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증시 떨어지는 칼, 경제 좋아야 스태그플레이션"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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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장 타격, 인플레 상승
트럼프의 상호관세는 기본적으로 보편관세 10%를 적용하고요. 무역흑자가 큰 '최악의 위반자' 60여 개국에는 더 높은 별도의 상호관세를 적용하는 식인데요. 우리나라에 대해선 26%, 중국은 34%, 일본은 24%, 유럽연합 20%, 베트남은 46%를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칼라일의 제이슨 토마스 리서치 헤드는 "대부분 실효 관세율이 약 10%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즉 미국 GDP가 1% 타격을 입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15~18% 범위에 있는 듯하다. 예상보다 충격이 50~60% 더 크다. 미국 경제는 이로 인해 GDP 성장이 1.5%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JP모건은 "상호관세 발표는 약 4000억 달러 세수를 증가시키며, 이는 GDP의 약 1.3%에 해당한다. 이 조치가 올해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를 1~1.5% 상승시킬 것으로 예상하며, 이런 인플레 효과는 주로 올해 중반에 나타날 것으로 예측한다"라고 밝혔습니다. JP모건은 "이로 인해 실질 소비 지출 역시 위축될 위험이 있으며, 이것만으로도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질 위험이 커질 수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도이치뱅크는 "이 관세가 실행된다면 올해 성장률이 1~1.5% 떨어질 수 있고,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은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다"라고 관측했습니다.
2. 좋아야 스태그플레이션?
이는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혹은 경기침체로 떨어질 가능성을 높입니다.뱅크오브아메리카는 "상호관세 발표 전까지 미국의 실효 관세율은 약 9%였다. 상호관세(약 11%포인트)가 무기한 유지된다면 20%로 높아질 것이다. 우리나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크다. 이는 미국을 스태그플레이션 경로로 훨씬 더 밀어붙일 것이고, 올라가는 물가로 인해 수요가 무너지는 전환점에 가까워질 것이다. 우리는 관세가 인플레이션(현재 근원 PCE 물가는 2.8%)에 1~1.5%포인트를 더할 것이고, 향후 몇 분기 동안 GDP 성장률에서 비슷한 양을 빼서 경제를 침체 위기로 몰고 갈 것으로 생각한다. 성장 저하는 인플레이션의 상승보다 더 오래 지속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브랜디와인인베스트먼트의 트레이시 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성장이 계속 둔화할 것이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스태그플레이션이고, 최악의 시나리오는 세계적 경기침체"라고 말했습니다.
3. 올라야 할 달러, 폭락 이유
달러가 어제에 이어 오늘도 급락했는데요. ICE 달러인덱스는 한때 2% 넘게 내려서 101.27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는 작년 10월 수준으로, 트럼프 당선 이전으로 되돌아간 것인데요. 강력한 관세가 발표되면 달러가 강세를 보이리라는 애초 예상과 다른 것입니다. 사실 예상치 못한 약달러는 트럼프에게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달러가 강해지면서 관세 인상을 일부 상쇄해 미국 소비자에게 보호막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했었기 때문입니다.
① 미국 경제의 성장 둔화 전망= 찰스슈왑의 캐시 존스 채권 전략가는 "관세 발표로 인한 달러의 약세는 반직관적이다. 관세를 부과하는 국가의 통화가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라면서 "투자자들은 관세로 인한 미국 경제 성장의 약화 가능성에 더 집중하는 듯하다"라고 분석했습니다.
② 해외 투자자금 빠져나가나=외국 투자자가 미국 투자를 줄이는 징후(달러 매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달러와 미국 주식의 동시 매도는 외국인이 일부 베팅을 청산하고 자금을 환수하고 있다는 신호 중 하나라고 썼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빅테크 주식에 투자한 많은 외국인은 통화 위험을 헤지하지 않았고, 지금은 주식과 통화 양쪽에서 손실을 겪고 있다는 것이죠. 도이치뱅크의 조지 사라벨로스 외환전략가는 "지난 10년 동안 미국으로 자본을 수출했던 국가들의 극단적 미국 자산 과다 비중이 해소될 위험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4. 협상 시작하려면 협상?
상호관세가 너무 강하게 나온 만큼 월가는 협상 가능성을 보고 있는데요. 데이터트랙리서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가까운 어제 관세 발표에서 유일한 긍정적인 점은 시장이 이전보다 훨씬 크게 불만을 표시하리라는 것이다. 이는 정책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 나오는 발언을 보면 뭔가가 좀 이상합니다. 관세를 그대로 유지해서 세수를 확보하겠다는 뜻이 더 강하게 들리는 것이죠.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관세를 철회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확고히 서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것은 세계 무역의 재편을 위한 것이다. 각 국가가 정말로, 정말로 무역 방식을 바꾸었을 때 트럼프는 각국과 거래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그러리라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바이탈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지난달 여러 가지 관세 발표 이후 각국과 협상이 있었는데도 상호관세가 면제 없이 발표되었다. 앞으로 협상을 통해 10%보다 높은 상호관세는 일부 낮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보편관세 10%는 앞으로 3년 반 동안 유지될 것으로 봐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르네상스매크로의 닐 두타 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들은 향후 협상을 통해 관세율이 낮아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확신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계산 방식은 단순한 관세율 차이가 아니라 양국 간 무역 적자를 기준으로 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즉 다른 나라의 무역장벽을 낮추는 게 목표가 아니라 미국의 무역 적자를 줄이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관세 데이터 없이 관세를 계산했다. 점성술로 천문학을 설명하려는 것과 같다"라고 꼬집었고,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학생이 경제 수업에서 이 관세 차트를 내면 교사는 웃으며 앉으라고 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스위스 정부는 "관세에 대한 미국 정부의 계산이 이해할 수 없다"라고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5. "주가 추가 하락 여지"
협상 없이 이렇게 높은 관세를 매긴다면 정말 스태그플레이션이나 경기침체가 올 수 있습니다. 침체는 피하더라도 최소 기업 이익은 예상만큼 늘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주가는 폭락세를 지속했습니다.
언리미티드펀드의 밥 엘리엇 설립자는 "현재 컨센서스는 관세 정책이 몇 주 안에 바뀌리라는 것이다. 지금 당장 증시의 더 큰 하락을 제한하는 유일한 것은 그것뿐이다. 만약 시장이 관세가 더 오래갈 것이라고 믿는다면, 주가는 더 낮아질 여지가 많다"라고 말했습니다.
골드만삭스 트레이딩데스크는 "미국의 실질 관세율이 20%에 가까워질 것으로 보이고 우리가 가정해온 15%보다 높다. 이는 GDP 성장률을 낮추고, 인플레이션을 높이며, 증시에 지속적인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관세 불확실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우리 데스크에서는 헤지펀드 고객들의 기술주에 대한 대량 매도 및 거시 상품에 대한 공격적 공매도를 목격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찰스슈왑의 리즈 앤 손더스 전략가는 "우리가 곧 볼 가능성이 있는 것은 경기침체 확률의 재평가다. 침체 가능성이 올라가는 것을 보게 되어도 전혀 놀랍지 않을 것이다. 최소 2025년 기업 이익 추정치에 대한 추가 하향 압력을 보게 될 것입니다. 이익에 대한 가장 믿을만한 경로는 지금부터 상당히 낮아지리라는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펀드스트랫을 빼면 UBS자산운용에서 긍정적 예상이 나왔는데요. UBS의 솔리타 마르셀리 미국 CIO는 "시장 불확실성은 앞으로 몇 주 동안 계속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들은 경제 및 기업 이익 성장 전망의 하향 조정 가능성, 보복관세 확대 위험, 협상을 통해 관세가 인하될 가능성 등을 고려하고 있어서다. 그렇지만 하반기에 접어들면 뉴스 흐름이 더 긍정적으로 변할 것이다. 관세가 발표되었으므로 관세를 낮추기 위한 협상이 시작될 수 있다. 관세 수입은 감세에 쓰일 수 있다. 그리고 Fed는 성장 약화에 금리 인하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긍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UBS는 부정적 시나리오(확률 30%)로 "2일 관세가 3~6개월 이상 유지되거나 무역 파트너의 보복으로 인해 상승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경기침체와 Fed의 더 큰 금리 인하(약 300bp)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6. 금리 급락…한 때 4% 밑 다이빙
오늘은 경제 데이터도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6. 브레이크 없던 주가 "떨어지는 칼"
결국, S&P500 지수는 4.84%, 나스닥은 5.97% 내렸습니다. 다우는 3.98% 하락했고요. S&P 하락 폭은 팬데믹 폭락 당시인 2020년 3월 이후 최악입니다. 시가총액 3조1000억 달러가 사라졌는데요. 역시 2020년 3월 이후 가장 큰 하루 하락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블룸버그에서 "미국 일리노이 등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영국 호주 등 세계 곳곳에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중단 또는 연기하고 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블룸버그는 "MS 측은 'AI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데이터센터 입지가 계속 확장되고 있는 데 따른 유연한 전략'이라고 밝혔지만, 일부 투자자는 AI 수요가 막대한 지출을 정당화하지 못한다는 신호로 해석한다"라고 썼습니다.
미국 기술주에 대해 EU가 반독점 등으로 엄청난 제재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EU가 X(트위터)에 대해 10억 달러 이상의 벌금 부과를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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