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안 급습에 일감 마른 글로벌컨설팅社 "2025년까지 신입채용 없다"
미국 컨설팅 회사들이 중국 내 신규 채용을 연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공안 당국이 자국 내 글로벌 컨설팅사 사무실을 기습 점검하는 일이 반복된 이후 이들 기업은 중국 내 사업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베인앤드컴퍼니(베인)는 중국 지역의 신입사원들에게 "2025년이 되어야 업무를 시작할 수 있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내 신규 일감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맥킨지 중국지사 직원들의 절반 가량도 컨설팅 일감이 없어 난항을 겪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중국 팀은 최근 역내 일감 수주를 위한 전략 회의를 연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중국 국가보안국의 잇단 외국계 컨설팅 기업 급습 이후 중국 고객사들이 이들 기업에 일감을 맡기는 것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중국 공안은 국가안보 위반 혐의를 내세워 4월엔 베인의 상하이 사무소를, 5월엔 캡비전을 잇달아 압수수색했다. 캡비전은 컨설턴트와 투자자를 연결해주는 서비스 기업이다.

중국 당국은 시장의 잠재적 규모 등을 평가하는 베인 중국지사의 특정 프로젝트를 타깃으로 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프로젝트는 한국 기업의 반도체 관련 프로젝트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베인이 캡비전을 통해 고용한 외부 전문가가 베인 측에 전달한 정보의 민감성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로 인해 베인이 입은 타격이 특히 심각하다는 전언이다. 최근 베인은 중국지사 직원들에게 6개월 휴가를 권장하는 등 사실상 인력 감축에 돌입한 상태다. 중국 고객사들로부터 수주한 일감이 끊기면서다. 올해 5월 중국의 국영 유제품 기업 멍니우데어리는 글로벌 시장 동향 등을 파악하기 위해 베인과 자문 계약을 체결했으나, 최근 이를 철회했다.

중국 내 외국 컨설팅 업계 관계자들은 FT에 "기존 팀에도 충분한 업무가 주어지지 않으면서 미국 3대 경영 컨설팅 회사 모두 신입 컨설턴트 채용 일정을 미루고 있다"며 "신입 컨설턴트들은 기다리는 동안 자격증이나 학위를 추가로 취득하거나 여행을 떠나야 하는 실정"이라고 귀띔했다. 한 주니어 컨설턴트는 "맥킨지 중국지사에 계속 몸담고 있는 것은 가라앉는 배에 탑승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베인, 맥킨지 등의 중국 시장 철수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다만 중국 당국이 이달 초 돌연 베인에 화해 제스처를 보냈다는 점은 중국 사업을 펼치는 글로벌 컨설팅 업계에 새로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위융 상하이시 징안구 당서기는 이달 초 베인 중국지사 사무실을 찾아 "징안구는 기업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며 "기업의 발전을 촉진하는 일류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