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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위
강성위
The Life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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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시, 한시로 만나다
자는 백안(伯安), 호는 태헌(太獻)이다.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희대학교 연구박사, 서울대학교 중국어문학연구소 책임연구원, 안동대학교 퇴계학연구소 책임연구원 등을 역임하였다. 현재 조그마한 연구소 소장으로 있으면서 저술 활동을 하며 한시(漢詩) 창작과 번역을 지도하는 한편 모교인 서울대학교에 출강하여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다. 30여 권의 저서와 역서가 있으며, 창작 한시집으로 ≪술다리[酒橋]≫ 등이 있다.
  • 겨울나무, 이재무

    겨울나무 이재무 이파리 무성할 때는 서로가 잘 뵈지 않더니 하늘조차 스스로 가려 발밑 어둡더니 서리 내려 잎 지고 바람 매 맞으며 숭숭 구멍 뚫린 한 세월 줄기와 가지로만 견뎌보자니 보이는구나, 저만큼 멀어진 친구 이만큼 가까워진 이웃 외로워서 더욱 단단한 겨울나무 [태헌의 한역(漢譯)] 冬樹(동수) 樹葉盛時相不見(수엽성시상불견) 天亦自蔽足底冥(천역자폐족저명) 霜降葉落風數打(상강엽락풍삭타) 歲月恰如孔穴生(세월흡여...

    2020-01-14 10:34
  • 멈추지 마라, 양광모

    멈추지 마라   양광모   비가 와도 가야할 곳이 있는 새는 하늘을 날고   눈이 쌓여도 가야할 곳이 있는 사슴은 산을 오른다   길이 멀어도 가야할 곳이 있는 달팽이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길이 막혀도 가야할 곳이 있는 연어는 물결을 거슬러 오른다   인생이란 작은 배 그대, 가야할 곳이 있다면 태풍 불어도 거친 바다로 나아가라   [태헌의 한역(漢譯)] 莫停駐(막정주)   下雨有行處(하우유행처) 禽鳥應飛天(금조응비천) 積雪有行處(적설유행처) 麀鹿當上山(우록당상산)   路遠有行處(노원유행처) 蝸牛不休步(와우불휴보) 道阻有行處(도조유행처) 鰱魚必逆水(연어필역수)   人生卽小舟(인생즉소주) 吾君有行方(오군유행방) 設令颱風起(설령태풍기) 前進向怒洋(전진향노양)   [주석] * 莫(막) : ~하지 말라. / 停駐(정주) : 멈추다, 멎다. 下雨(하우) : 비가 내리다. / 有行處(유행처) : 가야할 곳이 있다. 禽鳥(금조) : 새.  / 應(응) : 응당. / 飛天(비천) : 하늘을 날다. 積雪(적설) : 눈이 쌓이다. 麀鹿(우록) : 사슴, 암사슴. / 當(당) : 응당, 마땅히. / 上山(상산) : 산을 오르다, 산에 올라가다. 路遠(노원) : 길이 멀다. 蝸牛(와우) : 달팽이. / 不休步(불휴보) : 걸음을 멈추지 않다. 道阻(도조) : 길이 막히다. 鰱魚(연어) : 연어. / 必(필) : 반드시. / 逆水(역수) : 물결을 거스르다, 물결을 거슬러 오르다. 人生(인생) : 인생. / 卽(즉) : 즉, 곧, 바로 ~이다. / 小舟(소주) : 작은 배. 吾君(오군) : 그대, 당신. / 有行方(유행방) : 가야할 곳이 있다. 設令(설령) : 가령, ~하다 하더라도. / 颱風起(태풍기) : 태풍이 일어나다, 태풍이 불다. 前進(전진) : 전진하다,

    2020-01-07 10:24
  • 겨울 사랑, 문정희

    겨울 사랑   문정희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 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   [태헌의 한역(漢譯)] 冬節相思(동절상사)   吾欲向君如雪片(오욕향군여설편) 不躊躇亦不彷徨(부주저역불방황) 一絲一毫不隱藏(일사일호불은장)   躍入吾君生涯裏(약입오군생애리) 固欲爲溫暖冬節(고욕위온난동절) 固欲爲千年白雪(고욕위천년백설)   [주석] * 冬節(동절) : 겨울, 겨울철. / 相思(상사) : 사랑, 그리움. 吾欲向君(오욕향군) : 나는 그대에게로 가고 싶다. / 如雪片(여설편) : 눈송이처럼. 不躊躇(부주저) : 주저하지 않다. / 亦(역) : 또, 역시. / 不彷徨(불방황) : 방황하지 않다. 一絲一毫(일사일호) : 한 오라기의 실과 한 오라기의 털. 보통은 지극히 하잘것없고 작은 일을 가리키나 부사적으로는 ‘조금도’, ‘추호도’의 뜻이 된다. 이 말은 역자가 한역 과정에서 임의로 보탠 것이다. / 不隱藏(불은장) : 숨기지 않다.   躍入(약입) : ~에 뛰어들다. / 吾君(오군) : 너, 그대. / 生涯裏(생애리) : 삶 속, 생애 속. 固欲爲(고욕위) : 진정 ~이 되고 싶다. / 溫暖(온난) : 따스하다. 千年白雪(천년백설) : 만년설(萬年雪)과 비슷한 개념의 말로 천년토록, 곧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눈이라는 뜻이다.   [직역] 겨울 사랑   나는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또 서성대지 말고 조금도 숨기지 말고   너의 생애 속으로 뛰어 들어 진정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진정 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   [漢譯 노트] 연 구분 없이 7행으로 이루어진 원시를 역자는

    2019-12-31 14:44
  • 술타령, 신천희

    <사진제공 – 신천희님> 술타령   신천희   날씨야 네가 아무리 추워봐라 내가 옷 사 입나 술 사 먹지   [태헌의 한역(漢譯)] 貪杯(탐배)   爾汝天氣兮(이여천기혜) 縱使極寒冷(종사극한랭) 吾何買衣着(오하매의착) 當然沽酒嘗(당연고주상)   [주석] * 貪杯(탐배) : 술을 탐하다, 지나칠 정도로 술을 좋아하다. 역자는 이 말이 우리의 ‘술타령’에 해당하는 말로 적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爾汝(이여) : 너, 너희들. / 天氣兮(천기혜) : 날씨야! ‘兮’는 호격(呼格) 어기사(語氣詞)이다. 縱使(종사) : 가령, 아무리. / 極寒冷(극한랭) : 추위를 극하다, 몹시 춥다. 吾(오) “ 나. / 何(하) : 어찌. / 買衣着(매의착) : 옷을 사서 입다. 當然(당연) : 당연히. / 沽酒嘗(고주상) : 술을 사서 먹다.   [직역] 술타령   너, 날씨야! 아무리 추워본들 내가 옷 사 입겠나? 당연히 술 사 먹지   [漢譯 노트] 술타령을 술을 마실 때 부르는 노래 정도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러나 술타령은 기실 다른 할 일을 다 제쳐놓고 술만 찾거나 술만 마시는 일을 가리키는 것이 보통이다. 술타령의 타령을 한자로 ‘打令’으로 적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노래와 연관 짓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다. 그러므로 술타령을 한문으로 번역할 경우 ‘주타령(酒打令)’으로 해서는 상당히 곤란하다. ‘술 노래’로 오해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신천희 시인의 이 시는 시쳇말로 하자면 사이다처럼 빵 터지게 하는 시라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독자가 술을 즐기는 경우라면 그 ‘시원함’의 정도는 어디 비할 데가 없을 듯하다. 그런데 시인은 왜 두고두고 따스함을 줄 수 있는 ‘

    2019-12-24 11:49
  • 흰 밥, 김용택

    흰 밥   김용택   해는 높고 하늘이 푸르른 날 소와 쟁기와 사람이 논을 고르고 사람들이 맨발로 논에 들어가 하루 종일 모를 낸다 왼손에 쥐어진 파란 못 잎을 보았느냐 캄캄한 흙 속에 들어갔다 나온 아름다운 오른손을 보았느냐 그 모들이 바람을 타고 쓰러질 듯 쓰러질 듯 파랗게 몸을 굽히며 오래오래 자라더니 흰 쌀이 되어 우리 발 아래 쏟아져 길을 비추고 흰 밥이 되어 우리 어둔 눈이 열린다 흰 밥이 어둔 입으로 들어갈 때 생각하라 사람이 이 땅에 할 짓이 무엇이더냐   [태헌의 한역(漢譯)] 白飯(백반)   日高春天碧碧日(일고춘천벽벽일) 人驅耒牛治水田(인구뢰우치수전) 衆人赤足入田裏(중인적족입전리) 盡日揷秧無休眠(진일삽앙무휴면) 君不見左手中靑靑稻苗(군불견좌수중청청도묘) 又不見黑泥裏入出右手(우불견흑니리입출우수) 稻秧因風欲倒下(도앙인풍욕도하) 靑靑屈身生長久(청청굴신생장구) 終竟爲白米(종경위백미) 照耀吾前路(조요오전로) 終竟爲白飯(종경위백반) 開敞吾暗眸(개창오암모) 白飯呑口時(백반탄구시) 吾子思而思(오자사이사) 人生於世間(인생어세간) 做事果是何(주사과시하)   [주석] * 白飯(백반) : 흰 밥, 백반. 日高(일고) : 해가 높다. / 春天(춘천) : 봄 하늘. / 碧碧日(벽벽일) : 푸르른 날, 푸르고 푸른 날. 人驅耒牛(인구뢰우) : 사람이 쟁기와 소를 몰다, 사람이 쟁기를 메운 소를 몰다. / 治水田(치수전) : 논을 고르다. ‘水田’은 논을 가리킨다. 衆人(중인) : 여러 사람들. / 赤足(적족) : 맨발. / 入田裏(입전리) : 전답 안에 들어가다. 여기서 전답은 논을 가리킨다. 盡日(진일) : 진종일, 온종일. / 揷秧(삽앙) : 모를 심다,

    2019-12-17 11:16
  • 학생들이 지은 한글 영물시, 여러 명

    ♣ 좀 특별한 한역시를 준비하며….   이번 가을학기에 역자는 학생들에게 다소 엉뚱한 과제를 하나 부과하게 되었다. 지난 칼럼에서 잠깐 언급했던 바이지만 학생들에게 4행으로 된 한글 영물시(詠物詩)를 지어 제출하라고 하였던 것이다. 아 참, 역자의 칼럼을 오늘 처음으로 대하는 분이 계시다면, 다른 것은 차치하고 지난주의 칼럼 “병든 짐승-도종환” 만큼은 꼭 일독해주시기 바란다. 애초에 역자는 고통 분담 차원(?)에서 잘 된 작품 몇 편은 한시로 번역해주겠노라는 약속을 하였더랬다. 그런데 막상 과제를 받고 보니 우열을 정한다는 게 참으로 부끄러워졌다. 젊은 청년들의 싱싱한 생각들을, 우와 열로 나누는 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이번 학기 수업 기념으로 학생들의 모든 작품을 한시로 만들어주겠노라는 다소 무모한 약속을 덜컥해버리고 말았다. 언제나 그랬듯 역자의 강의가 다소 빡세었던 관계로 줄줄이 수강 취소를 한 뒤에 마지막까지 남은 학생이 겨우 열다섯 명…… 그리하여 마침내 15수의 학생들 영물시와 한역 영물시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한역시는 몇몇 구절에 대해 제법 큰 폭으로 수정을 가하기도 하였다.[*로 표시] 총명한 청년들을 단지 약간 더 아는 지식을 가지고 선생이라는 자격으로 만날 때, 아! 그 때 느끼게 되는 기쁨은 정말이지 겪어보지 않으면 알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 기쁨이 역자가 앞으로 소개할 영물시의 한역(漢譯)에도 얼마간은 묻어있지 않을까 여겨본다. 맹자(孟子)도 그런 기쁨을 제대로 느껴 저 유명한 ‘군자삼락(君子三樂)’이라는 명제를 완성하여 세상에 남기게 되었을

    2019-12-10 10:18
  • 병든 짐승, 도종환

    병든 짐승   도종환   산짐승은 몸에 병이 들면 가만히 웅크리고 있는다 숲이 내려보내는 바람 소리에 귀를 세우고 제 혀로 상처를 핥으며 아픈 시간이 몸을 지나가길 기다린다   나도 가만히 있자   [태헌의 한역(漢譯)] 病獸(병수)   山獸忽有病(산수홀유병) 靜靜踞而蹲(정정거이준) 植耳林間風(식이임간풍) 己舌舐傷痕(기설지상흔) 忍待痛日過(인대통일과) 吾亦今安存(오역금안존)   [주석] * 病獸(병수) : 병든 짐승. 山獸(산수) : 산짐승. / 忽(홀) : 문득, 갑자기. / 有病(유병) : 병이 있다, 병이 들다. 靜靜(정정) : 고요히, 가만히. / 踞而蹲(거이준) : 웅크리고 있다. ‘踞’나 ‘蹲’ 모두 웅크린다는 뜻이다. 植耳(식이) : 귀를 세우다, 귀를 기울이다. / 林間風(임간풍) : 숲 속의 바람. 己舌(기설) : 자기 혀. / 舐(지) : ~을 핥다. / 傷痕(상흔) : 상흔, 상처. 忍待(인대) : ~을 참고 기다리다. / 痛日過(통일과) : 아픈 날이 지나가다. 吾(오) : 나. / 亦(역) : 또한, 역시. / 今(금) : 이제. / 安存(안존) : 편안히 있다, 가만히 있다.   [직역] 병든 짐승   산짐승은 문득 병이 들면 가만히 웅크리고 있는다 숲 속의 바람에 귀를 세우고 제 혀로 상처를 핥으며 아픈 날이 지나가길 참고 기다리나니 나도 이제 가만히 있자   [漢譯 노트] 역자가 출강하는 대학에서 ‘영물시(詠物詩)’에 대해 강의를 한 후에 학생들에게 4행으로 된 한글 영물시를 지어 제출하라고 한 적이 있었다. 주지하다시피 당(唐)나라 시기에 굳어진 일반적인 영물시의 양식은, 음영(吟詠)의 대상이 되는 구체적인 물상을 나타내는 글자는 물론 그것과 직접적으

    2019-12-03 10:47
  • 첫눈, 목필균

    첫눈   목필균   까아만 밤에 내리는 함박눈   바라만 보아도 순결해지는 가슴 속에 기척 없이 남겨진 발자국 하나   한 겹, 두 겹, 세 겹 덮히고 덮히고 덮혀서 아득히 지워졌던 기억   선명하게 다가오는 얼굴 하나   [태헌의 한역] 初雪(초설)   誠如漆黑夜(성여칠흑야) 鵝毛從天落(아모종천락) 望則爲潔胸臆裏(망즉위결흉억리) 毫無聲息留足跡(호무성식류족적) 一層一層又一層(일층일층우일층) 積後復積埋記憶(적후부적매기억) 倏忽有一顔(숙홀유일안) 鮮然自近迫(선연자근박)   [주석] * 初雪(초설) : 첫눈. 誠如(성여) : 진실로 ~와 같다. / 漆黑夜(칠흑야) : 칠흑같이 어두운 밤. 鵝毛(아모) : 거위 털. 함박눈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한자어이다. / 從天落(종천락) : 하늘로부터 떨어지다. 望則爲潔(망즉위결) : 바라보면 깨끗해지다. / 胸臆裏(흉억리) : 가슴 속. 毫無(호무) : 전혀 ~이 없다. / 聲息(성식) : 소리와 숨, 기척. / 留足跡(유족적) : 발자국을 남기다, 남겨진 발자국. 一層(일층) : 한 층, 한 겹. / 又(우) : 또, 또한. 積後(적후) : 쌓인 후. / 復積(부적) : 다시 쌓이다. / 埋記憶(매기억) : 기억을 묻다. 倏忽(숙홀) : 문득. / 有一顔(유일안) : 얼굴 하나가 있다. 鮮然(선연) : 선연히, 분명히. / 自(자) : 스스로, 절로. / 近迫(근박) : 다가오다.   [직역] 첫눈   정말 칠흑 같은 밤에 하늘에서 떨어지는 함박눈   바라보면 순결해지는 가슴 속에 아무 기척 없이 남겨진 발자국   한 겹, 한 겹, 또 한 겹 쌓인 후에 다시 쌓여 기억 묻었는데   문득 얼굴 하나 있어 선연히 절로 다가오네   [漢譯 노트] 그 많고 많은 ‘첫눈’ 시 가운데

    2019-11-26 13:16
  • 공짜, 박호현

    공짜   박호현   선생님께서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하셨다 그러나 공짜는 정말 많다 공기 마시는 것 공짜 말 하는 것 공짜 꽃향기 맡는 것 공짜 하늘 보는 것 공짜 나이 드는 것 공짜 바람소리 듣는 것 공짜 미소 짓는 것 공짜 꿈도 공짜 개미 보는 것 공짜   [태헌의 한역(漢譯)] 免費(면비) 師曰天下無免費(사왈천하무면비) 然而免費眞正多(연이면비진정다) 呼氣吸氣免費呀(호기흡기면비아) 出語答語免費呀(출어답어면비아) 鼻聞花香免費呀(비문화향면비아) 目看天空免費呀(목간천공면비아) 身加歲數免費呀(신가세수면비아) 耳聽風聲免費呀(이청풍성면비아) 顔作微笑免費呀(안작미소면비아) 夜入夢鄕免費呀(야입몽향면비아) 晝觀螞蟻免費呀(주관마의면비아)   [주석] * 免費(면비) : 공짜, 무료. 師曰(사왈) : 선생님이 ~라고 말씀하시다. / 天下(천하) : 하늘 아래, 온 세상. / 無(무) : 없다. 然而(연이) : 그러나. / 眞正多(진정다) : 정말로 많다. 呼氣吸氣(호기흡기) : 공기(空氣)를 내보내는 숨을 쉬고 들이키는 숨을 쉬다. / 呀(아) : 어세(語勢)를 돕기 위하여 문장의 끝에 사용하는 감탄 어기(語氣) 조사. 出語答語(출어답어) : 꺼내는 말과 답하는 말. 鼻聞花香(비문화향) : 코로 꽃향기를 맡다. 目看天空(목간천공) : 눈으로 하늘을 보다. 身加歲數(신가세수) : 몸에 나이를 더하다. 耳聽風聲(이청풍성) : 귀로 바람소리를 듣다. 顔作微笑(안작미소) : 얼굴에 미소를 짓다. 夜入夢鄕(야입몽향) : 밤에 꿈나라에 들어가다. 晝觀螞蟻(주관마의) : 낮에 개미를 보다.   [직역] 공짜 선생님께서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하셨다. 그러나 공짜는 정말 많다. 공기 내쉬고 들이쉬

    2019-11-19 10:08
  • 낙엽 한 잎, 홍수희

    낙엽 한 잎   홍수희   나무에게도 쉬운 일은 아닌가봅니다 낙엽 한 잎 떨어질 때마다 여윈 가지 부르르 전율합니다 때가 되면 버려야 할 무수한 것들 비단 나무에게만 있겠는지요 아직 내 안에 팔랑이며 소란스러운 마음가지 끝 빛 바랜 잎새들이 있습니다 저 오래된 집착과 애증과 연민을 두고 이제는 안녕, 이라고 말해볼까요 물론 나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태헌의 한역] 落葉一片(낙엽일편)   於樹亦難事(어수역난사) 葉落瘦枝戰(엽락수지전) 及時棄應多(급시기응다) 何獨在樹邊(하독재수변)   吾內飄飄而騷亂(오내표표이소란) 思葉退色懸心枝(사엽퇴색현심지) 執着愛憎及憐憫(집착애증급연민) 與彼告別何容易(여피고별하용이)   [주석] * 落葉(낙엽) : 낙엽. / 一片(일편) : 한 조각, 한 잎. 於樹(어수) : 나무에게, 나무에게 있어. / 亦(역) : 또, 또한. / 難事(난사) : 어려운 일. 葉落(엽락) : 잎이 떨어지다. / 瘦枝戰(수지전) : 파리한 나뭇가지가 떨다. 及時(급시) : 때가 되다. / 棄應多(기응다) : 버릴 것이 응당 많아지다. 何獨(하독) : 어찌 다만. / 在樹邊(재수변) : 나무 쪽에 있다, 나무 편에 있다. 吾內(오내) : 내 안, 내 안에서. / 飄飄而騷亂(표표이소란) : 나부끼며[팔랑이며] 소란스럽다. 思葉(사엽) : 생각의 잎, 곧 생각. 역자가 원시(原詩)의 뜻을 고려하여 만든 말이다. / 退色(퇴색) : 빛이 바래다. / 懸心枝(현심지) : 마음 가지에 매달리다. ‘心枝’ 역시 역자가 원시의 뜻을 고려하여 만든 말로 마음을 가리킨다. 執着(집착) : 집착. / 愛憎(애증) : 애증. / 及(급) : 그리고. / 憐憫(연민) : 연민. 與彼(여피) : 저들과, 저들과 더불어. 저들은 앞 구절에 나온

    2019-11-12 15:27
  • 귀, 정현정

    귀   정현정   입의 문 닫을 수 있고   눈의 문 닫을 수 있지만   귀는 문 없이 산다   귀와 귀 사이 생각이란 체 하나 걸어놓고 들어오는 말들 걸러내면서 산다.   【태헌의 한역】 耳(이)   口門可閉眼門亦(구문가폐안문역) 兩耳無門過一生(양이무문과일생) 縱掛思篩兩耳間(종괘사사양이간) 隨時入語濾而生(수시입어려이생)   【주석】 * 耳(이) : 귀. 口門(구문) : 입의 문. / 可閉(가폐) : 닫을 수 있다. / 眼門(안문) : 눈의 문. / 亦(역) : 또한, 역시. 여기서는 ‘또한 그렇다’는 의미로 쓰였다. 兩耳(양이) : 두 귀. / 無門(무문) : 문이 없다. / 過一生(과일생) : 일생을 보내다, 평생을 살다. 縱掛(종괘) : 세로로 걸다. / 思篩(사사) : ‘생각이라는 체’의 뜻으로 역자가 만든 말이다. / 兩耳間(양이간) : 두 귀 사이. 隨時(수시) : 때에 따라, 수시로. / 入語(입어) : 들어오는 말. / 濾而生(여이생) : 걸러내며 살다.   【직역】 귀   입의 문 닫을 수 있고 눈의 문도 그렇지만 두 귀는 문 없이 평생을 산다 두 귀 사이에 생각이란 체 세로로 걸어 놓고 수시로 들어오는 말들 거르면서 산다   【漢譯 노트】 사람의 얼굴을 구성하는 4대 요소를 한글로는 “눈코입귀”나 “눈코귀입” 등의 순서로 얘기하고, 한자로는 “이목구비(耳目口鼻)”의 순서로 칭한다. 이 순서를 가지고도 문화적 차이를 얘기할 수 있겠지만, 따지고 보면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이 가운데 눈과 입은 본인의 의지에 따라 열 수도 있고 닫을 수도 있다. 그러나 코와 귀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 그리고 귀와 귀 사이에는 생각을 하는 ‘머리’라는 것이 있다. 여기에서

    2019-11-05 10:00
  • 단풍, 복효근

    단풍   복효근   저 길도 없는 숲으로 남녀 여남 들어간 뒤 산은 뜨거워 못 견디겠는 것이다   골짜기 물에 실려 불꽃은 떠내려 오고 불티는 날리고   안 봐도 안다 불 붙은 것이다 산은,   【태헌의 한역】 丹楓(단풍)   彼處無蹊深林內(피처무혜심림내) 男女十餘人入後(남녀십여인입후) 山知太熱不堪耐(산지태열불감내)   火花泛水火星飜(화화범수화성번) 自不送目亦可知(자불송목역가지) 山卽當今正火燃(산즉당금정화연)   【주석】 * 丹楓(단풍) : 단풍. 彼處(피처) : 저기, 저곳. / 無蹊(무혜) : 길이 없다. / 深林內(심림내) : 깊은 숲 속. 男女(남녀) : 남자와 여자. / 十餘人(십여인) : 10여 명. / 入後(입후) : 들어간 후. 山知(산지) : 산은 ~을 알다. / 太熱(태열) : 너무 뜨겁다. / 不堪耐(불감내) : 견딜 수 없다, 견디지 못하다. 火花(화화) : 불꽃. / 泛水(범수) : 물에 뜨다. / 火星(화성) : 불티. / 飜(번) : 날다. 自(자) : 스스로, 직접. / 不送目(불송목) : 눈길을 보내지 않다, 보지 않다. / 亦(역) : 또, 또한. / 可知(가지) : 알 수 있다. 山卽(산즉) : 산은 곧 ~이다. / 當今(당금) : 지금. / 正火燃(정화연) : 막 불이 붙다, 한창 불이 타다.   【직역】 단풍   저기 길도 없는 깊은 숲 속으로 남녀 십여 명이 들어간 뒤에 산은 알았다, 너무 뜨거워 못 견딘다는 걸   불꽃은 물에 뜨고 불티는 날리니 직접 눈길 안 주고도 알 수 있는 것, 산은 이제 한창 불이 붙은 것이다   【漢譯 노트】 19금 계열의 시(詩)인 복효근 시인의 이 <단풍>은, 단풍을 화산에서 흘러내리는 용암에 비유한 고두현 시인의 <내장산 단풍>이나 무지개의 피에 비유한 김태인

    2019-10-29 13:39
  • 나 하나 꽃피어, 조동화

    나 하나 꽃피어   조동화   나 하나 꽃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피고 나도 꽃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태헌의 한역(漢譯)】 吾獨開(오독개)   勿謂吾獨開(물위오독개) 草田何改變(초전하개변) 汝開吾亦開(여개오역개) 終竟草田爲花田(종경초전위화전)   勿謂吾獨染(물위오독염) 一山何變轉(일산하변전) 吾染汝亦染(오염여역염) 終竟萬山若火燃(종경만산약화연)   【주석】 * 吾獨開(오독개) : 나 홀로 꽃피다. ‘開’는 단독으로 쓰여도 꽃이 핀다는 뜻이 있는 한자이다. 勿謂(물위) : ~라고 말하지 말라. 草田(초전) : 풀밭. / 何改變(하개변) : 어찌 바뀌겠는가,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汝開(여개) : 네가 꽃피다. / 亦(역) : 또, 또한. 終竟(종경) : 마침내, 결국. / 爲花田(위화전) : 꽃밭이 되다. 吾獨染(오독염) : 나 홀로 물들다. 一山(일산) : 하나의 산, 산 하나. / 何變轉(하변전) : 어찌 바뀌겠는가,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汝亦染(여역염) : 너 또한 물들다. 萬山(만산) : 수많은 산, 온 산. / 若火燃(약화연) : 불타는 것과 같다, 불처럼 타다.   【직역】 나 홀로 꽃피어   말하지 말아라, 나 홀로 꽃피어 풀밭이 뭐 달라지겠냐고 네가 꽃피고 나도 꽃피면 결국 풀밭이 꽃밭이 되느니   말하지 말아라, 나 홀로 물들어 산 하나가 뭐 달라지겠냐고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불처럼 타리니   【漢譯 노트】 내가 바뀌면 세상도 바뀌지만, 내가 바뀌지 않으

    2019-10-22 09:23
  • 집에 못 가다, 정희성

    집에 못 가다   정희성   어린 시절 나는 머리가 펄펄 끓어도 애들이 나 없이 저희들끼리만 공부할까봐 결석을 못했다 술자리에서 그 이야기를 들은 주인 여자가 어머 저는 애들이 저만 빼놓고 재미있게 놀까봐 결석을 못했는데요 하고 깔깔댄다 늙어 별 볼일 없는 나는 요즘 그 집에 가서 자주 술을 마시는데 나 없는 사이에 친구들이 내 욕할까봐 일찍 집에도 못 간다   【태헌의 한역(漢譯)】 不歸家(불귀가)   幼年時節有頭熱(유년시절유두열) 沸如湯水不缺席(비여탕수불결석) 但恐朋友除吾練(단공붕우제오련) 酒樓主媼聽所歷(주루주온청소력) 笑曰余亦無缺課(소왈여역무결과) 只恐朋友外余樂(지공붕우외여락) 老去無事多閑日(노거무사다한일) 吾人頻尋此酒樓(오인빈심차주루) 近來躊躇不歸家(근래주저불귀가) 唯恐朋友暗罵吾(유공붕우암매오)   【주석】 * 不歸家(불귀가) : 집에 돌아가지 못하다, 집에 못 가다. 幼年時節(유년시절) : 유년 시절, 어린 시절. / 有頭熱(유두열) : 머리(에) 열이 있다. 沸如(비여) : ~처럼 끓다. / 湯水(탕수) : 뜨거운 물. / 不缺席(불결석) : 결석하지 않다. 但恐(단공) : 다만 ~을 걱정하다. / 朋友(붕우) : 친구, 친구들. / 除吾練(제오련) : 나를 제외하고 ~을 익히다, 나를 빼고 공부하다. 酒樓(주루) : 술집. /主媼(주온) : 주인 여자, 여주인(女主人). / 聽所歷(청소력) : 겪은 바를 듣다, 겪은 일을 듣다. 笑曰(소왈) : 웃으면서 ~라고 말하다. / 余(여) : 나. / 亦(역) : 또, 또한. / 無缺課(무결과) : 결석이 없다, 결석하지 않다. 只恐(지공) : 다만 ~을 걱정하다. / 外余樂(외여락) : 나를 제외하고 ~을 즐기다, 나를 빼고 놀다. 老去(노거) : 늙어가다. / 無

    2019-10-15 09:35
  • 또 다른 사랑, 곽재구

    또 다른 사랑   곽재구   보다 자유스러워지기 위하여 꽃이 피고   보다 자유스러워지기 위하여 밥을 먹는다   함께 살아갈 사람들 세상 가득한데 또 다른 무슨 사랑이 필요 있으리 문득 별 하나 뽑아 하늘에 던지면 쨍 하고 가을이 운다   【태헌의 한역(漢譯)】 別外情人(별외정인)   愈得自由花開綻(유득자유화개탄) 愈得自由人食飯(유득자유인식반) 相與居人盈四垠(상여거인영사은) 何須別外有情人(하수별외유정인) 忽拔一星投靑冥(홀발일성투청명) 作音響亮素秋鳴(작음향량소추명)   【주석】 * 別外(별외) : 따로, 별도의. / 情人(정인) : 사랑하는 사람, 사랑. 愈得自由(유득자유) : 더욱 자유를 얻다, 더욱 자유스럽게 되다. / 花開綻(화개탄) : 꽃이 피어나다. 人食飯(인식반) : 사람이 밥을 먹다. 相與(상여) : 서로 더불어, 함께. / 居人(거인) : 사는 사람, 살아가는 사람. / 盈(영) : 가득하다, 가득 차다. / 四垠(사은) : 사방의 경계, 온 세상. 何須(하수) : 어찌 반드시 ~, 어찌 꼭 ~. 忽(홀) : 문득. / 拔(발) : ~을 뽑다, ~을 빼다. / 一星(일성) : 하나의 별, 별 하나. / 投(투) : 던지다. / 靑冥(청명) : 짙푸르고 아득한 곳, 푸른 하늘. 作音(작음) : 소리를 내다. / 響亮(향량) : 소리가 맑고 낭랑하다. 쨍, 쨍그랑. / 素秋(소추) : 가을. 오행설(五行說)에서, 가을이 금(金)에 속하고 색은 흰색이기 때문에 생겨난 말이다. / 鳴(명) : 울다.   【직역】 별도의 사랑   더욱 자유롭고자 꽃은 피고 더욱 자유롭고자 사람은 밥을 먹는다 함께 살아갈 사람들 세상에 가득한데 어찌 따로 사랑이 있어야 하랴! 문득 별 하나 뽑아 하늘에 던지면 쨍 소리를 내며 가을이 운

    2019-10-08 13:20
  • 국수가 먹고 싶다, 이상국

    국수가 먹고 싶다   이상국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서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마음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 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   【태헌의 한역(漢譯)】 欲食素麪(욕식소면)   常曰人生世間事(상왈인생세간사) 誠如米飯毫無倦(성여미반호무권) 時時破舊飯館裏(시시파구반관리) 欲食老媼煮素麪(욕식로온자소면)   心傷人生轉角處(심상인생전각처) 步向街道獨輾轉(보향가도독전전) 賣牛歸人背影若(매우귀인배영약) 我欲與彼食素麪(아욕여피식소면)   世上固似大宴家(세상고사대연가) 何處不有欲泣人(하처불유욕읍인) 心門由是一二閉(심문유시일이폐) 黑暗如飢到夕曛(흑암여기도석훈) 淚痕不乾心自露(누흔불건심자로) 我欲與彼食溫麪(아욕여피식온면)   [주석] * 欲食(욕식) : 먹으려고 하다, 먹고 싶다. / 素麪(소면) : 국수. 常曰(상왈) : 흔히 ~라고 말하다. / 人生世間事(인생세간사) : 사람이 세상에서 사는 일. 誠如(성여) : 정말 ~과 같다. / 米飯(미반) : 쌀밥. / 毫無倦(호무권) : 조금도 물리는 것이 없다. 時時(시시) : 때때로. / 破舊(파구) : 해어지고 낡다. / 飯館裏(반관리) : 식당 안. 老媼(노온) : 늙은 아주머니. / 煮素麪(자소면) : 국수를 끓이다, 끓인 국수. 心傷(심상) : 마음을 다치다, 마

    2019-10-01 10:30
  • 물고기에게 배우다, 맹문재

    물고기에게 배우다 맹문재 개울가에서 아픈 몸 데리고 있다가 무심히 보는 물 속 살아온 울타리에 익숙한지 물고기들은 돌덩이에 부딪히는 불상사 한번 없이 제 길을 간다 멈춰 서서 구경도 하고 눈치 보지 않고 입 벌려 배를 채우기도 하고 유유히 간다 길은 어디에도 없는데 쉬지 않고 길을 내고 낸 길은 또 미련을 두지 않고 지운다 즐기면서 길을 내고 낸 길을 버리는 물고기들에게 나는 배운다 약한 자의 발자국을 믿는다면서 슬...

    2019-09-24 10:42
  • 멀리서 빈다, 나태주

    멀리서 빈다   나태주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태헌의 한역] 遠處祈求(원처기구)   吾人未知處(오인미지처) 君留如花笑(군류여화소) 世間有一君(세간유일군) 重新朝輝耀(중신조휘요)   吾君未知處(오군미지처) 吾留如草息(오류여초식) 世間有一吾(세간유일오) 重新夕寥寂(중신석료적)   如今秋氣動(여금추기동) 千萬君莫痛(천만군막통)   [주석] * 遠處(원처) : 먼 곳, 멀리서. / 祈求(기구) : 기도(祈禱), 기도하다, 빌다.   吾人(오인) : 나[吾]. / 未知處(미지처) : (아직) 알지 못하는 곳. 君留(군류) : 그대가 머물다, 그대가 있다. / 如花笑(여화소) : 꽃처럼 웃다. 世間(세간) : 세상(世上). / 有(유) : 있다. / 一君(일군) : 한 사람 그대. 한문에서는 보통 ‘一君’이라고 하면 한 명의 임금이라는 뜻으로 이해하지만 역자는 이 시에서 ‘한 명의 그대’라는 뜻으로 사용하였다. 重新(중신) : 다시 한 번. / 朝輝耀(조휘요) : 아침이 눈부시다.   吾君(오군) : 당신, 그대. 吾留(오류) : 내가 머물다, 내가 있다. / 如草息(여초식) : 풀처럼 숨을 쉬다. 一吾(일오) : ‘一君’과 비슷하게 ‘한 사람 나’, ‘한 명의 나’라는 뜻으로 사용한 말이다. 夕寥寂(석료적) : 저녁이 고요하다.   如今(여금) : 지금, 이제. / 秋氣動(추기동) : 가을 기운이 움직이다. 千萬(천만) : 부디, 아무쪼록. / 君莫痛(군막통) : 그

    2019-09-17 11:02
  • 추석, 유자효

    추석 유자효 나이 쉰이 되어도 어린 시절 부끄러운 기억으로 잠 못 이루고 철들 때를 기다리지 않고 떠나버린 어머니, 아버지. 아들을 기다리며 서성이는 깊은 밤. 반백의 머리를 쓰다듬는 부드러운 달빛의 손길. 모든 것을 용서하는 넉넉한 얼굴. 아, 추석이구나. [태헌의 漢譯] 秋夕(추석) 忽憶幼年多羞慙(홀억유년다수참) 齒算五十難成眠(치산오십난성면) 雙親駕鶴遠逝日(쌍친가학원서일) 不肖孤兒省事前(불초고아성사전) 深夜盤...

    2019-09-10 09:16
  • 코스모스, 김명숙

    코스모스 김명숙 산골 이장 집 막내딸 분홍색 원피스에 높은 하이힐 신고 후리후리한 큰 키에 낭창낭창한 허리 간들대며 이른 아침 댓바람부터 마을 길섶에 버스 기다리고 서 있다. [태헌의 한역] 秋英(추영) 山村里長小女兒(산촌리장소녀아) 好著粉紅連衣裙(호착분홍련의군) 足履高鞋益瘦長(족리고혜익수장) 娉娉嫋嫋動腰身(빙빙뇨뇨동요신) 自從淸晨黎明時(자종청신려명시) 路邊佇待巴士臻(노변저대파사진) [주석] * 秋英(추영) ...

    2019-09-03 14: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