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평원 극심한 가뭄… 밀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원자재 포커스]
美 대평원 지역, 가뭄으로 60년 만 최대 밀 흉작 우려
유럽 풍작 전망으로 세계 밀 선물 가격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일 듯




미국의 대표 곡창지대인 대평원 지역에 극심한 가뭄이 들면서 60년 만에 이 지역의 밀 농사가 최악의 흉작을 맞이할 전망이다. 하지만 세계 5대 밀 수출국인 미국의 흉작이 세계 밀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유럽에서 밀 풍작 기대가 커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대평원 지역의 농부들이 경질붉은겨울밀(HRW) 수확을 포기하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캔자스주 등 대평원 지역에 수년 동안 가뭄이 이어지면서, 밀이 제대로 자라지 못해 상품성이 떨어지고 예상 수확량도 저조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수확에 드는 비용이 예상 이익을 웃돌기 때문에, 수확을 포기하는 게 차라리 이익이다. 농부들이 수확을 포기한 밀은 소 등의 먹이가 된다.

WSJ은 미국 전역의 겨울밀 중 3분의 1이 경제성 문제로 수확조차 되지 않을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1917년 이후 가장 높은 폐기율이며, 1930년대의 더스트볼 때보다도 높다. 더스트볼은 1930∼1936년 미 중부 대평원 지역과 캐나다 평원 지대에서 오랜 가뭄으로 흙먼지 폭풍(dust bowl)이 계속돼 농작물에 심각한 피해를 줬던 시기를 뜻한다.

미국 겨울밀의 최대 산지인 캔자스주의 가뭄 상황은 심각하다. 캔자스주의 겨울 밀 재배 지역 중 93%가 이달 초 기준으로 가뭄 상태다. 오클라호마주와 텍사스주 상황도 비슷하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캔자스주의 HRW 수확량은 에이커당 평균 29부셸로 예상되는데, 이는 2021년(에이커당 52부셸)의 55% 수준이다. 가뭄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토양 내 수분 고갈이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농무부는 수확량 감소와 폐기량 증가로 HRW의 미국 생산량이 올해 5억3100만부셸에서 내년에는 5억1400만부셸로 감소하면서 1957∼1958년 이후 최소치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밀 선물 가격은 지난주 말 부셸당 6.8달러대에서 마감했다. 밀 선물 가격은 이달 들어서 12% 이상 올랐지만, 올해 들어서는 16%가량 하락했다. 밀 가격이 연초 대비 하락한 상태를 유지하는 이유에 대해 WSJ은 단기적인 작황 부진 우려보다 풍작 기대가 큰 상황이라고 짚었다. WSJ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곡물 가격 급등으로 유럽 등에서 밀 재배가 늘어났고, 수확량 증대 기대도 크다고 했다. 이달 초 국제곡물이사회(IGC)는 2023~2024년도 밀, 옥수수, 대두 등 곡물 생산을 22억9400만톤(t)으로 예상하면서 밀 생산량이 특히 더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