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깎는 혁신 없인 10년 내 문닫는다"…감원 고심하는 CEO들
전 세계 최고경영자(CEO)들이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자신이 운영하는 기업의 존폐를 결정지을 핵심 변수로 인식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생성 AI가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최소 5%의 직원을 해고하는 등 뼈를 깎는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ABC방송 등에 따르면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지난해 10월 2일~11월 10일 전 세계 105개국에서 활동하는 CEO 4702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1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날은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 개막일이기도 하다. 생성 AI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다보스포럼의 주요 의제로 올라 있다.

응답자 45%가 “‘재창조’에 준하는 혁신 없이는 향후 10년 내로 회사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며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1년 전 39%에서 6%포인트 올랐다.

각종 규제와 노동자들의 숙련도 부족 등이 혁신을 가로막는 요소로 지적됐다. 노동 숙련도는 특히 전 산업에서 생성 AI 도입 속도가 가속화하고 있는 것과 맞물려 있다. 응답자 69%는 “직원들이 발전하는 (AI 관련)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뼈 깎는 혁신 없인 10년 내 문닫는다"…감원 고심하는 CEO들
구체적인 감원 전망도 나왔다. 응답자 25%는 산업 현장에 생성 AI가 도입되면서 올해 최소 5%의 감원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보험, 은행·자본시장, 사업서비스, 통신 등 업종에서 평균 이상의 감원 예상 비율이 나왔다. 엔지니어링·건설, 광업, 기술, 헬스케어, 부동산 등은 그 비율이 비교적 낮았다.

생성 AI는 전 세계 산업 현장에 빠른 속도로 침투하면서 기업 환경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있다. 응답자 75%는 생성 AI가 “3년 내로 기업 환경을 크게 바꿀 것”이란 예측을 내놨다. 32%가 “지난 1년 동안 사업 운영 전반에 걸쳐 생성 AI를 채택했다”고 했고, 58%는 이를 통해 “제품과 서비스의 질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46%는 생성 AI가 “향후 1년 내로 (기업의) 수익성을 향상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생성 AI 관련 위험 요인으로는 사이버 안보 위협과 허위 정보 확산, 편향적 정보 양산 등이 꼽혔다.

이는 최근 골드만삭스의 조사 결과와도 부합한다. 이 투자은행(IB)은 AI 혁신으로 미국과 유로존에서의 기업 활동 약 25%가 자동화하면서 ‘생산성 붐’이 일어났고, 이를 통해 앞으로 10년간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7%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밥 모리츠 PwC 회장은 “비즈니스 리더들은 점점 더 거시경제적 도전 요소보다는 산업 내 파괴적인 규모의 힘에 주목하고 있다”며 “올해는 변화의 해이며, 생성 AI의 도입 가속화든, 기후 변화가 불러올 도전과 기회를 다루기 위한 사업 구조의 구축이든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뼈 깎는 혁신 없인 10년 내 문닫는다"…감원 고심하는 CEO들
세계 경제 전반에 대한 진단은 한층 긍정적으로 변화했다. “올해 세계 경제 상황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 비율은 38%로, 1년 전 18%에서 두 배 넘게 올랐다. 경기 침체를 예상한 비율은 지난해 사상 최고치였던 73%에서 45%까지 큰 폭으로 떨어졌다. 다만 앞으로 1년간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냐는 질문엔 37%만 ‘그렇다’고 답했다. 지난해 42%에서 후퇴한 것이다.

“인플레이션 위험에 ‘아주 많이’ 노출돼 있다”고 답한 비율은 25%에도 못 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이 수치는 40%에 달했던 바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이르면 올해 봄부터 정책 금리 인하에 나설 거란 기대감이 번지면서 “최악의 고물가 시대는 지나갔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인플레이션 우려는 아시아와 북미 지역에서 비교적 낮았고, 아프리카 지역에선 높았다. 인플레이션과 이에 따른 거시 경제 변동성 증가로 인한 불확실성은 사이버 안보 위협과 지정학 리스크, 기후 변화 등 다른 요인보다 여전히 상위 우려 요소로 지목됐다.

응답자 75% 이상이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개혁 작업에 착수했거나 마무리했다고 답했다. 기후 변화 관련 위험을 재무 계획에 반영했다고 답한 비율은 45%에 그쳤다. 31%는 기후 위험을 계산에 넣을 계획 자체가 없다고 밝혔다. CEO 10명 중 4명은 기후 친화적 투자로 인해 수익률이 하락하는 경험을 했다고 알렸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