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4월 소매판매 예상보다 약화에 소비 침체 우려
4월 미국 소비자 지출이 예상보다 약한 것으로 나타나 미국 경제 성장을 견인해온 소비가 침체로 돌아선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미 상무부는 3월에 수정치 기준 0.6% 증가했던 소매 판매가 4월에 전월과 전혀 변동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소매 판매 정체는 4월중 휘발유 가격이 상승하면서 다른 상품에 대한 지출을 줄인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연간 기준 소매 판매는 전년 동기보다 3.0% 증가했다.

로이터와 다우존스 등이 조사한 경제학자들은 대부분 4월중 소매판매가 0.4% 증가할 것으로 예상해왔다.

연간으로 소매판매가 3.0% 증가했다는 것은 이 날 동시에 발표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4%인 것을 감안하면 소매판매가 인플레 상승분 만큼도 증가하지 않았으며 사실상 감소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자동차, 휘발유, 건축자재, 식품서비스를 제외한 핵심 소매판매는 3월에 1.0% 증가로 하향 수정된 이후 4월에 0.3% 감소로 돌아섰다. 핵심 소매 판매는 미국 국내 총생산(GDP)의 소비자 지출 구성 요소와 가장 밀접하게 일치하는 요소다.

주유소와 자동차 판매점을 제외한 소매판매는 3월보다 0.1% 감소했고, 경제학자들의 0.1% 증가 예상보다 적었다. 주유소 판매는 휘발유 가격 상승을 반영해 3월보다 3.1% 대폭 증가했다.

마켓워치와 인터뷰한 뱅크레이트의 수석 분석가인 테드 로스먼은 휘발유 가격이 인플레이션의 중요한 심리적 지표인 만큼 “여름 운전 시즌을 앞두고 휘발유 가격이 오르면 파급효과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운송 비용 증가로 공급망 비용이 높아져 상품 가격도 올라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유소 판매가 늘어난 반면 스포츠 용품, 취미, 악기, 서점, 가구점, 건강 및 개인관리용품 등 임의 분야에서 지출이 둔화됐고 전자제품 및 가전제품, 건축자재, 식품 및 음료, 의류에 대한 지출은 늘어났다.

전자상거래를 포함하는 무점포 소매업체의 매출 증가폭도 3월부터 둔화됐다. 이 카테고리는 최근 몇 달간 전체 지수를 크게 능가했다. 전년대비 온라인 판매는 여전히 7.5% 증가했다.

경제 분석국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개인 소비는 2023년 4분기에 3.3% 증가에서 2.5% 증가로 줄었다. 둔화된 속도는 주로 상품 소비가 0.4% 감소한 데 기인한다.

씨티의 경제학자인 앤드루 홀렌호스트는 "실질 상품 지출이 감소했고 이는 소비자 지출이 마침내 둔화되고 있다는 첫 번째 징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펜 뮤추얼 자산운용의 포트폴리오 관리자인 조지 치폴로니는 “소비가 대체적으로 강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소비자 경제 전반에 약세의 징후가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부유한 쇼핑객보다 금리 상승과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더 심각하게 느끼는 저소득층 소비자에게 해당된다는 설명이다.

4월 실업률이 3.9%로 상승하고 임금 증가율이 둔화되는 등 노동 시장이 냉각되기 시작한 것도 소비 지출 둔화를 부추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간 매출이 전년 대비 3% 증가한 상황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당황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레건 캐피탈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스카일러 와이낸드는 “4월 소매 판매 수치가 전월보다 감소했지만 전체적인 소비자 상태는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이 “2020년 초 이후 40조 달러(5경4,600조원)의 부를 추가했으며 소비자는 계속 지출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물가 상승과 임금 격차로 미국 중산층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로 양분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