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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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가 시가총액 ‘1조달러 클럽’ 가입 신화를 쓰자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주로의 투자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기술주 중심인 나스닥지수의 상승률은 20여 년 전 ‘닷컴 버블’ 때보다 더 큰 폭으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를 앞지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앞다퉈 AI 수혜주 선정에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그러나 동시에 닷컴 버블에 비견되는 ‘AI 버블’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산업의 경우 아직은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관련 주식 투자도 옥석을 가려 신중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AI 골드러시’에 맥도날드까지 올라타

31일(현지시간) 미국 CNBC방송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AI 테마주로 분류되는 24개 종목 중 15개에 매수 의견을 제시했다. 엔비디아를 포함해 아마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애플 등 빅테크가 줄줄이 이름을 올렸다. AMD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마벨테크놀로지 팔로알토네트웍스 데이터도그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스노우플레이크 세일즈포스 아리스타네트웍스 등을 함께 추천주로 언급했다. 골드만삭스는 AI의 발전으로 노동 생산성이 급증하면서 앞으로 10년간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7조달러(약 9250조5000억원)가량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엔비디아 놓쳤다면…'AI 수혜주' 이건 어때?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소프트웨어 기업들에 주목했다. 이 은행은 자체 분석 툴을 활용해 6개 종목을 가려냈다. MS는 최고 점수를 받은 유일한 회사였다. 오픈AI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한 것과 더불어 챗GPT의 기본 검색 엔진으로 MS의 ‘빙’이 장착된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최대 수혜 기업으로 떠올랐다는 평가다. BoA는 이외에도 오라클 허브스팟 세일즈포스 데이터도그 워크데이 등 기업이 AI에 대한 직접 투자와 활용도 측면에서 잠재력이 높은 것으로 봤다. 이 종목들은 모두 올해 들어 최저 25%에서 높게는 76%까지 오르며 성장성을 입증했다.

스위스 최대 IB인 UBS는 업종 범위를 확 넓혔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외에 소매업, 부동산업, 광업, 의료장비, 사치품 등 분야에서도 생성형 AI 기술을 토대로 수익을 늘리거나 비용을 절감할 기회가 무궁무진하다는 분석이다. UBS는 구체적으로 맥도날드 치폴레멕시칸그릴(CMG) 도미노피자 웬디스 등 프랜차이즈 식당과 월마트 홈디포 나이키 리바이스 등 소매업체가 이런 기회를 잡을 공산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 밖에 에퀴닉스 디지털리얼티 등 부동산업체, 할리버튼 슐럼버거 등 에너지업체, 앵글로아메리칸 리오틴토 BHP그룹 등 광산업체, 존슨앤드존슨 HCA헬스케어 가던트헬스 나테라 등 의료기기업체도 유망 종목으로 꼽았다.

AI 테마로 묶인 기업들에 전 세계 투자 자금이 몰리고 있는 현상은 19세기 ‘골드러시’에 비유될 만큼 광적이다. 이코노미스트는 “(AI 수혜주로 꼽히는) 30여 개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는 지난해 11월 챗GPT 출시 후 40% 뛰었다”며 “같은 기간 13% 오른 나스닥지수를 크게 웃도는 수익률”이라고 전했다.

“수익 창출력 두고봐야” 거품 논란도

AI 투자 광풍이 이어지면서 나스닥 자체로도 놀라운 성적을 거두고 있다. 마켓워치는 다우존스 마켓데이터를 인용해 5월 나스닥지수 상승률이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보다 9.3%포인트 높았다고 보도했다. 2001년 10월 이후 약 22년 만에 가장 큰 폭이다. 당시 나스닥은 ‘베어마켓 랠리’(하락장에서의 일시적 반등)로 반짝 급등한 후 1년 뒤 바닥을 쳤다. S&P500지수와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간 격차도 3.8%포인트로, 2000년 2월 이후 최대였다.

스티브 소스닉 인터랙티브브로커스 수석전략가는 “‘황야의 7인’(1960년대 미 서부극)에 비유되는 알파벳 메타 테슬라 엔비디아 애플 MS가 나스닥 랠리의 거의 50%를 책임졌다”고 말했다.

월가에선 닷컴 버블 때와 비슷한 폭락 장이 나타날 가능성에 대한 경계감이 감지된다. 당장 이날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5.68%)를 비롯해 AMD(-5.64%), 마이크론테크놀로지(-4.87%) 등이 큰 폭으로 조정받았다. 엔비디아 주가 하락 폭은 지난 1월 30일 이후 약 넉 달 만에 가장 컸다. 올해 들어서만 260% 뛴 챗GPT 관련주 C3.ai도 매출 감소 전망을 내놓으면서 8.96% 급락 마감했다.

생성형 AI 기술의 수익 창출력에 대한 확신 없이 단기 수익만 기대한 투기성 자금이 몰린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정보기업 바이탈놀리지의 애덤 크리사풀리 창립자는 “모든 기업이 AI를 얘기하고 있지만, 손익계산서에서 실질적인 변화가 나타난 건 엔비디아뿐”이라고 말했다.

장서우/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