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앞두고 미·중 치킨게임…톰 리 "월요일 추가 하락"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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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시 폭발한 트럼프…협상전략?
중국은 14일부터 미국 선박에 대해 t당 400위안(약 8만원)의 '특별 항만 서비스료'를 부과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미국이 오는 14일부터 중국 운항 및 중국산 선박에 대해 t당 50달러 입항료를 부과하는 데 대응하는 것입니다. 또 중국 경쟁 당국은 퀄컴이 자동차 반도체 설계사인 오토톡스(Autotalks)를 인수하면서 반독점법을 위반한 혐의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어제 희토류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를 대대적으로 강화한 데 이은 것입니다.
이에 아침 9시 30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1% 수준의 강보합 수준에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0.2~0.3% 수준의 오름세를 유지했습니다.
▶ 중국은 점점 더 적대적으로 변하고 있다. 희토류와 관련된 거의 모든 것에 대해 수출을 통제하려 하고 있다.
▶2주 후 한국에서 열리는 APEC 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을 만날 예정이었지만, 이제는 그럴 이유가 없는 것 같다.
▶고려 중인 정책의 하나는 중국 관세를 대폭(massive) 인상하는 것이다. 심각하게 고려 중인 다른 많은 대응책도 있다.
지난 4월 이후 무역 갈등 수위는 낮아져 왔고, 월가는 이를 위험 요인으로 반영하지 않아 왔습니다. 지난 4월 이후 S&P500 지수가 35% 폭등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재발할 위험이 커진 것입니다. 매물이 몰려나왔고 낙폭은 더 커졌습니다.
시버트파이낸셜의 마크 말렉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장은 꽤 안주하고 있었다. 악재가 나와도 예상만큼 큰 하락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데 (정부 폐쇄로) 별다른 경제 지표나 데이터가 없는 상황 속에서 (갑자기 나온) 이 헤드라인 하나만으로 트레이더들은 대응에 내몰린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월가는 여전히 한국에서 만날 것으로 봅니다. 지금의 갈등 고조는 협상전략이고요. 에버코어ISI는 다음과 같이 분석합니다.
▶중국이 발표한 조치들은 11월 8일 또는 12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는 10월 31일이나 11월 1일로 예정된 시진핑-트럼프 회담 이후다. 그리고 트럼프가 트루스소셜에 쓴 표현들은 △“계산 중이다(we are calculating)” △“심각히 고려 중이다(under serious consideration)” △“(시 주석과)만날 이유가 없는 것 같다(seems to be no reason)” 등 확정적이거나 단호한 어조는 아니다. 여전히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만약 상황이 완전히 틀어진다면, 틱톡(TikTok) 문제도 함께 무너질 것인데, 이는 트럼프가 선호하지 않는 시나리오다.
▶이러한 긴장과 명확한 종착점(endgame)이 없는 점을 고려하면, 정상회담 결과는 부분적이고 제한적 합의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가능한 합의는 관세 재인상 유예 및 일부 품목에 대한 제한적 인하, 대두 수입 재개나 반도체 수출 라이선스 일부 진전 등이며 그 외에는 큰 진전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회담이 무산된다면, 11월 10일 상호관세 유예 만료 이전에 145% 관세 문제를 해결할 ‘결정적 계기’가 사라지는 셈이어서 우려스럽다. 아직 한 달가량 시간이 남아 있어 관계 복원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투자자들은 11월 10일을 달력에 표시해 둘 필요가 있다.
2. 트럼프, 공무원 해고도 시작
연방정부 셧다운은 10일째 지속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고해 온 연방공무원 해고를 시작했습니다. 백악관의 러셀 보트 예산관리국(OMB) 국장은 "인력 감축이 시작됐다"라고 발표했습니다. 백악관 관계자는 "수천 명"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보건복지부 등에서 해고 통보를 받은 공무원들이 나왔습니다.
통상 연방정부는 셧다운에 들어가더라도 무급휴직을 시킨 뒤 정부가 다시 운영에 들어가면 복귀시켰는데요. 이번에 아예 영구 해고에 나선 것입니다. 이는 민주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려는 것입니다.
'오바마 케어' 보조금 연장을 둘러싸고 양당 간 이견은 좁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공화당 일부에서 보조금 연장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공화당 지도부는 "임시 예산안을 통과시켜 정부 운영부터 재개한 뒤 협의하자"라는 입장입니다. 민주당은 "나중에 협의하자는 걸 어떻게 믿냐"라고 받아치고 있고요. 르네상스매크로는 "예측 시장은 10월 말까지 장기간의 셧다운을 예상한다. 지금까지 정치적 압력 요인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확률이 높을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정부가 폐쇄되면 매주 4분기 연율 GDP가 약 0.11%포인트씩 감소할 수 있으며, 이후 운영이 재개되면 이어지는 분기에는 같은 수준으로 성장이 반등할 것으로 추산합니다. 필립스는 "경제적 혼란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비교적 차분한데, 이는 결국 상황이 해결될 것이란 가정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또 미 중앙은행(Fed)이 이미 금리 인하 사이클에 돌입했고, 지표 발표 없이도 추가 인하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원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폐쇄가 몇 주 이상 지속되면 더 광범위한 경제적 영향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즉 공무원 급여 미지급에 따른 소비 감소뿐 아니라 기업들의 연방정부와의 계약, 각종 건설 프로젝트, 심지어 기업공개(IPO) 등까지 지연될 수 있다는 겁니다.
3. 의장 후보 월러 "25bp씩 두 번 인하"
다행히 Fed에 대한 기준금리 인하 기대는 계속해서 유지되고 있습니다.
CNBC는 월러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뽑은 최종 차기 의장 후보 5명 중의 한 명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나머지 4명은 미셸 보먼 부의장, 케빈 워시 전 Fed 이사, 케빈 하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그리고 블랙록의 릭 리더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입니다.
Fed 내 매파 중 한 명인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의 알베르토 무살렘 총재도 “고용 약화에 대비한 추가 보험 성격으로 금리를 더 인하할 가능성에 대해 열려 있다”라고 했습니다. 물론 "다만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본다. 추가 완화 여력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지만요.
미시간대의 조애너 수 교수는 "심리는 횡보했다. 높은 물가와 취업 전망 악화와 같은 경제 문제가 여전히 주요 관심사이고, 소비자들은 이런 요인들이 의미 있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인터뷰에서는 진행 중인 정부 셧다운이 경제 인식에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는 거의 없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응답자의 63%가 향후 12개월 동안 실업률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단기(1년)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지난달 4.7%에서 4.6%로 소폭 하락했습니다. 장기(5년) 기대치는 3.7%로 유지되었습니다.
월가 일부에서는 물가가 안정된 것으로 추산되자 백악관에서 CPI 발표를 지시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시티은행은 9월 근원 CPI가 0.28% 올라 지난 8월 0.35%보다 둔화할 것으로 추정합니다. 시티는 “고용 부진과 주거비 하락이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위험을 줄이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월러 이사는 "CPI 데이터가 있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관세는 일회성일 것으로 보며, 현재 관세가 40% 정도 전가된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습니다.
노동 시장도 급속히 무너지는 상황은 아닙니다. 연방정부는 셧다운됐지만, 주 단위에서는 실업수당 청구를 계속 받고 있는데요. 골드만삭스는 이를 취합한 뒤 계절조정을 거쳐 지난 4일로 끝난 주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3만5000건이라고 추산했습니다. 또 지속 청구 건수는 192만 건으로 봤고요. 그 이전 주(22만4000건, 191만 건)보다 소폭 증가한 수준입니다.
4. VIX 폭등 의미는
주가 내림세는 끝까지 이어졌습니다. S&P500 지수는 2.71%, 나스닥 지수는 3.56% 하락했습니다. 다우 지수는 1.9% 내렸습니다. S&P500 지수는 9월 11일 수준으로 돌아갔고요. 하락 폭은 7월 15일 이후 최대입니다. 424개 종목이 하락했습니다.
유가도 폭락했습니다. 서부텍사스원유는 배럴당 5.3% 하락한 58.24달러를 기록했습니다. 금값은 1.58% 올라 온스당 4035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비트코인은 4% 이상 떨어져 11만7000달러 선에 거래됐습니다.
펀드스트랫의 톰 리 설립자는 "VIX가 급등했는데, 이는 투자자들이 보호막을 찾고 있다는 신호다. 모든 걸 팔 순 없으니 우선 변동성을 사서 헤지하자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통상 이런 움직임은 단기 저점 신호로 풀이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오늘이 바닥이고 하지는 않겠지만 통계적으로 이런 급락 뒤에 1주일, 1개월 뒤 수익률은 꽤 좋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오늘은 금요일이고 긴 주말이 앞두고 있으니, 많은 트레이더들이 컴퓨터를 끄고 포지션을 정리하려고 했을 것이다. 그래서 시장은 저점에서 마감했다. 그러나 시장 바닥은 금요일에 형성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아마 월요일에 마지막 급락세가 나올 수도 있고, 그게 최적의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일부에선 CTA펀드 등 시스템 펀드에서 매도 물량이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노무라 등은 S&P500 지수가 1.5% 이상 변동하면 이들 펀드에서 도미노식 연쇄 매도를 부를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마르코 콜라노비치 전 JP모건 리서치 헤드도 "저점 매수를 고려하고 있다면, 먼저 월요일에 CTA, 리스크패리티, 변동성타깃 펀드, 레버리지 ETF 등에서 매도 물량이 얼마나 나올지 예상하라"라고 말했습니다.
5. 어닝시즌+파월 연설 주목
다음 주 핵심은 3분기 어닝시즌입니다. 14일 JP모건 등 금융사부터 실적을 공개합니다. S&P500 기업 중 37개가 발표할 예정입니다. 정부 데이터가 나오지 않고 있어서 투자자들은 경제의 단서를 기업 실적에서 찾고 있습니다. 특히 골드만삭스, JP모건, 웰스파고 등 은행 실적 발표는 소비자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는 데 중요합니다.
리바이스스트라우스는 오늘 3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요. 매출과 이익이 모두 월가 예상을 넘었습니다. 회사 측은 3분기 "관세의 영향을 느끼기 시작했다"라고 밝혔는데요. 그러면서도 "가격 인상과 수익성이 더 높은 채널을 통한 판매 증가로 매출 총마진이 개선되었다"라고 밝혔습니다. 올해 조정 EPS 가이던스를 1.27~1.32달러로 제시했는데요. 이는 이전 전망치보다 2센트 높은 것입니다.
다음 주에도 Fed 위원들도 대거 발언에 나서는데요. 제롬 파월 의장이 화요일 ‘경제 전망과 통화 정책’이라는 제목으로 연설할 예정입니다. 제목만 봐도 큰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미중 무역 관련 사항은 주시해야겠죠.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에 대해 중국에 어떻게 나올지가 관심사입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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