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14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3대 신성장 동력에 10조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LG화학 제공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14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3대 신성장 동력에 10조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LG화학 제공
LG화학이 친환경 소재와 전지소재, 글로벌 혁신 신약을 3대 신성장 동력으로 선정하고 2025년까지 10조원을 투자한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14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LG화학은 더 이상 전통적 화학기업이 아니라 신성장 동력이 준비된 과학기업”이라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기반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 전반을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현재 30건이 넘는 인수합병(M&A), 조인트벤처(JV·합작사) 설립 등을 검토 중이며, 올 하반기부터 가시적 성과를 내놓겠다고 강조했다.

세계 1위 종합전지 소재회사 목표

"LG화학은 과학기업…친환경·배터리 소재와 신약에 10조 투자"
LG화학 신성장 동력의 핵심은 전지소재다. 총 10조원의 신성장 동력 투자액 중 6조원을 전지소재에 투입한다. 양극재부터 분리막, 음극 바인더, 방열 접착제, CNT(탄소나노튜브) 등 다양한 소재사업을 육성해 글로벌 1위 종합 전지재료업체로 발돋움한다는 구상이다. 전지소재시장은 올해 39조원에서 2026년 100조원 규모로 급성장이 예상된다.

우선 2차전지 배터리 핵심소재인 양극재 사업에선 연산 6만t 규모의 구미공장을 오는 12월 착공할 예정이다. 양극재 생산 능력은 지난해 4만t에서 2026년 26만t으로 약 일곱 배 확대한다. 신 부회장은 “양극재 재료가 되는 메탈을 안정적으로 수급하기 위해 광산업체와 합작법인 설립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에 신규 공장을 설립하는 등 현지화 전략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2차전지 양극과 음극을 분리하는 핵심소재인 분리막 사업에 재진출하는 계획도 공개했다. 앞서 LG화학은 분리막 사업을 추진했지만 외부 조달이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2015년 생산 시설을 일본 화학소재 기업인 도레미에 매각했다. 신 부회장은 “분리막 사업은 기술력과 시장성을 모두 갖춘 기업을 대상으로 M&A와 JV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생산거점도 조기에 구축할 예정이다.

LG화학은 양극재, 음극 바인더, 방열 접착제 분야에는 R&D 자원을 선제적으로 집중 투입하기로 했다. 신 부회장은 “세계 배터리 시장은 어떤 단일 회사도 40% 이상의 점유율을 갖지 못하고 있어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잠재력이 무한하다”며 “LG화학만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속성을 갖춰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바이오 석화·신약 등에 4조원 투자

바이오 소재, 재활용, 신재생에너지 산업 소재 등 친환경 소재 사업엔 2025년까지 3조원이 투입된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회사의 핵심 수익원 역할을 해 온 석유화학사업본부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LG화학은 우선 세계 최초로 재생 가능한 식물성 재생 원료를 활용하는 바이오-밸런스 고흡수성수지(SAP)를 이달부터 본격 생산한다. 주로 기저귀 등 위생용품에 사용되는 SAP를 글로벌 고객사에 공급할 예정이다. 자연에서 빠르게 분해되는 생분해성 고분자 플라스틱인 PBAT는 올해 생산시설을 착공하는 게 목표다.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 성장에 대응해 친환경 원료를 안정적으로 수급하기 위해 국내외 원료 업체와의 JV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신약 사업도 강화한다. 생명과학사업본부는 2030년까지 혁신 신약을 2개 이상 보유한 글로벌 신약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미국·유럽 등 선진시장 진출을 위해 신약 사업에만 1조원 이상 투자한다. 임상 개발 단계에 진입한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도 올해 11개에서 2025년 17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M&A나 JV 설립 등을 포함한 다양한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신성장 동력 투자를 위한 재원 10조원은 대부분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공개(IPO)를 통해 마련한다. 신 부회장은 “LG에너지솔루션은 이르면 연내에 상장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상장되더라도 LG화학이 지분 70∼80% 이상을 보유해 계속해서 사업 경쟁력과 주주 가치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