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구글 모회사) 등 미국 거대 기술기업들이 법률 소송 부담 등을 이유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정보를 의무적으로 연례 보고서(10k)에 담는 것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대형 자산운용사는 기업들의 ESG 자료가 연례 보고서를 통해 공시돼야 한다고 주장해 갈등이 커지고 있다.

21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MS와 알파벳은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낸 서한을 통해 ESG 자료 공개는 연례 보고서가 아니라 별도의 ‘기후 보고서’를 통해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ESG 자료가 연례 보고서에 포함되면 불확실성이 커져 잠재적 법적 소송 등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후 관련 공시는 본질적으로 불확실한 추산과 가정에 의존하는 만큼 기업에 부당한 책임을 지우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MS와 알파벳의 이 같은 입장 발표는 SEC가 기업의 ESG 자료 공시 의무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SEC는 ESG 공시 방식과 시기 등을 검토 중이다.

MS와 알파벳은 ESG 투자의 대표 수혜주로 꼽히기도 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지난 1일 보고서에서 MS는 미국 ESG 펀드들이 가장 많이 투자하고 있는 회사라고 밝혔다. ESG 펀드의 절반 가까이가 투자하고 있는 알파벳은 ESG 기업 인기 순위 10위 안에 들었다. ESG 관련 평가가 좋은 회사도 정보 공개는 꺼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