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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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전지주들이 순환매 모습이 나타내고 있다. 설비 증설에 따른 성장 기대감에 강하게 올랐던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포스코케미칼, 천보 등은 조정중인 반면 새로운 이차전지 소재 분야로의 진출을 알린 SK머티리얼즈, 고려아연 등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SK머티리얼즈는 전날 42만7400원에 장을 마쳤다. 연일 신고가 행신이다. 이 회사의 주가는 지난 15일 상승세를 시작한 뒤 5거래일동안 20.06% 올랐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도 3조7550억원에서 4조5081억원로 뛰어올랐다.

반도체 소재주로 통하던 SK머티리얼즈가 이차전지 소재에도 진출하면서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가 또 다시 요동칠지도 관심사다. 최근 양극재 업체인 에코프로비엠이 셀트리온제약을 밀어내고 코스닥 시가총액 3위에 오른 바 있다.

SK머티리얼즈는 실리콘 계열의 차세대 음극 소재 개발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주가 상승에 가속도가 붙었다. 이 회사는 미국 시애틀에 본사를 두고 실리콘 음극재를 개발 중인 그룹14와 국내에 합작사(JV)를 설립할 예정이라고 지난 20일 밝혔다. 실리콘을 사용한 음극재는 순수 흑연계 음극재보다 에너지 저장 용량이 크고 충전 속도도 빠른 대신, 충방전을 반복하면서 소재가 부풀어 오르는 스웰링 현상은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SK머티리얼즈는 작년 그룹14에 약 140억원을 투자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현재 지분 10.3%를 보유한 3대주주다. SK머티리얼즈 외에 중국 ATL, 일본 쇼와덴코, 독일 바스프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SK머티리얼즈와 그룹14의 합작사는) 내년 IT 기기용 2차전지로의 공급을 시작해 2023년 전기차에 공급하는 게 최종 목표”라며 “2차전지 소재 사업이 가시화됨에 따라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재평가)을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LG화학과 양극재 전구체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하는 업무협약(MOU)을 맺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14일부터 주가가 급등했다. 전일 종가는 51만원으로 지난 13일 종가 대비 18.60% 상승한 수준이다. 양극재 전구체 분야는 고려아연이 진출한 세 번재 이차전지 소재 사업이다. 고려아연은 작년부터 온산공장에서 전해동박 설비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지분 35%를 보유한 켐코는 국내 황산니켈 1위 기업이다.

이종형 키움증권 연구원은 “(고려아연의) 이차전지 소재 사업 비중이 확대될수록 다른 소재업체들의 높은 밸류에이션을 (주가에) 점진적으로 반영할 것”이라며 “안정적 수익모델을 갖추고 있는 아연·연 제련업을 기반으로 이차전지 소재 사업에 진출·확장한다는 관점에서 포스코케미칼의 사업 모델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고려아연에 대한 목표주가를 기존 55만원에서 64만원으로 16.36% 올렸다.

새로운 이차전지 소재 사업에 나선 기업들이 주목받으면서 설비 증설 모멘텀으로 주가가 강하게 올랐던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포스코케미칼, 천보 등은 상승분을 일부 반납했다. 에코프로비엠은 전일 26만9600원으로 거래를 마쳐 지난 19일 이후 2거래일동안 6.94% 하락했다. 같은 기간 엘앤에프(6.66%), 포스코케미칼(7.21%), 천보(5.99%) 등도 낙폭이 컸다.

증설 모멘텀이 주목받은 뒤 주가 상승세가 워낙 거셌던 반작용으로 보인다. 조정받은 주가도 지난달 말 종가와 비교하면 에코프로비엠이 27.11%, 엘앤에프가 23.77%, 포스코케미칼이 7.29%, 천보가 24.26% 상승한 수준이다.

양극재를 만드는 에코프로비엠과 엘앤에프는 유상증자로 자금을 확보하고 국내외 설비를 대폭 증설할 계획이다. 포스코케미칼도 양극재 생산능력을 국내 16만톤(t)과 해외 11만톤으로 확대하는 걸 목표로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천보다 현재 연산 1000톤 규모인 차세대 전해질 생산능력을 2026년까지 2만1000톤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