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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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결제은행(BIS)가 헤지펀드 운용사들의 과도한 차입 거래가 미국 국채 시장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놨다. 최근 미국 중앙은행(Fed)과 국제 금융안정위원회(FSB) 등을 중심으로 비슷한 경고가 계속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은 18일(현지시간) 발표한 분기 보고서에서 "헤지펀드들의 레버리지(차입) 베이시스 거래가 폭증하고 있다"며 "이는 25조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 시장을 뒤흔들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베이시스 거래는 현물과 선물 가격 차이를 이용한 투자로, 현물을 매도(매수)하고 동시에 선물을 매수(매도)하는 전략이다.

헤지펀드 운용사들은 수익 극대화를 위해 환매조건부채권(RP)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등 차입을 활용해 베이시스 거래에 뛰어든다. 이들은 최근 미국 정부의 재정 건전성에 대해 부정적으로 전망하면서 현물 시장에서 매수 포지션을, 선물 시장에서 매도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거래 방식은 차입 규모만큼 위험성이 늘어나 시장 변동성 국면에서 대규모 손실을 입곤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가 불어닥쳤던 2020년 3월에도 미 국채 시장에 대규모 혼란이 발생한 바 있다. 국제결제은행은 "현재 미국 국채 선물 시장에서 차입을 통한 매도 포지션이 쌓이는 것은 잠재적으로 '마진 스파이럴(증거금 추가 납입을 요청하는 마진콜이 연쇄적으로 터지는 사태)'을 초래해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혼란을 유발할 수 있다"며 "이는 면밀히 주시해야 하는 금융 취약점"이라고 지적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7일(현지시간) 미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이라며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이 정책의 최우선 순위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EPA연합뉴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7일(현지시간) 미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이라며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이 정책의 최우선 순위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EPA연합뉴스
실제로 자산운용사들의 미 국채 시장 베팅 규모는 최근 급격히 늘어났다. 미 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SIFMA)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미 국채 시장의 손바뀜 규모는 하루 평균 7500억달러에 달했다. 국제결제은행은 현재 미 국채 선물 매도 포지션 규모를 6000억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최근 "미 국채 시장이 헤지펀드 운용사들의 도박장이 되고 있다"는 경고는 도처에서 계속되고 있다. Fed 이코노미스트들은 지난달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와 재무부의 자료를 토대로 "헤지펀드들의 국채 베이시스 거래 노출(익스포저)이 대규모로 이어지면 금융안정성이 흔들릴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세계 각국의 재무부 장관, 중앙은행 총재, 규제 당국자 등으로 구성된 금융안정위원회(FSB)도 이달 초 "합성 레버리지(파생상품으로 만든 부채) 투자 비중이 높은 헤지펀드 운용사 등 비은행기관들이 시장 불안정의 잠재적 원인이 될 수 있다"며 비슷한 우려를 내놨다. 도이체방크의 한 전략가는 "과도한 차입을 일으킨 헤지펀드가 미국 국채 선물을 매도하는 규모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며 "이 정도로 막대한 포지션을 어떻게 되돌릴 수 있을지 시장의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