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화하는 전기차 수요에…리튬·니켈 가격도 곤두박질 [원자재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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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니켈 가격 1년새 급락
전기차 수요 둔화에 직격타
대형 프로젝트도 줄줄이 중단 전기차 배터리 원료로 쓰이는 리튬과 니켈 가격이 1년 새 곤두박질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기차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리튬과 니켈을 채굴하는 대형 광산업체들도 대규모 프로젝트를 연달아 취소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료인 니켈과 리튬 가격이 1년 새 급격히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중국에서 전기차 수요가 감소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리튬과 니켈은 전기차 리튬이온 배터리의 핵심 원료다. 이달 들어 중국 상하이선물거래소(SHFE)에서 탄산리튬 가격은 t당 9만 7500위안(약 1809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2월 40만위안 수준을 웃돌던 가격이 1년 새 약 80%가량 하락했다. 니켈 가격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지난 18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니켈 가격은 t당 1만 637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1년 전 2만 4554달러에서 반토막 났다. 니켈과 리튬 가격이 하락한 배경엔 전기차 수요 둔화가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배터리 수요도 줄어들었다. 비싼 가격, 부족한 전기차 충전소 등이 수요 감소에 영향을 끼쳤다.
완성차업체들은 전기차 투자를 축소하고 있다.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등은 전기차 투자를 연기했고, 영국 전기차 스타트업 어라이벌은 지난달 30일 나스닥에서 상장폐지를 신청한 뒤 파산 절차를 밟고 있다.
광산업체들도 연달아 대형 프로젝트를 중단한 상태다. 세계 최대 리튬 생산 및 가공업체인 미국의 알버말은 13억달러를 투입한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대규모의 리튬 공장 신축 계획을 지난달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투자 결정을 발표한 지 1년 만이다. 알버말은 당초 올해 안에 공장을 착공해 연 240만대의 전기차에 공급할 수 있는 리튬을 생산할 계획이었다.
켄트 마스터스 알버말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투자 서한에서 “현재 가격 수준에서 이러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경제적 기반이 없다”며 "공장 건설에 필요한 허가증은 발급받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위스 광산업체인 글렌코어는 지난주에 프랑스령 뉴칼레도니아의 코니 암보 니켈 광산과 가공 공장의 수익성이 낮다며 6개월 동안 생산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코니 암보 광산은 전 세계 니켈의 6% 이상을 공급한다. 코니 암보 광산 지분 49%를 보유한 글렌코어는 비싼 운영 비용과 니켈 시장 위축으로 인해 이를 매각할 방침이다.
세계 최대 광산기업인 호주의 BHP도 호주 내 니켈 사업을 당분간 중단해야 할 수 있다며 시장이 빨리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BHP는 테슬라와 포드에 니켈을 공급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호주 광산업체들이 연달아 광산을 폐쇄하며 니켈 공급량이 20%가량 감소했고, 앞으로 추가 감산 가능성도 커지는 모양새다.
미국 및 유럽연합(EU) 등에선 이러한 상황이 원자재 다각화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네시아에 쏠려있던 원자재 공급망을 다각화하려는 시도가 수요 둔화로 인해 물거품이 될 것이란 우려다.
일각에서는 전기차 핵심 광물 가격이 반등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대규모 프로젝트는 중단됐지만, 전기차 수요가 다시 살아나면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치솟을 것이란 주장이다. 브라질 광산업체 시그마 리튬의 아나 카브랄 CEO는 "공정비용 감소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당장의 수익이 줄어들어도 생산량을 유지하게 되면 꾸준히 수익은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전기차 수요 둔화에 직격타
대형 프로젝트도 줄줄이 중단 전기차 배터리 원료로 쓰이는 리튬과 니켈 가격이 1년 새 곤두박질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기차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리튬과 니켈을 채굴하는 대형 광산업체들도 대규모 프로젝트를 연달아 취소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료인 니켈과 리튬 가격이 1년 새 급격히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중국에서 전기차 수요가 감소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리튬과 니켈은 전기차 리튬이온 배터리의 핵심 원료다. 이달 들어 중국 상하이선물거래소(SHFE)에서 탄산리튬 가격은 t당 9만 7500위안(약 1809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2월 40만위안 수준을 웃돌던 가격이 1년 새 약 80%가량 하락했다. 니켈 가격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지난 18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니켈 가격은 t당 1만 637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1년 전 2만 4554달러에서 반토막 났다. 니켈과 리튬 가격이 하락한 배경엔 전기차 수요 둔화가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배터리 수요도 줄어들었다. 비싼 가격, 부족한 전기차 충전소 등이 수요 감소에 영향을 끼쳤다.
완성차업체들은 전기차 투자를 축소하고 있다.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등은 전기차 투자를 연기했고, 영국 전기차 스타트업 어라이벌은 지난달 30일 나스닥에서 상장폐지를 신청한 뒤 파산 절차를 밟고 있다.
광산업체들도 연달아 대형 프로젝트를 중단한 상태다. 세계 최대 리튬 생산 및 가공업체인 미국의 알버말은 13억달러를 투입한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대규모의 리튬 공장 신축 계획을 지난달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투자 결정을 발표한 지 1년 만이다. 알버말은 당초 올해 안에 공장을 착공해 연 240만대의 전기차에 공급할 수 있는 리튬을 생산할 계획이었다.
켄트 마스터스 알버말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투자 서한에서 “현재 가격 수준에서 이러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경제적 기반이 없다”며 "공장 건설에 필요한 허가증은 발급받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위스 광산업체인 글렌코어는 지난주에 프랑스령 뉴칼레도니아의 코니 암보 니켈 광산과 가공 공장의 수익성이 낮다며 6개월 동안 생산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코니 암보 광산은 전 세계 니켈의 6% 이상을 공급한다. 코니 암보 광산 지분 49%를 보유한 글렌코어는 비싼 운영 비용과 니켈 시장 위축으로 인해 이를 매각할 방침이다.
세계 최대 광산기업인 호주의 BHP도 호주 내 니켈 사업을 당분간 중단해야 할 수 있다며 시장이 빨리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BHP는 테슬라와 포드에 니켈을 공급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호주 광산업체들이 연달아 광산을 폐쇄하며 니켈 공급량이 20%가량 감소했고, 앞으로 추가 감산 가능성도 커지는 모양새다.
미국 및 유럽연합(EU) 등에선 이러한 상황이 원자재 다각화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네시아에 쏠려있던 원자재 공급망을 다각화하려는 시도가 수요 둔화로 인해 물거품이 될 것이란 우려다.
일각에서는 전기차 핵심 광물 가격이 반등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대규모 프로젝트는 중단됐지만, 전기차 수요가 다시 살아나면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치솟을 것이란 주장이다. 브라질 광산업체 시그마 리튬의 아나 카브랄 CEO는 "공정비용 감소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당장의 수익이 줄어들어도 생산량을 유지하게 되면 꾸준히 수익은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