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이후 미국 증시를 이끈 기술 대형주 ‘매그니피센트7’(M7)의 동반 상승세가 주춤해진 가운데 ‘일렉트릭11’(E11)이 시장 주도주로 급부상할 것이란 월가 전망이 나왔다. 미국 투자자문사 에버코어ISI는 기존 M7에 들어 있던 알파벳, 아마존, 메타 등 대형 기술주를 포함해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등 플랫폼 기업 등 11개 종목으로 구성된 E11을 차기 유망주로 지목하며 “이들이 M7의 왕좌를 빼앗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M7’ 동반 상승 끝나

'M7'보다 더 센 놈들이 온다…'E11' 급부상
12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마크 마하니 에버코어ISI 수석테크애널리스트가 최근 투자자 메모에서 “일렉트릭11이 매그니피센트7을 대신할 수 있다”고 했다. 대형 기술주인 알파벳, 아마존, 메타를 비롯해 플랫폼 기업인 넷플릭스(영화·드라마), 스포티파이(음악), 에어비앤비(숙박), 부킹홀딩스(여행), 도어대시(음식 배달), 쇼피파이(전자상거래), 더트레이드데스크(광고), 우버(모빌리티) 등 11개 기업이 해당한다. 그는 “(이들 기업이 속한) 전체 시장 크기, 경영 품질, 제품 혁신, 가치 제안,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기준으로 11개 종목을 꼽았다”며 “향후 몇 년 동안 좋은 성과를 거둘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고 밝혔다.

마하니 애널리스트는 “M7 종목이 모두 상승하는 장세는 끝났다”고 지적했다. 중국 시장 부진으로 기업 실적이 하락한 애플과 테슬라 때문이다. 애플은 중국 아이폰 판매량이 급감하는 추세고, 테슬라는 중국 전기자동차 시장의 저가 공세 압박을 받고 있다. 애플 주가는 올 들어 12일까지 6.6%, 테슬라 주가는 28.5% 떨어졌다.

마하니는 M7 중 아마존, 알파벳, 메타를 일렉트릭11에 넣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메타에 대해 투자의견을 낸 74곳 투자회사 중 86.5%(64곳)가 ‘매수’ 의견을 냈다. 골드만삭스는 아마존에 대해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아마존이 올해 미국 전자상거래 매출의 38.7%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하면서 “지난해(37.7%)보다 점유율이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용 절감 노력에 힘입어 작년 북미와 해외시장에서 매출이 늘어난 것과 아마존웹서비스 매출이 증가한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알파벳은 생성형 인공지능(AI) 부문에서 경쟁하는 마이크로소프트(MS)보다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아 투자 매력이 높다는 평가다. 알파벳의 12개월 선행 PER은 20.1배로 약 37배인 MS의 절반 수준이다. 아마존과 메타는 올해 각각 16.9%, 44.3% 상승했지만 알파벳 주가는 거의 변동이 없었다.

○“장악력 높은 플랫폼 기업 유망”

마하니 애널리스트는 시장 지배력이 높은 플랫폼 기업 성장성에 주목했다. 항공·숙박 예약 사이트 ‘부킹닷컴’ 운영사인 부킹홀딩스는 지난달 실적 발표에서 시장 기대보다 낮은 1분기 실적 전망치를 발표하며 주가가 소폭 하락했지만,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에런 케슬러 시포트리서치 애널리스트는 “부킹닷컴은 강력한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더 많은 트래픽을 유도해 이익을 키웠다”며 “올해와 내년 예약 건수는 각각 전년 대비 10%, 9%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부킹홀딩스의 PER은 약 20배, 올 들어 주가 상승률은 0.5%에 불과하다.

숙박 예약 플랫폼 에어비앤비에 대한 주가 전망도 긍정적이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 늘었고, 예약 금액은 15% 증가했다. 여행 성수기인 봄·여름을 앞두고 있어 실적 성장이 기대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차량 공유 플랫폼 우버는 올 들어 12일까지 주가가 34.1% 상승했다. 작년에 처음 연간 흑자를 올린 이후 지난달 700만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선언한 영향이 주가에 반영됐다. 이를 두고 시장은 우버가 수익 창출에 집중한다는 신호로 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지난달 우버의 목표주가를 78달러에서 91달러로 대폭 높였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