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옥수수 가격 폭등에…재배 늘린 농가, '반토막'에 울상 [원자재 포커스]
지나해 옥수수 10년만에 최고가콘벨트 경작지 늘었는데
올해 브라질 라니냐·우크라 전쟁 등 공급 악재 일부 해소
내년 옥수수 최대수출국 브라질 작황 악화로 반등할 수도

지난해 2012년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던 옥수수 가격이 1년만에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미국과 브라질에서 옥수수 생산량이 늘어난 반면 동물 사료 수요가 감소한 영향이다. 지난해처럼 높은 이익을 기대하고 생산량을 늘린 옥수수 농가는 울상을 짓고 있다.

4일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옥수수 선물은 1부셸(곡물 무게 단위·약 27.21㎏)당 4.57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2020년 12월 이후 3년만에 최저가다. 옥수수 가격은 지난해 4월 부셸 당 8.14달러로 2012년 이후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하락세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옥수수 선물 가격 추이. 트레이딩이코노믹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옥수수 선물 가격 추이.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이는 지난해 급등한 옥수수 가격을 보고 미국·브라질 등 농가에서 생산량을 늘린 여파다. 지난달 9일 미국 농무부는 미국 미주리주, 켄터키주 등 중서부 '옥수수 벨트'에서 옥수수 생산 면적이 전년대비 600만에이커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곡물 가격 급등의 진원이었던 우크라이나·브라질 상황도 올해 개선됐다. 세계 최대 곡물 수출국인 우크라이나가 작년 2월 러시아의 침공을 받으며 옥수수와 밀 등 곡물 가격이 치솟았다. 중남미에서는 라니냐가 가뭄을 일으키며 수확량에 타격을 줬다. 그러나 지난 7월부터 우크라이나가 흑해 항구를 통한 곡물 수출을 재개했다. 브라질도 올해 풍작을 거뒀다. 브라질 국영농업회사인 코나비가 지난 8월 2022~2023년 브라질 곡물생산량이 전년 대비 17% 늘어난 3억2006만t으로 전망했다.

옥수수 공급이 늘어난 반면 수요는 정체됐다. 옥수수는 사람이 먹거나, 동물 사료로 쓰이거나 '바이오에탄올'이라고 불리는 연료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이 중 사료로 쓰이는 옥수수 수요가 작년보다 감소했다. 미국 남서부를 덮친 가뭄으로 소 목장주들이 사육 두수를 줄이면서다. 분석가들은 중국 역시 경제성장 둔화로 돼지 사육수두를 줄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밀 가격 급락 역시 옥수수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동물 사료는 여러 재료를 혼합해 만들어지는데, 밀도 그 중 하나다. 밀 가격이 내리면 사료에서 밀 비중을 늘리고 옥수수 비중을 줄이기 때문에 옥수수 수요는 줄어든다. 지난해 3월 부셸당 11.77달러였던 밀 가격은 4일 5.77달러로 절반 넘게 하락했다.

마이클 마그도비치 라보뱅크 수석 원자재분석가는 "경작지 증가로 공급은 급격히 증가했지만 수요는 여전히 부진한 상태"라며 "평균적인 미국 농부들은 현재 옥수수를 팔면 적자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내년에는 브라질 작황이 악화해 옥수수 가격이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달 17일 농업전문매체 팜프로그레스에 따르면 브라질 곡물 최대 생산지인 중서부 마토그로소주에서는 가뭄과 더위의 영향으로 옥수수를 다시 심는 재식재 작업이 늦춰지고 있다. 마토그로소주 한 지역에서는 43일 연속 비가 안 내려 콩밭이 시들기도 했다.

반면 브라질 남부 산카타카리나, 파라나 주 등에서는 11월 열흘 간 폭우가 내려 작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