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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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감사·컨설팅 기업 딜로이트가 10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글로벌 사업부 개편을 단행했다. 시장 침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비용을 절감하고 조직의 복잡성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딜로이트는 18일(현지시간) "2014년 이후 5개로 운영되어오던 사업부를 △감사 △전략·리스크·거래 △기술·혁신 △세무·법무 등 4개로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조직 개편에 감원이 포함될지 여부에 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이 계획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번 조직 개편으로 회사 전체의 비용이 절감될 것"이라고면서도 구체적인 절감액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딜로이트의 한 전직 파트너는 "이번 개편은 주니어급 직원들에 관한 것이 아니다"며 "가장 큰 영향은 파트너 레벨에서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파트너들이 관리직에서 제외될 것이란 설명이다. 지난해 경쟁사 EY가 산하 감사 부문과 컨설팅 부문을 분할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딜로이트는 그 가능성을 일축한 바 있다. EY는 파트너 반대 여론 등으로 결국 분할 개편에 실패했다.

이후 딜로이트가 이번에 자체 개편안을 들고 나온 것이다. 딜로이트의 글로벌 최고경영자(CEO)인 조 우쿠조글루는 "이 계획이 회사의 '복잡성'을 줄이고, 내부적으로 직원을 관리하는 대신 고객과 협력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딜로이트는 전 세계적으로 약 45만여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지난 회계연도에 딜로이트의 글로벌 매출은 15% 증가한 650억달러로, 빅4펌(딜로이트, EY, PwC, KPMG) 중 가장 큰 규모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의 가파른 성장세 이후 올해부터는 주요 시장의 어려운 경제 환경 등으로 인해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빅4펌의 새로운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컨설팅 시장은 코로나19 타격이 극심했던 2020년 이후 처음으로 올해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빅4펌은 일반적인 다국적 기업과 달리 전략을 수립하는 글로벌 법인을 통해 연결된 전 세계 파트너십 네트워크로 운영된다. 글로벌 사업은 현지 회원사가 지불하는 수수료로 자금을 조달한다. 이처럼 복잡한 구조로 인해 파트너들이 영향력 경쟁을 벌이기 때문에 조직 개편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FT는 지적했다.

이번 개편안은 감사 부문의 독립성은 유지한 채 세무·법무 부서를 포함하는 자문 사업 부문을 4개에서 3개로 축소하는 게 핵심이다. 컨설팅, 재무 자문, 리스크 자문 부서가 △전략·리스크·거래 △기술·혁신이라는 두 개의 신설 사업부로 통폐합되면서다. 전자는 딜메이킹 가뭄 속에서 기업들의 인수합병(M&A) 자문 서비스를 담당하게 된다. 기술·혁신 부서는 엔지니어링, 인공 지능(AI), 데이터, 사이버를 포함한 디지털 혁신 서비스를 통합하는 부서다.

FT는 "EY의 해체 계획은 파트너들이 세무 업무를 두 부문으로 나누는 방식에 합의하지 못한 탓에 무산됐었다"며 "딜로이트가 감사 사업과 컨설팅 사업을 나란히 유지하는 방안에서 이익을 창출하려고 함에 따라 세무·법무는 새로운 구조 내에서도 독립형 비즈니스로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회원사들은 이르면 6월부터 조직 개편에 착수한다. 새 조직 구조는 2025년 6월까지 완비될 예정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