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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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역대급 고금리 차환 압력이 놓였다. 자칫하다간 상업용 부동산 디폴트(채무불이행)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만기가 도래한 오피스빌딩과 호텔 등 상업용 부동산 대출 규모가 5410억달러(약 726조원)에 달했다고 미국 부동산정보 제공업체 트렙(Trepp)을 인용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간 기준 역대 최대치다.

트렙은 상업용 부동산 만기 대출금이 계속 증가해 현재부터 2027년 말까지 2조2000억달러(약 2960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와 2022년 많은 상업용 부동산 소유자들은 대출을 1~2년 연장했다. 추가 연장이 불가능하면 재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많은 상업용 부동산 소유주들은 높은 공실률과 악화한 현금 흐름 속에 고금리 충격을 맞닥뜨리게 된다는 얘기다.

DBRS 모닝스타의 그웬 루시 수석 부사장은 "차입자들은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고 있다"며 "하지만 언젠가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금을 함께 상환하는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대부분의 상업용 주택담보대출은 이자만 갚는 구조다. 이에 따라 대출 만기 때 차환하거나 원리금을 갚아야 한다.

하지만 재택근무와 하이브리드 근무 등이 보편화되면서 공실률이 높아졌다. 소유주들은 임대료를 올리거나 변동금리의 부채를 상환하기 더 어려워진 것이다.

결국 현실과 마주한 부동산 소유주들이 한층 높아진 금리로 차환하게 되면서 디폴트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WSJ는 진단했다.

금융권 역시 타격을 입게 될 전망이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유가증권으로 전환된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연체율이 2024년 4.5%에 달하고, 2025년엔 4.9%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작년 11월 2.25%의 두 배 이상이다.

미 금융 당국은 상업용 부동산 손실이 광범위한 금융 시스템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신설된 미 금융안정감독위원회(FSOC)는 작년 보고서에서 "재정적으로 부실한 부동산의 매각은 가치 평가의 폭넓은 하락세로 이어질 수 있으며, 지방자치단체의 세수도 줄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