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에서 투자로…비트코인 탄생 15년 만에 금융자산으로 인정
미국에서 11일(현지시간)부터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을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게 됐다. 2009년 1월 비트코인이 처음 세상에 나온 지 15년 만에 제도권 금융에 완전히 편입됐다는 평가다.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10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오늘 위원회는 다수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상품(ETP)의 상장 및 거래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ETP는 ETF를 포괄하는 상위 개념으로 추적하는 지수 혹은 자산에 따라 상장지수채권(ETN), 상장지수상품(ETC) 등도 포함한다.

이날 SEC 승인을 받은 상품은 블랙록, 발키리, 프랭클린, 비트와이즈, 피델리티, 해쉬덱스, 아크 인베스트, 그레이스 케일, 위스텀트리, 반에크, 인베스코 갤럭시 등에서 만든 것이다.

이미 시장에선 6개의 비트코인 선물 ETF가 나와 있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실제 가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현물 ETF 출시를 기다려왔다. 반면 SEC는 비트코인 ETF가 출시될 경우 사기 및 가격 조작 등에 투자자들이 노출될 수 있다는 이유로 승인을 거부해왔다.

2022년 미국 연방항소법원의 판결이 전환점이 됐다. 비트코인 발행업체인 그레이스케일이 2021년 자사가 운용하는 비트코인 펀드(GBTC)를 ETF로 전환하겠다며 SEC에 상장 신청서를 냈으나, SEC는 2022년 6월 이를 반려했다. 그레이스케일은 이에 소송을 제기했고, 같은 해 8월 연방항소법원은 SEC에 그레이스케일이 신청한 비트코인 ETF의 상장 여부를 재심사하라고 결정했다.

겐슬러 위원장은 이날 “지난해 그레이스케일에 유리한 법원 판결이 이러한 변화(ETP 승인)를 강제했다”며 “앞으로 가장 지속 가능한 길은 비트코인 현물 ETP의 상장 및 거래를 승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비트코인ETF가 상장되면 2025년까지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이 20만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올해 비트코인ETF에 500억~1000억달러가 유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박신영 특파원/조미현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