조 시기의 왕휘지(王徽之)가 대나무를 ‘此君(차군:이 사람·이 분)’으로 부르며 그 격을 높였던 사실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吾(오) : 나. / 不敢言(불감언) : 감히 말하지 못하다, 감히 말하지 않다. / 心(심) : 마음. / 倒空(도공) : 쏟아서 비우다, 비우다, 비다. 亦(역) : 또한.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決(결) : 결코. / 無誇(무과) : 자랑함이 없다, 자랑하지 않다. 원시의 “입 열지 않으리”를 역자가 의역한 말이다. / 身(신) : 몸. / 正雅(정아) : 바르고 고아하다, 올곧다. 緘口(함구) : 입을 다물다. / 常(상) : 항상, 늘.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帶(대) : ~을 두르다, ~을 띄다. / 濃靑色(농청색) : 짙은 푸른 빛, 농익은 푸른 빛. 一向(일향) : 언제나.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堂堂(당당) : 당당하다, 당당하게. / 立(입) : ~에 서다. / 天下(천하) : 하늘 아래, 천하.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n

    2021-01-12 10:00
  • 첫사랑, 서정춘

    첫사랑 서정춘 가난뱅이 딸집 순금이 있었다 가난뱅이 말집 춘봉이 있었다 순금이 이빨로 깨뜨려 준 눈깔사탕 춘봉이 빨아먹고 자지러지게 좋았다 여기, 간신히 늙어버린 춘봉이 입안에 순금이 이름 아직 고여 있다 [태헌의 한역] 初戀(초련) 多女貧家有順今(다녀빈가유순금) 役馬貧家有春峰(역마빈가유춘봉) 順今用齒分糖菓(순금용치분당과) 春峰舐食喜滿胸(춘봉지식희만흉) 方老春峰口脣內(방로춘봉구순내) 順今姓名猶龍鍾(순금성명유용종) [...

    2021-01-05 10:00
  • 꿈과 상처, 김승희

    꿈과 상처   김승희   나대로 살고 싶다 나대로 살고 싶다 어린 시절 그것은 꿈이었는데   나대로 살 수밖에 없다 나대로 살 수밖에 없다 나이 드니 그것은 절망이구나   [태헌의 한역] 希望與傷處(희망여상처)   我願行我素(아원행아소) 我願行我素(아원행아소) 少小彼卽是希望(소소피즉시희망) 無奈行我素(무내행아소) 無奈行我素(무내행아소) 老大彼卽是絶望(노대피즉시절망)   [주석] * 希望(희망) : 희망, 꿈. / 與(여) : 접속사. ~와, ~과. / 傷處(상처) : 상처. 我願(아원) : 나는 ~을 원한다, 나는 ~을 하고 싶다. / 行我素(행아소) : 남이 뭐라고 하든 상관하지 않고 평소(平素)의 자기 스타일에 따라 <내가> 무엇인가를 해나가는 것을 가리킨다. 성어(成語) ‘我行我素’는 만청(晩淸) 시기의 이보가(李寶嘉)가 지은 ≪관장현형기(官場現形記≫라는 소설에서 유래한 말이다. 少小(소소) : 어리다, 젊다. 나이가 어리고[少] 몸집이 작다[小]. / 彼卽(피즉) : 그것은 곧. / 是(시) : ~이다. 無奈(무내) : ~을 어찌 할 도리가 없다, ~을 할 수밖에 없다, 부득이하다. 老大(노대) : 나이가 들다, 늙다. 나이가 많고[老] 몸집이 크다[大]. / 絶望(절망) : 절망. 희망이 없음.   [한역의 직역] 꿈과 상처   나는 나대로 살고 싶다 나는 나대로 살고 싶다 어려서는 그것이 꿈이었는데   나대로 살 수밖에 없다 나대로 살 수밖에 없다 나이 들자 그것은 절망이구나   [한역 노트] 이 시는 나대로 사는 것이 꿈이었다가 나대로 살 수밖에 없는 것이 절망이 되었음을 말한 것이다. 한 때의 꿈이 결국 절망이 되고 만 것처럼 보이지만 기실은 그렇지가 않다. 어린 시절에 꿈꾼 ‘

    2020-12-29 09:51
  • 겨울나무, 박종해

    겨울나무 박종해 슬픔을 딛고 가는 사람은 기쁨의 나라에 닿는다 고통을 딛고 가는 사람은 즐거움의 나라에 닿는다 나무는 눈보라치는 겨울을 밟고 무성한 잎과 꽃을 거느린 봄나라에 이른다 [태헌의 한역] 冬樹(동수) 踏悲去人到歡國(답비거인도환국) 踏苦去人到樂國(답고거인도락국) 樹木黙經風雪冬(수목묵경풍설동) 終及葉花滿春國(종급엽화만춘국) [주석] * 冬樹(동수) : 겨울나무. 踏悲去(답비거) : 슬픔을 딛고 가다. / 人...

    2020-12-22 09:22
  • 나뭇잎이 어찌 견딜까, 박윤식

    <사진 제공 : 박윤식님> 나뭇잎이 어찌 견딜까   박윤식   푸른 청춘 탕진하고 쇠약해진 핼쑥한 몸 찬바람에 흔들리고 있는데 짓궂은 눈송이 덮어 누르네   [태헌의 한역] 樹葉何以耐(수엽하이내)   蕩盡靑春色(탕진청춘색) 衰殘身已瘠(쇠잔신이척) 寒風往往搖(한풍왕왕요) 新雪還蒙抑(신설환몽억)   [주석] * 樹葉(수엽) : 나뭇잎. / 何以(하이) : 어떻게, 어찌. / 耐(내) : 견디다. 蕩盡(탕진) : 탕진하다, 다 쓰다. / 靑春色(청춘색) : 청춘의 빛. 여기서는 푸른빛이라는 의미로 사용하였다. 衰殘(쇠잔) : 쇠잔하다, 쇠약하다. / 身已瘠(신이척) : 몸이 이미 수척하다, 몸이 이미 여위다. 寒風(한풍) : 찬바람. / 往往(왕왕) : 왕왕, 이따금.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搖(요) : 흔들다. 新雪(신설) : 새로 내린 눈, 첫눈. 원시의 ‘짓궂은 눈송이’를 고쳐 번역한 것이다. 글쓴이가 이 글을 쓰던 날 내린 눈이 첫눈이었다. / 還(환) : 다시, 또.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蒙抑(몽억) : 덮어 누르다.   [한역의 직역] 나뭇잎이 어찌 견딜까   청춘의 빛 탕진하고 쇠약해져 몸은 이미 핼쑥! 찬바람이 이따금 흔드는데 새 눈이 또 덮어 누르누나   [한역 노트] 일요일인 12월 13일에 서울과 경기 일원에 첫눈다운 첫눈이 내렸다. 제법 쌓이기도 했던 탓에 이날 SNS에는 눈과 관계되는 시와 글이 무척 많이 올라왔다. 몸이 쉬는 날이라 마음도 쉬면서 이것저것 뒤적여보다가 역자는 위의 시를 사진과 함께 마주하게 되었다. 보는 순간 한시로 만들면 되겠다는 생각이 퍼뜩 스쳤지만, 디카시는 앞서

    2020-12-15 09:10
  • 이웃집 아가씨, 소현

    이웃집 아가씨   소현   얼굴이 예쁜 이웃집 아가씨 시집도 안 갔는데 벌써 엄마 되었나 봐 푸들 데리고 산책 나와선 자길 자꾸 엄마라고 부르네   [태헌의 한역] 隣家女(인가녀)   韶顔隣家女(소안인가녀) 未嫁已爲母(미가이위모) 率犬出散步(솔견출산보) 稱己曰阿母(칭기왈아모)   [주석] * 隣家女(인가녀) : 이웃집 여자, 이웃집 아가씨. 韶顔(소안) : 예쁜 얼굴. 보통 젊음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未嫁(미가) : 아직 시집을 가지 않다. / 已(이) : 이미, 벌써. / 爲母(위모) : 어미가 되다. 率犬(솔견) : 강아지를 거느리다, 강아지를 데리고. 원시의 ‘푸들’을 역자는 그냥 ‘犬’으로 한역하였다. / 出散步(출산보) : 산보를 나오다, 나와서 산보하다. 稱己(칭기) : 자기를 일컫다, 자기를 칭하다. / 曰阿母(왈아모) : ‘엄마’라고 하다.   [한역의 직역] 이웃집 아가씨   얼굴이 예쁜 이웃집 아가씨 시집도 안 가 벌써 엄마 됐나 강아지 데리고 산보 나와선 자길 칭해 엄마라고 한다네   [한역 노트]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역자는 디카시(詩)를 준비해보았다. 요즘 사람들이 편폭이 긴 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디카시가 생겨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디카시가 양적으로 확대되고 질적으로 완성도를 더해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문학 장르로 자리매김 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시 속의 주인공 아가씨 얼굴이 예쁘다는 것이 글쓴이가 알고 있는 주관적인 정보라면, 아직 시집을 가지 않았다는 것은 객관적인 정보이다. 그런데 불쑥 “벌써 엄마 되었나 봐”라는 뜻밖의 말을 후속(後續)시켜 독자들의 궁금증이 갑자기 증폭되게 하였다. 이 대목에서

    2020-12-08 10:08
  • 검은 눈물, 김병수

    검은 눈물   김병수   집안에 장정 없이 한겨울 보내야 했던 어머니 헛간 한가득 연탄 채워놓으면 밥 안 먹어도 배부르겠다며 속으로 꾹꾹 삼키던 그 눈물   [태헌의 한역] 黑淚(흑루)   家中無壯丁(가중무장정) 母親苦過冬(모친고과동) 頻曰以炭盈虛廳(빈왈이탄영허청) 不食餐飯腹自充(불식찬반복자충) 傷悲常內呑(상비상내탄) 黑淚數百鍾(흑루수백종)   [주석] * 黑淚(흑루) : 검은 눈물. 시를 지은 이의 자가어(自家語)인 ‘검은 눈물’을 한문식으로 표기한 말이다. 家中(가중) : 집에, 집안에. / 無壯丁(무장정) : 장정이 없다, 남자 성인(成人)이 없다. 母親(모친) : 모친, 어머니. / 苦過冬(고과동) : 월동(越冬)을 괴로워하다. 頻曰(빈왈) : 자주 말하다. ‘頻’은 한역(漢譯)의 편의상 역자가 보충한 글자이다. / 以炭盈虛廳(이탄영허청) : 연탄으로 헛간을 채우다. ‘炭’자는 ‘연탄(煉炭)’의 의미로 사용하였다. ‘虛廳’은 헛간을 가리키는 우리식 한자어이다. 不食(불식) : 먹지 않다. / 餐飯(찬반) : 밥, 끼니. / 腹自充(복자충) : 배가 저절로 채워지다, 배가 저절로 불러오다. 傷悲(상비) : <마음이> 아프고 슬프다, 아픔과 슬픔. / 常(상) : 늘, 항상. / 內呑(내탄) : 안으로 삼키다. ‘傷悲’ 이하는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다소 의역하면서 원시(原詩)에 없는 시어들을 얼마간 보충하였다. 數百鍾(수백종) : 수 백 잔. 여기서 ‘鍾’은 분량을 헤아리는 부피의 단위로 사용하였으며 편의상 ‘잔’으로 번역하였다.   [한역의 직역] 검은 눈물   집안에 장정이 없어 월동이 괴로우셨던 어머니 자주 말씀하셨네, 연탄으로 헛간 채우면 밥 먹지 않아도 배가 절로 부

    2020-12-01 10:27
  • 약속, 이우걸

    약속   이우걸   가을은 가을은 스님 같은 가을은 제 가진 육신마저 다 벗고 돌아서는 날 그 불길 그 부산 끝에도 사리 같은 씨앗 남겼네.   [태헌의 한역] 約束(약속)   秋也秋也與僧若(추야추야여승약) 了脫肉身離此地(요탈육신리차지) 盡經烈火忙亂後(진경열화망란후) 終遺種子如舍利(종유종자여사리)   [주석] *約束(약속) : 약속. 秋也(추야) : 가을은. ‘也’는 강조의 뜻으로 사용한 어기사(語氣詞)이다. / 與僧若(여승약) : 스님과 같다. 了脫(요탈) : 완전하게 ~을 해탈(解脫)하다. / 肉身(육신) : 육신. / 離此地(이차지) : 이 땅을 떠나다. <가을이> 돌아선다는 의미를 역자가 임의로 바꾸어본 표현이다. 盡經(진경) : ~을 다 겪다. / 烈火(열화) : 불길. / 忙亂(망란) : <바빠서> 정신이 없다, 부산하다. / 後(후) : ~한 후에. 終(종) : 마침내. 한역(漢譯)의 편의상 역자가 보충한 글자이다. / 遺種子(유종자) : 씨앗을 남기다. / 如舍利(여사리) : 사리와 같다.   [한역의 직역] 약속   가을은, 가을은 스님과도 같아 육신 다 벗고 이 땅 떠나는데 불길과 부산함 다 겪고 나서 마침내 사리 같은 씨앗 남겼네   [한역 노트] 폴란드 속담에 “봄은 처녀, 여름은 어머니, 가을은 미망인, 겨울은 계모”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 속담에 선뜻 동의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듯하다. 가을의 경우 그 비유가 가을걷이가 다 끝난 뒤의 쓸쓸한 늦가을에나 어울릴 만한 것이기 때문이다. 위의 시에서 가을을 스님에 견준 것 역시 늦가을에 한정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시의 내용에 잘 부합하므로 굳이 ‘가을’ 앞에다 ‘늦은’이라는 관형어를 덧붙일 필요는

    2020-11-24 10:05
  • 가을 들녘에 서서, 홍해리

    가을 들녘에 서서   홍해리   눈멀면 아름답지 않은 것 없고 귀먹으면 황홀치 않은 소리 있으랴 마음 버리면 모든 것이 가득하니 다 주어버리고 텅 빈 들녘에 서면 눈물겨운 마음자리도 스스로 빛이 나네.   [태헌의 한역] 立於秋野(입어추야)   眼盲無物不佳麗(안맹무물불가려) 耳聾無聲不恍恍(이롱무성불황황) 棄心一切皆盈滿(기심일체개영만) 盡授於人立虛壙(진수어인립허광) 欲淚心地亦(욕루심지역) 自然增輝光(자연증휘광)   [주석] * 立(입) : 서다. / 於(어) : ~에. 처소를 나타내는 개사(介詞). / 秋野(추야) : 가을 들녘. 眼盲(안맹) : 눈이 멀다. / 無物不佳麗(무물불가려) : 아름답지 않은 물건[것]이 없다. ‘佳麗’는 아름답다는 뜻이다. 耳聾(이롱) : 귀가 먹다. / 無聲不恍恍(무성불황황) : 황홀하지 않은 소리가 없다. ‘恍恍’은 황홀하다는 뜻이다. 棄心(기심) : 마음을 버리다. / 一切(일체) : 모든 것, 온갖 것. / 皆(개) : 모두, 다. / 盈滿(영만) : 가득 차다, 가득하다. 盡授(진수) : 모두 주다, 다 주다. / 於人(어인) : 남에게, 다른 사람에게. / 虛壙(허광) : 빈 들. 欲淚(욕루) : 눈물이 떨어지려고 하다, 눈물겹다. / 心地(심지) : 마음, 마음의 본바탕. 여기서는 마음자리라는 뜻으로 사용하였다. / 亦(역) : 또한, 역시. 自然(자연) : 여기서는 ‘저절로’, ‘스스로’의 뜻으로 사용하였다. / 增(증) : ~을 더하다. / 輝光(휘광) : 빛, 찬란한 빛.   [한역의 직역] 가을 들녘에 서서   눈멀면 아름답지 않은 것 없고 귀먹으면 황홀치 않은 소리 없네 마음 버리면 모든 것이 가득하니 남에게 다 주고 빈 들녘에 서면 눈물겨운 마음자리도 스스로 빛을 더하네   [한

    2020-11-17 10:00
  • 가을밤, 김시탁

    가을밤   김시탁   언어가 시를 버리고 시가 시인을 버린 채 사전 속으로 걸어 들어가 책갈피 속 낙엽으로 문을 꼭꼭 걸어 잠그는 밤   내 영혼의 퓨즈가 나가 삶이 정전된 밤   [태헌의 한역] 秋夜(추야)   言語棄詩歌(언어기시가) 詩歌棄詩手(시가기시수) 言語與詩歌(언어여시가) 終向辭典走(종향사전주) 自以書中葉(자이서중엽) 爲扃固關牖(위경고관유)   吾魂熔絲燒(오혼용사소) 吾生斷電宵(오생단전소)   [주석] * 秋夜(추야) : 가을밤. 言語(언어) : 언어, 말. / 棄(기) : ~을 버리다. / 詩歌(시가) : 시가, 시. 詩手(시수) : 시인(詩人). 與(여) : 연사(連詞). ~와, ~과. 終(종) : 마침내.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向辭典走(향사전주) : 사전을 향해 걸어가다. 사전 안으로 들어간다는 의미로 쓴 말이다. 自(자) : 스스로.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以書中葉(이서중엽) : 책 속의 낙엽으로, 책 속의 낙엽을. 낙엽은 책갈피에 끼워둔 나뭇잎을 가리킨다. 爲扃(위경) : 빗장을 삼다, 빗장으로 삼다.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앞의 시구 ‘以書中葉’에서 이어지는 말로 책 속의 낙엽으로 빗장을 삼는다는 뜻이다. / 固(고) : 굳게. /關牖(관유) : 창문을 잠그다. 역자는 압운(押韻) 때문에 ‘牖’를 ‘門(문)’의 뜻으로 사용하였다. 吾魂(오혼) : 내 영혼. / 熔絲(용사) : 녹는 철사, 퓨즈. / 燒(소) : 타다, (퓨즈가) 녹다·나가다. 吾生(오생) : 내 삶. / 斷電(단전) : 정전(停電). / 宵(소) : 밤[夜].   [한역의 직역] 가을밤   언어가 시를 버리고 시

    2020-11-10 10:00
  • 감, 허영자

    감   허영자   이 맑은 가을 햇살 속에선 누구도 어쩔 수 없다. 그냥 나이 먹고 철이 들 수밖에는.   젊은 날 떫고 비리던 내 피도 저 붉은 단감으로 익을 수밖에는.   [태헌의 한역] 枾(시) 如此淸雅秋陽裏(여차청아추양리) 無論是誰不得已(무론시수부득이) 只得加歲又明理(지득가세우명리)   吾人行年如桃李(오인행년여도리) 生澁腥臭血亦是(생삽성취혈역시) 只得熟爲紅甘枾(지득숙위홍감시)   [주석] * 枾(시) : 감. 如此(여차) : 이처럼. / 淸雅(청아) : 청아하다, 맑고 아름답다. / 秋陽裏(추양리) : 가을 햇살 속(에서). 無論是誰(무론시수) : 누구든 관계없이, 아무나, 누구도. / 不得已(부득이) : 부득이하게, 어쩔 수 없이. 只得(지득) : ~하는 수밖에 없다. ‘只能(지능)’과 같다. / 加歲(가세) : 나이를 더하다, 나이 먹다. / 又(우) : 또, 또한. / 明理(명리) : 사리에 밝다, 철이 들다. 吾人(오인) : 나. / 行年(행년) : 먹은 나이, 나이. / 如桃李(여도리) : 도리(桃李)와 같다. ‘桃李’는 복숭아와 오얏, 또는 그 꽃이나 열매를 가리킨다. ‘行年如桃李’는 꽃다운 젊은 나이를 뜻하는 ‘도리년(桃李年)’을 풀어서 쓴 표현이다. ‘吾人’ 이하의 이 시구는 원시의 ‘젊은 날’을 역자가 임의로 내용을 늘려 한역(漢譯)한 것이다. 生澁(생삽) : 떫다. / 腥臭(성취) : 비리다. / 血(혈) : 피. / 亦是(역시) : 역시, 또한. 熟爲(숙위) : 익어서 ~이 되다. / 紅甘枾(홍감시) : 붉은 단감.   [한역의 직역] 감   이처럼 청아한 가을 햇살 속에선 누구도 어쩔 수 없다 그냥 나이 먹고 또 철 들 수밖에는.   내 나이 도리(桃李) 같던 때에 떫고 비리던 피 역시 익어서 붉은 단감이 될

    2020-11-03 10:00
  • 만월(滿月), 윤지원

    만월(滿月)   윤지원   행여 이 산중에 당신이 올까 해서 석등(石燈)에 불 밝히어 어둠을 쓸어내고 막 돋은 보름달 하나 솔가지에 걸어 뒀소.   [태헌의 한역] 滿月(만월)   或如君來此山中(혹여군래차산중) 石燈點火掃暗幽(석등점화소암유) 新升一輪三五月(신승일륜삼오월) 至今方掛松枝頭(지금방괘송지두)   [주석] * 滿月(만월) : 보름달. 或如(혹여) : 혹시, 행여. / 君來(군래) : 그대가 오다. / 此山中(차산중) : 이 산속(에), 이 산중(에). 石燈(석등) : 석등, 장명등(長明燈). / 點火(점화) : 불을 붙이다. / 掃(소) : ~을 쓸다. / 暗幽(암유) : ‘幽暗(유암)’과 같은 말로 ‘어둠’을 가리킨다. 新(신) : 새로, 막. / 升(승) : 오르다(=昇), 떠오르다, 돋다. / 一輪(일륜) : 한 둘레, 한 바퀴라는 뜻으로 달이나 해와 같은 둥근 모양의 물체를 가리킬 때 주로 쓴다. / 三五月(삼오월) : 보름날의 달, 보름달. 보통은 정월 대보름달을 가리키는 말로 쓴다. 至今(지금) : 지금. / 方(방) : 바야흐로, 막. / 掛(괘) : ~을 걸다. / 松枝頭(송지두) : 솔가지 끝.   [한역의 직역] 보름달   행여 이 산중에 당신 올까 해서 석등에 불 밝혀 어둠 쓸어내고 새로 돋은 보름달 하나 지금 막 솔가지 끝에 걸어 뒀소   [한역 노트] 이 시는 스님의 작품이다. 그러므로 석등이나 보름달 등을 불교적인 관점에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러나 불자(佛者)가 아닌 일반인 역시 스님의 시를 얼마든지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관점에서 이 시를 보는 것도 의미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더욱이 역자는 불자도 아니고 불교 연구자도 아니므로, 불교적인 관점에서 이 시를 바라보는 것은 애초부터 곤란

    2020-10-27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