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힐러리' 美 상륙…곡물값 또 오를라 '긴장' [원자재 포커스]
“생명 위협하기에 충분한 폭우” 우려
“최대 2조7000억원 피해” 전망까지


이번 주 글로벌 원자재 시장의 눈은 미국 캘리포니아를 덮친 허리케인 ‘힐러리(Hilary)’의 파급력에 쏠려 있다. 태풍의 세력 자체는 약해졌지만, 일부 지역에선 인명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홍수가 예상돼 농작물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국립허리케인센터(NHC)는 힐러리가 20일(현지시간) 오전 8시께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남동쪽으로부터 약 350㎞ 떨어진 지점에 상륙했다고 밝혔다. 지난 18일 시속 145마일(233㎞)에 달했던 최고 풍속은 현재 시속 70마일(110㎞)로 줄어들어 ‘열대성 폭풍’으로 약화했다.

그러나 기후 예보관들은 힐러리가 “미 남서부의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재앙적이고, 생명을 위협하는’ 홍수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를 일제히 쏟아내고 있다. 국립기상청(NWS) 샌디에이고 지부의 엘리자베스 애덤스는 “이날 오전부터 오후까지 캘리포니아 남부의 산과 사막에 시간당 3인치(76.2㎜)의 비가 내릴 수 있다”고 예고했다. 통상 강수량이 시간당 30㎜를 넘으면 폭우로 여겨진다.
허리케인 '힐러리' 美 상륙…곡물값 또 오를라 '긴장' [원자재 포커스]
상당한 위력의 열대성 폭풍이 캘리포니아를 강타하는 건 84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휴양지인 산타카탈리나섬에 대피 명령을 내렸다. 힐러리가 이미 휩쓸고 지나온 멕시코의 바하 칼리포르니아 반도 동부 해안에서 사람 한 명이 탄 자동차 한 대가 익사한 것으로 알려지며 경계심이 더해졌다.

재난 모델링 전문업체 ‘엔키 리서치’의 첫 왓슨 연구원은 최악의 상황에서 힐러리가 “10억~20억달러(약 1조3000억~2조7000억원)의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추정했다. 민간 기상예보업체 아큐웨더의 빌 디거 기상학자는 “생명을 위협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비”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기상 예보관들이 “일부 지역에서 힐러리는 일 년 치 비를 하루에 몰아 뿌릴” 가능성도 언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허리케인 '힐러리' 美 상륙…곡물값 또 오를라 '긴장' [원자재 포커스]
현지 언론들은 힐러리로 인해 캘리포니아 농업의 중심지인 ‘센트럴밸리’를 중심으로 농작물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이곳은 미국 전체 농작물 생산량의 8%, 과일‧견과류 생산량의 40%를 공급하는 지역이다. 통상 8월쯤에는 건조한 날씨가 유지되며 수확이 시작된다. 이 때문에 허리케인으로 인한 갑작스러운 홍수에 대비가 부실했을 거란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반려견이 차에 치이기 직전인 상황을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는 것과 같다”며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포도, 아몬드, 시금치, 토마토, 피스타치오, 옥수수, 브로콜리, 당근, 고구마 등 다양한 농작물이 영향권에 놓여 있다고 보고 있다. 아직 힐러리가 북상하는 중에 있는 만큼 미국 내 직접적인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치즈(3.10%), 오렌지주스(3.01%), 옥수수(1.37%), 유채씨(1.33%), 대두(1.30%) 등 곡물 선물 가격은 일제히 오름세를 나타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