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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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국채의 최대 큰 손인 일본 투자자들이 4조4,000억달러(5,800조원) 에 달하는 해외 투자를 줄이고 일본으로 귀환하고 있다. 일본인들의 자국으로의 자금 유입은 미국채 등 전세계 시장에 영향을 주면서 향후 5~10년간 지속될 슈퍼사이클이 될 전망이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올해 8개월간 일본 투자자들은 28조엔(256조원) 의 일본 국채를 순매수했는데 이는 14년만에 가장 큰 규모이다. 반면 외국 채권 매수는 거의 절반으로 줄어든 7조 7,000억 엔을 기록했고 해외 주식 매수액 역시 1조 엔 미만으로 내려왔다. 이 날 달러화 대비 일본 엔화는 0.4% 하락하여 1달러당 144.16달러를 기록했다.

T. 로우 프라이스의 채권 책임자인 아리프 후세인은 "일본 투자자들이 귀환하면서 일본에 지속적이고 점진적으로 엄청난 양의 자본이 유입될 것이며 이는 향후 5~10년간은 지속될 슈퍼 사이클, 메가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투자자들이 해외에 투자한 4조 4,000억 달러(5,800조원) 는 인도 경제보다 큰 규모이다. 이 때문에 일본 투자금의 철수는 세계 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정도의 파급력이 있다. 일본이 금리를 올리면서 다른 나라와의 금리 격차가 좁아졌음에도 아직 일본으로의 유입은 급격히 일어나지 않고 있다.

일본인들의 해외 투자는 그 자체로 대형 캐리 트레이더에 비교된다. 일본투자자들이 자국의 초저금리를 이용해 해외 자산 매수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으로의 자금 유입 흐름의 범위는 일본의 금리 속도와 궤적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대부분의 전략가들은 일본 금융 정책이 정상화될 것이라는 견해에 따라 내년까지 일본 통화가 더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현재 30년만기 일본 국채 수익률은 일본은행(BOJ)가 올해 금리를 인상하면서 2%를 넘어섰다. 2%를 넘으면서 일본의 채권 큰 손인 대형 보험사 중 일부가 일본 국채 보유를 늘리기에 나서고 있다.

T&D 자산운용은 30년 국채 수익률이 2.5%를 넘으면 자금이 본격적으로 일본으로 흘러들어갈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이이치 생명보험은 지난 4월 일본 채권 수익률이 2%를 넘으면 비교적 매력적이라고 언급했다.

일본 우정보험의 글로벌 신용투자 부서 수석 총괄매니저인 마사히데 고마츠는 “여전히 해외 투자를 하고 있지만 엔화 자산에 투자하기가 더 쉬워졌다”고 말했다.

일본 투자자는 미국채의 가장 큰 외국인 보유자이며 호주 국채의 약 10%를 소유하고 있다. 또한 싱가포르에서 네덜란드, 미국 주식 시장에 이르기까지 전체 주식의 1%에서 2% 사이를 소유하고 있으며 수익률이 10%가 넘는 브라질 국채부터 최근에는 암호화폐나 하이일드 채권 같은 고위험 투자로 확대됐다.

일본 최대의 농업 은행인 노린추킨의 경우 60조 엔 규모의 포트폴리오 가운데 상당 부분을 미국과 유럽 국채에 투자했다가 예상치 못한 금리 급등으로 큰 손실을 본 후 현재 약 10조 엔의 외국 자산을 정리하고 있다. 일본 서부에 있는 지역 은행인 산인 고도 은행도 해외 국채를 매각하는 동시에 일본 국채를 늘릴 계획이다.

일본의 금융정책이 정상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일본의 금리는 미국과 유럽보다 수백 베이시스포인트 낮은 상태이다. 이때문에 통화 위험을 감수하고도 수익률을 원하는 투자자들에게는 해외 투자가 여전히 매력적이다.

세계 최대 연기금 중 하나인 일본의 정부 연금 투자 기금은 보유 자산의 약 절반을 외국 채권과 주식으로 운용하고 있다. 이는 과거의 국내 투자에서 발생한 운용 손실을 상쇄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누빈사의 글로벌 채권 책임자인 앤더스 퍼슨은 “일본 투자자들은 미국 시장이 매우 크고 엄청나게 유동적이며 가장 다각화된 상품을 제공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JP모건 체이스는 엔화를 차입한 글로벌 거래를 토대로, 8월의 글로벌 시장 혼란 이후, 엔캐리 트레이드의 4분의 3이 풀린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결국 일본인들이 돈을 국내로 돌리는 인센티브가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즈호 증권의 수석 데스크 전략가인 쇼키 오모리는 "일본인들은 스스로가 큰 캐리트레이더”라며 일본투자자들의 자금 환수 흐름이 가진 위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