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적극 나서는 가운데 대형 로펌들도 이 같은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종이와 일회용품 사용을 대폭 줄이는 등 일상적인 업무 방식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8일 로펌업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태평양은 2020년 서울 공평동 센트로폴리스 건물로 본사를 옮기면서 종이 사용을 최소화하는 ‘페이퍼리스’ 제도를 도입했다. 판결문과 송무·자문 기록 등 대량의 법률문서를 전자화하고 이 문서를 PC와 노트북, 휴대폰 등 전자기기로 주고받을 것을 임직원들에게 권고했다. 태평양은 이를 통해 2019년 870만8000매(4354박스)이던 출력·복사용 A4용지 구매량을 지난해 478만 매(1912박스)로 대폭 줄였다.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광장, 화우, 바른 등도 비슷한 시기 이 같은 내용의 페이퍼리스 제도를 시작해 활발히 운영하고 있다. 광장은 지난해부터 임직원 전원에게 업무 기록(타임시트)을 전자 방식으로 기재하도록 했다.

사내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려는 움직임도 잇따른다. 화우는 불필요한 쓰레기 발생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사내에 무라벨 생수만 비치하고 있다. 빨대가 필요 없는 컵 뚜껑인 ‘드링킹 리드’ 사용도 적극 독려한다. 고객용 세면도구도 일회용 플라스틱 칫솔에서 대나무 칫솔과 씹는 치약으로 바꿨다. 세종은 오종한 대표변호사가 유튜브 ‘일회용품 제로 챌린지’ 영상에 출연하는 등 일회용품 감축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임직원들의 ESG 경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아이디어 발굴도 활발하다. 율촌은 올초 사내 공모전을 열어 78명의 사원으로부터 ESG 경영을 실천하기 위한 아이디어 157건을 모았다. 이 중 계단 오르기와 텀블러 사용 등 각종 캠페인을 채택했다. 지평도 2015년 환경실천소모임을 구성해 폐건전지 비치함 설치, 플리마켓(벼룩시장) 운영 등 다양한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윤용희 율촌 ESG연구소 변호사는 “글로벌 로펌과 고객이 국내 로펌을 선정할 때 ESG 실천 여부를 고려하는 만큼 로펌들도 신경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