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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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의 제왕' 다이아몬드가 실험실에서 제조된 랩그로운 다이아몬드의 공급량 증가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의 개성을 살린 유색 보석 시장이 뜨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현지시간) "광업 및 소매업 부문의 경영진들은 독특하고 맞춤화된 보석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도 증가, 신뢰할 수 있고 책임감 있는 공급업체의 증가 등으로 인해 2030년까지 유색 보석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케이트 미들턴 영국 왕세자비 등 유명 인사들이 루비 에메랄드 사파이어 등의 사용을 늘리면서 유색 보석이 다이아몬드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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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주얼리 소매업체 앙가라의 앵커 다가 최고경영자(CEO)는 "소비자의 선호도가 크게 바뀌었다"며 "(다이아몬드 같은) 완벽함을 추구하던 흐름에서 개성적이고 창의적인 보석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이아몬드를 자산으로 생각하던 사람들조차 유색 보석에 대한 투자를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실험실에서 제조되는 인조 다이아몬드 생산량의 급증으로 다이아몬드의 가치가 퇴색됨에 따라 인플레이션 헷지 수단 혹은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의 성질을 잃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색 보석은 각 원석의 고유성 때문에 벤치마크 가격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FT는 다만 "유색 보석은 수요 급증으로 인해 다이아몬드 가격의 하락세를 거스르면서 그 가격이 글로벌 시장에서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 최대 유색 보석 채굴기업인 젬필즈는 최근 잠비아의 에메랄드 광산 생산량을 연간 3000만캐럿 이상으로 3배 늘렸다. 글로벌 수요 급증세를 충족하기 위해서다. 젬필즈는 "2023년 해당 자산의 매출이 (전년 대비) 8배 폭증한 9000만달러에 이를 전망"이라고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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젬필즈가 작년 12월 태국 방콕에서 진행한 경매에서는 루비 매출이 2022년 대비 소폭 증가한 6950만달러로 집계됐다. 특히 주목할 점은 루비의 캐럿당 평균 가치가 1년 전 154달러에서 290달러로 치솟았다는 점이다. 다가 CEO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사파이어의 도매 구매 가격이 2020년 이후 매년 평균 12%씩 오르고 있고, 에메랄드와 루비도 연간 각각 13%, 17%씩 상승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젬필즈의 션 길버트슨 CEO는 "유색 보석의 가격 오름세는 최근 (다이아몬드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원자재들의 가격 하락세를 거스른다"며 "가격이 급격히 상승한 몇 안되는 광물 자원 중 하나"라고 했다. 두바이에 본사를 둔 보석 채굴 기업인 푸라젬스의 데브 셰티 CEO는 "2012년 20억달러였던 유색 보석 시장 규모가 2030년에는 50억달러로 커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천연 다이아몬드 시장 규모가 2012년 이후 150억달러 내외에서 정체돼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