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사진)가 설립한 우주개발 스타트업 스페이스X가 올해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스페이스X는 최근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지만, 미 항공우주국(NASA)과의 독점 계약을 체결하며 수익성을 개선했다는 평가다.

정상 궤도에 오른 머스크의 스페이스X, 2년 만에 흑자 전환 성공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페이스X의 올해 1분기 매출은 15억달러를 기록했고, 순이익은 5500만달러로 집계했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페이스X의 예비 실적 자료를 인용하면서 이러한 사실을 공개했다. 스페이스X 실적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스페이스X는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뒤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총비용은 약 52억달러로 전년 대비 19억달러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은 46억달러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하며 적자 폭이 2021년 9억 6800만달러에서 지난해 5억 5900만달러로 감소했다.

WSJ은 "스페이스X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복잡한 기술을 갖춘 로켓에 천문학적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며 "제품과 인프라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경쟁사를 압도하려는 정보기술(IT) 업체의 전략과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로켓 발사 기술이 복잡한 탓에 비용이 불어났지만 올 들어 수익성이 개선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사와의 독점적인 계약도 수익 개선의 요인으로 꼽힌다. 국제우주정거장(ISS)을 오가는 우주비행사를 실어 나를 곳으로 스페이스X를 낙점했다. 스페이스X 외에는 대안이 없어서다.

팰컨 로켓 발사 비용이 인상되고 경쟁사의 신규 발사체 출시가 지연되며 스페이스X 실적에 호재로 작용했다. 지난해 스페이스X는 팰컨9와 팰컨 헤비 발사 최저가격을 약 8% 인상했다. 팰컨9 발사 비용은 6200만~6700달러, 팰컨 헤비 발사 비용은 9000만~9700만달러까지 인상됐다.

위성 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 가격도 인상됐다. 스페이스X는 지난 2월 주거용 가입자의 스타링크 사용료를 월 120달러로 종전 대비 9% 올렸다. 2년 연속 서비스 비용을 올린 것이다. 다만 인터넷 사용량을 초과한 가입자의 경우 사용료를 월 110달러에서 90달러로 인하했다. 고객 유출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상 궤도에 오른 머스크의 스페이스X, 2년 만에 흑자 전환 성공
2002년에 머스크 테슬라 CEO가 설립한 스페이스X는 20여년 간 빠른 성장 속도를 보였다. 지난 6월 내부 주식 거래 과정에서 유출된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 1500억달러에 육박했다. 디즈니와 인텔에 맞먹는 수준이다. 다만 스페이스X는 비상장사인 탓에 실적이 공식적으로 공개된 바 없다.

WSJ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2021년과 2022년에 재산 및 장비에 총 54억달러를 지출했다. 지난해 차세대 우주선 스타십 개발 등 연구개발(R&D) 비용은 13억달러로 1년 전에 비해 1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텍사스 오스틴 인근의 신규 공장 건설과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에 대한 투자도 늘어났다.

스페이스X는 2021년에 5억 2400만달러를 들여 우주 인터넷 스타트업 스웜 테크놀리지스 인수했다. 실적 자료에 따르면 거래 대금의 대부분을 주식으로 지불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21년부터 2년 동안 총 3억7300만달러 규모의 비트코인을 매도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