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뉴욕증시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각국 중앙은행의 고강도 긴축,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등 예상하지 못한 변수 때문이었다. 월가 전문가들의 증시 전망은 14년 만에 가장 크게 빗나갔다. 이들은 내년 증시를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 S&P500지수가 4000선에서 마감할 것이란 관측이다. 올 들어 20% 넘게 급락한 지수가 5%가량 회복하는 데 그칠 것이란 분석이다.

2008년 이후 ‘최악의 해’

"S&P 지수, 5000 간다"더니…장밋빛 전망 줄줄이 빗나갔다
“낙관론이 우세했던 지난해 이맘때 예측은 전혀 실현되지 않았다. 역대급으로 빗나갔다.” CNN은 28일(현지시간) 올해 증시를 이같이 평가했다.

지난해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올해 말 S&P500지수가 5100선에서, 모건스탠리는 4400선에서 마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날 S&P500지수는 연초(1월 3일)보다 21.13% 하락한 3783.22에 장을 마쳤다. 애널리스트들이 S&P500을 실제보다 40% 가까이 높게 예측한 셈이다.

CNN은 “주요 애널리스트 중 아무도 올해가 2008년 이후 최악의 해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국제 유가가 70달러에서 130달러로 치솟고, 미 중앙은행(Fed)이 고강도 긴축에 들어갈지 예상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올해 Fed의 긴축 여파로 반도체 등 기술주는 급락했다. 반면 전쟁 영향으로 원자재와 방위 관련 종목은 큰 폭으로 올랐다. 금융정보회사 퀵팩트셋에 따르면 반도체 회사인 TSMC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각각 3838억달러, 3740억달러 감소했다. 세계 시총 순위도 10위에서 15위, 8위에서 16위로 밀렸다.

반면 미국 정유회사인 엑슨모빌과 셰브런의 시총은 올해 각각 4475억달러, 3430억달러 증가했다. 순위도 급상승했다. 41위였던 엑슨모빌은 9위로, 52위였던 셰브런은 20위로 뛰어올랐다. 방위 사업체인 록히드마틴의 시총도 1266억달러 늘었다. 기존 162위에서 95위로 상승했다.

내년 증시 향방은

CNN은 “(올해 예측 실패로) 월가 전문가들이 내년 증시 전망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둔화, 경제 연착륙 등 낙관론도 여전히 남아 있다.

주요 투자은행의 2023년 말 S&P500지수 전망치는 평균 4000이다. JP모간은 S&P500이 4200,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골드만삭스는 4000에 이를 것으로 봤다. 바클레이스는 3725를 제시했다.

다만 주요 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은 내년 경제를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CNBC방송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0일까지 주요 기업 CFO 2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0% 이상이 내년 경기침체를 예상했다. 상반기에 발생할 것이란 응답과 하반기 발생할 것이란 응답은 각각 43%로 같았다.

경기 연착륙 가능성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다. 연착륙이 가능하다고 답한 CFO는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주식시장에 관해서도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응답한 CFO 중 56%가 내년 다우지수가 30,000 아래에서 거래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