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고비용에…유럽 신재생에너지 업체 줄줄이 생산 목표 하향
유럽의 주요 신재생에너지 생산 업체들이 잇따라 전력 생산 목표를 낮추고 있다. 고금리와 높은 생산 비용에 사업 규모를 줄줄이 축소한 탓이다.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계 최대 해상풍력 업체인 덴마크의 외르스테드는 최근 고금리에 불어난 비용 압박에 미국에서 두 개의 대형 프로젝트를 포기했다. 2030년 전력 생산 목표도 기존에 비해 10GW(기가와트) 이상 낮췄다. 세계 최대 신재생에너지 생산업체로 꼽히는 스웨덴의 스탯크래프트 역시 연간 신재생에너지 용량 목표치를 재검토하고 있다. 비르기테 링스타드 바르달 스탯크래프트 최고경영자(CEO)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신재생에너지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면서도 “(성장) 속도는 더 느릴 것”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도 줄어들고 있다. 포르투갈 에너지기업 EDP는 고금리와 전력가격 하락을 이유로 투자 계획을 대폭 축소했다. 스페인 에너지 업체 이베르드롤라는 지난달 “신재생에너지에 보다 ‘선택적’인 접근법을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로 80GW를 생산하겠다는 당초 목표는 파기하고 대신 전력망에 대한 투자를 늘린다는 방침이다. 작년 11월 이탈리아 업체 에넬은 오는 2025년까지의 신재생에너지 투자 금액을 당초 170억유로(약 25조원)에서 121억유로(약 18조원)로 줄인다고 밝혔다.

가장 큰 원인은 고금리에 크게 불어난 자금 조달 비용이다. 여기에 유럽 많은 국가들에서 원자재 가격은 급등한 반면 전기 가격은 떨어졌다. 일부 국가들에선 신재생에너지 설비 건설을 위한 규제 승인 과정도 지나치게 오래 걸린다는 점도 발목을 잡았다.

친환경 정책을 선도하던 유럽 국가들의 기조도 바뀌고 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지난달 ‘에너지 안보’를 내세우며 노후 가스발전소를 완전 폐쇄하는 대신 신규 가스발전소로 대체한다고 밝혔다. 세계 최초로 탄소중립을 선언한 국가인 스웨덴은 올해 정부 예산안에서 기후 변화 대응 및 친환경 정책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예산안 삭감과 함께 “2045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많은 업체들은 당초 전력 생산 설비에 투자하려던 비용을 전력망 투자에 사용하고 있다. 결국 화석 에너지에서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과정에서 전력망 업그레이드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베르드롤라는 계획된 410억유로(약 60조원)의 투자 중 약 60퍼센트를 전력망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